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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생크션 리스크'

이재용 기자공개 2024-12-24 10:54:57

이 기사는 2024년 12월 19일 08: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권의 '생크션(Sancion·제재)'은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위험 요소다. 국내 금융사들의 해외 진출이 활성화되면서 리스크도 커졌다. 진출 국가의 규제 수준을 파악하지 못했거나 대응이 미흡해 현지 감독당국으로부터 철퇴를 맞는 상황이 수시로 발생하고 있다.

생크션은 크게 특정 국가, 기관 등의 활동에 국제·국내적 제재를 가하는 조치를 뜻한다. 주로 UN과 EU, 미국 재무부 등의 기관에 의해 시행된다. 개별 산업군에선 좁은 의미로 '법에 규정된 벌칙으로서 법의 준수를 강제하기 위해 보상·벌칙을 부과하는 규정'이라는 의미로 쓰인다.

좁은 의미에서 국내 4대 시중은행이 현지 법을 준수하지 않아 받은 조치는 지난 5개년간 총 130건에 달했다. 주로 대외보고서 제출 지연과 오류로 인한 제재였으나 내부통제, 자금세탁방지와 관련한 중대 사유에 의한 제재도 다수 있었다.

이런 경우 본점 영업에도 지장을 줄 강도의 금전제재가 따랐다. 아메리카신한은행이 자금세탁방지 프로그램 미흡으로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와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 뉴욕주금융청(NYSDFS)으로부터 총 2500만달러의 과태료 처분을 받은 게 대표적이다.

물론 은행도 할 말은 있다. 130건이 넘는 해외 제재는 문화적 차이와 현지 감독당국의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 탓에 발생한 측면이 있다. 우리나라 은행 산업의 규제수준과 상이한 경우가 많고 관할권 밖에 있어 관련 정보를 신속하게 제공받기 어려운 면이 있다.

이 때문에 글로벌 금융사들도 현지 시장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비슷한 고초를 겪기도 한다. 지난해 8월 도이치뱅크 본사와 뉴욕지사는 미국에서 자금세탁방지의무 관련 위반으로 1억8600만달러에 달하는 제재금을 부과받았다. 한국계 은행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거다.

그러나 이를 감내해야 할 당연한 문제로 바라봐선 곤란하다. 진출에 앞서 현지 사정에 정통한 전문가 등을 통해 정보를 습득하고 사전 대응력을 갖춘다면 일정 부분 해소가 불가능한 영역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적어도 지금처럼 우선 현지에 진출한 뒤 숱한 매몰비용을 들이진 않을 수 있다.

국내 금융당국의 역할도 중요하다. 한국계 금융사 해외점포가 경영 건전성을 유지하고 국내 및 현지 감독당국의 법규를 잘 준수할 수 있도록 감독해야 할 의무가 있다. 특히 문화와 관습 등의 차이가 있는 만큼 해외점포 감독관리를 위한 정교한 제도적 뒷받침이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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