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0월 25일 07: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굳이' 나의 퇴직연금을 다른 사업자로 옮길 이유가 있을까.몇가지로 추려진다. 결정적인 건 수익률. 그런데 따져보면 수익률은 확정기여형(DC)이나 개인형퇴직연금(IRP)에서의 문제인데 이는 사업자 이슈가 아니라 나의 운용 미숙이 결정적이다. 내가 상품을 잘못 고른거지 사업자 탓을 할 게 아니라는 얘기다.
수수료가 싼 곳으로 이동하는 수요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같은 업권의 사업자별 수수료는 큰 차이가 없다. 때문에 이 역시 메인 이슈는 아니다.
결국 가판대에 올라와 있는 상품 라인업의 다양성이 핵심이다. 라인업이 조금이라도 더 많은 쪽으로 이동할 수 있을 것으로 금융권은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따져보면 모순이다. 이곳에는 (상품이) 있고 저곳에 없으면 옮길 수 없고, 저곳에는 있는데 이곳에 없으면 실물이전이 아니라 그냥 사업자를 변경하는 것이다. 실물이전 무용론이 나오는 이유다.
그래서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 도입의 효과에 대해 금융권도 반신반의하고 있다. 시스템 변경을 위해 비용을 쏟고 있으나 그 실효성에 대해 현장에서도 '모르겠다'가 대세다.
찬물을 하나 더 붓자면 실물이전을 통한 퇴직연금 적립금 유치 경쟁 대상 자산은 알려진 것보다 적다. 작년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382조4000억원. 이중 원금보장형 상품에 가입된 것이 87.2%인 333조3000억원이다. 개인들에게 원금보장형 상품은 이동의 니즈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원리금 비보장, 즉 실적배당형 상품에 가입된 규모는 전체 적립금의 12.8%인 49조1000억원이다. 하지만 이중 리츠와 보험상품, 그리고 디폴트옵션 상품은 실물이전 대상이 아니다. 디폴트옵션을 다른 사업자로 옮기지 못한다는 건 사업자간 차별화된 운용능력을 놓고 실물이전 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레저레 따져 보면 실물이전 제도 도입으로 이동할 퇴직연금은 극히 일부다.
퇴직연금을 옮기는 건 다른 데서 이유를 찾아야 한다. 가장 우려되는 건 일명 '꺾기'다. 다른 상품을 팔면서 퇴직연금을 볼모로 삼는 방식이다. 퇴직연금을 옮겨 오면 수수료를 깎아주거나 금리를 낮춰주는 방식이다. 은행권에서 퇴직연금과 연계한 대출 꺾기는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기업들간 거래가 있을 수 있는 DB형이 그래서 이 경쟁의 대상 자산이 될 수 있다. DB형은 근로자의 수익률과 무관하다.
결국 퇴직연금을 볼모로 가입자들이 끌려 다니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퇴직연금 가입자, 즉 근로자들이 이 제도 도입의 수혜자가 아닌 피해자로 돌변할 수 있는 이유다.
금융권이 주장하고 있고 또 이미 도입된 디폴트옵션, 퇴직연금 기금화, 그리고 실물이전제도, 이는 대체 누구를 위한 제도일까. 주객이 뒤섞이면 결국 부작용만 남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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