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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 풍향계]연기금도 '건설채' 투자 축소…IB들 세일즈전략 '고심'건설업 탈피한 포트폴리오 강조, 고금리·월이표채 등 리테일 투심잡기 방향선회

손현지 기자공개 2024-09-02 15:26:14

[편집자주]

증권사 IB(investment banker)는 기업의 자금조달 파트너로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을 이끌어가고 있다. 더불어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기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워낙 비밀리에 딜들이 진행되기에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되기도 한다. 더벨은 전문가 집단인 IB들의 주 관심사와 현안, 그리고 고민 등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 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28일 15:19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국민연금과 사학연금 등 주요 연기금들이 건설업 채권 매입 비중을 줄인 것으로 전해진다. 부동산PF 부실 등의 이슈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만큼 경계감을 높인 셈이다.

다만 건설사들의 조달 니즈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 IB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세일즈 부담은 오롯이 IB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개별 건설사들의 실적이나 건설업을 탈피한 사업포트폴리오 경쟁력을 강조하는 전략을 취하거나, 고금리 등 리테일 투자자들을 공략할 만한 조건을 내거는 등 발행 전략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기관들은 냉랭…나아지지 않는 건설채 투심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과 사학연금 등 주요 연기금 투자자들이 최근 건설사 채권 투자 비중을 크게 줄였다. 특히 매년 국내 채권에 300조원 이상씩을 투자하는 국민연금의 건설채 비중 축소는 건설사들에게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실제 올들어 다수의 건설사들은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곤혹을 치렀다. 지난달 공모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한 롯데건설(A+)은 1500억원 모집에서 예상보다 저조한 주문을 받았다. 미매각 규모만 670억원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후 추가 청약을 통해 리테일시장에서 물량을 전부 소화했지만, 기관들의 외면을 받았다는 점은 분명하다.

IB업계 관계자는 "롯데건설도 5%가 넘는 금리를 제시해 가까스로 물량을 소진할 수 있었다"며 "사실상 하이일드 채권 못지않게 발행금리를 높이지 않고선 투자매력이 없어진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지난 5월 GS건설도 기관들을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에서 미매각을 겪었다. GS건설이 국내 시공능력평가 5위를 차지한 우량 건설사인데도 불구하고 모집액을 채우지 못했다는 점은 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 비슷한 신용등급인 포스코이앤씨(A+), SK에코플랜트(A-)에 비해서도 흥행에 성공하지 못한 셈이다.

앞서 지난 2월 중견 건설사인 HL D&I한라도 회사채 미매각을 경험했다. 당시 700억원 규모로 회사채를 모집했는데 단 한 건의 기관 주문도 받지 못했다. 두 회사 모두 개인 투자자들의 추가 청약으로 각각 1000억원, 600억원 회사채 발행에는 성공했지만 기관들의 냉랭한 투심을 증명한 것으로 회자된다.


정부가 부실 PF사업장 구조조정에 나섰지만 투심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옥석 가리기도 한층 심화되는 분위기다. AA급 이상의 고우량 신용등급을 지닌 건설사를 중심으로 가까스로 수요가 존재하는 상황이다. 현대건설(AA-), SK에코플랜트(A-), 포스코이앤씨(A+) 등은 건설업 불황에도 회사채 시장에서 완판에 성공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아무리 채권이 안전자산으로 각광을 받고 있지만 건설채는 다르다"며 "PF 구조조정 하에 저조한 분양실적 등으로 공사비 회수가 지연되는 등 건설사들의 신용등급 하방 압력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과 무관 사업 강조, 리테일 투심잡기 집중

IB들의 고민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건설사들의 자금조달 수요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작년 태영건설 워크아웃(법정관리) 사태 이후 유동성 위기에 빠진 건설사들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공사원가 부담으로 수익성은 악화되고 있으며 공사미수금, 시행사 대여금을 비롯한 영업자산의 회수 여부도 불확실하다.

앞선 관계자는 "하반기에도 조달 니즈를 지닌 건설사들이 꽤 있다"며 "흥행 여부에는 주관사의 역할이 중요해져 세일즈 등 부담감도 큰 편"이라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개별 회사의 실적이나 '차별화된 경쟁력'에 집중한 세일즈 포인트들을 마련하고 있다. 예컨대 지난 7월 DL이앤씨(AA-)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가 크지 않다는 점을 강조해 흥행에 성공했다.

SK에코플랜트도 건설업을 벗어나 친환경 기업으로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는 점을 적극 강조했다. 반도체 모듈 기업 에센코어, 산업용 가스 기업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 등 2개 기업의 자회사 편입을 추진 중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완판에 성공한 바 있다.

아예 리테일 투심 잡기로 방향을 선회하는 것도 방법이다. 아예 높은 금리를 제시하거나, 월 이표채 등의 방식을 채택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대표적으로 롯데건설과 GS건설 등이 매월 이자를 지급하는 월 이표채 방식을 택해 리테일 투심 잡기에 나선 바 있다.

◇비우량 기업은 P-CBO 등 우회조달

비우량 기업들은 높은 금리의 기업어음(CP)를 발행하거나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의 우회조달을 택하기도 한다. KCC건설, 동부건설, 두산건설 등이 하반기 CP를 발행했다. 신세계건설은 연 7.252~7.352% 금리로 사모채 조달을 감행하기도 했다.

아이에스동서(BBB) 등 P-CBO 발행을 택했다. P-CBO는 주로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채를 모아 신용보증기금 보증으로 신용을 보강한 뒤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하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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