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0월 22일 06: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케이뱅크 상장이 실패로 돌아갔다. 앞서 수요예측에서 참패하며 30일 예정된 상장 계획을 연기시켰다. 2022년 철회에 이어 상장 시점이 또다시 늦춰지고 있다.실패 원인으로 증시 부진, 고평가 논란 등 여러가지 이유가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인터넷은행 IPO의 선(善)례가 없었다는 점을 주요 원인으로 꼽고 싶다. IPO 선(先)례로는 카카오뱅크가 있지만 '적절한' 예시였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가치 책정을 잘못했기 때문이다. 은행이 아닌 '플랫폼'의 비전을 앞세워 고평가를 받았지만 카카오뱅크의 주가는 현재 2만원 초반대까지 떨어졌다.
케이뱅크는 카카오뱅크와는 다르게 IPO에 접근해야 했다. 의미 있는 시도도 있었다. '은행'에 충실한 가치 책정을 위해 노력했다. 인터넷은행 라이선스 보유 여부 뿐 아니라 이자수익 중심의 재무 구조를 따져가며 피어그룹을 엄선했다. 은행업과는 거리가 먼 해외 플랫폼 기업을 피어그룹으로 선정해 높은 수준의 PBR을 책정했던 카카오뱅크와 다른 모습이다. 책정된 PBR이 여전히 높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시도 자체는 좋았다.
그러나 상장 시점은 아쉽다. 원하는 밸류를 받기 위해 상장이 지연되면서 은행의 성장이 정체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은 결국 재원을 활용해 대출을 늘려 수익을 창출하는 비즈니스 구조다. 그러나 케이뱅크는 상장이 지연되면서 자본 확충은 물론 2021년 유상증자 때 묶인 7250억원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자본의 한계는 대출 공급 확대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케이뱅크는 현재 4년이나 늦게 출범한 토스뱅크 보다도 총자산이 적다.
인터넷은행의 설립 목적인 포용금융 실적도 지지부진했다. 케이뱅크는 2020년과 2023년 모두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했고 대출 공급 규모도 인터넷은행 3사 중 가장 적었다. 현재는 공급 목표 기준이 일부 완화한 영향으로 목표치를 달성하고 있지만 내년마저 상장에 실패하면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케이뱅크는 어느 은행 보다도 자본 확충의 중요성을 체감해왔다. 설립 초기 대주주적격성 이슈로 인해 유상증자가 지연되며 대출이 중단되는 사태도 여럿 발생했다. 이런 경험을 겪고도 원하는 기업가치를 받지 못한다는 이유로 상장이 지연되어 자본 확충이 늦어진다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성장세가 느려지고 은행으로서의 제 역할을 하기 어렵다.
비록 세번째 도전이지만 케이뱅크가 빠른 시일 내로 IPO를 매듭짓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길 바란다. 케이뱅크는 공모구조를 개선해 내년 상반기 다시 IPO 재도전에 나설 예정이다. 부디 인터넷은행 IPO의 선(善)례가 되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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