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0월 27일 16: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인더스트리에 가장 존경하는 회장님, 많이 배우려 합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토요다 아키오 토요타 회장을 향한 존경의 마음을 이렇게 표현했다. 글로벌 완성차 판매량 1위와 3위라는 위치만 놓고 보면 경쟁과 추격의 관계로 비칠 수 있지만 현대차그룹의 확실한 성장을 위해 아직은 업계 리더와 협력하고 배우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상징적 장면이었다.

◇아키오 회장과 레이싱카 동석한 정의선 회장

27일 열린 '현대 N x 토요타 가주 레이싱 페스티벌'에서 정 회장과 아키오 회장이 만난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끈 장면은 오픈 행사와 함께 시작된 '퍼포먼스 주행'이었다. 페스티벌의 시작을 알리듯 굉음을 내며 등장한 한 레이싱 차량이 무대를 압도했다.

'모리조(MORIZO)'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마스터 드라이버, 아키오 회장의 주행이었다. 그는 현재도 직접 레이싱 경기에 참여할 만큼 수준급의 실력을 갖고 있다. 이날도 약 3분여 간 운전석에 앉아 브레이크와 가속 페달을 반복적으로 밟으며 무대 곳곳에 스키드마크를 자유자재로 만들어냈다.

관람객들의 시선은 정 회장에게도 향했다. 이날 정 회장은 아키오 회장의 랠리카 보조석에 올라 바로 옆에서 퍼포먼스를 체험했다. 주행이 끝나고 그의 뛰어난 기술에 감탄한 듯 차에서 내린 정 회장은 아키오 회장과 포옹하고 손을 맞잡으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정 회장은 "금년 초 토요타 회장님을 일본에서 뵀을 때 우리 둘 다 레이싱에 진심이라 이런 행사를 열어보자는 제안을 받아 준비해 자리를 마련했다"면서 "오늘 직접 운전하시는 것을 보니 신뢰가 가고 모든 걸 잘하신다는 확신이 든다"고 말했다.

아키오 회장도 화답했다. "사랑해요"라는 인사로 말을 시작한 그는 "한국에서 현대차와 이렇게 훌륭한 일을 함께할 줄 몰랐다"며 "연초에 정 회장님과 이 행사 이야기를 나누며 매우 즐거웠는데 10개월 만에 바로 실현되어 감사하다"고 전했다.

이후 두 회장은 고성능 브랜드 현대 N과 토요타 가주 레이싱의 드라이버 운전자들을 소개하며 분위기를 이어갔다. 레이싱 도중 비가 세차게 내렸지만 아키오 회장은 WRC 랠리 택시 이벤트에 '모리조'라는 이름으로 직접 참여해 한 번 더 퍼포먼스 주행을 선보였다.


◇함께 처음 무대 섰다…'수소' 등 미래차 분야서 협력 지속

당초 업계에서는 이번 행사를 두고 "두 회사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는 평가를 내려왔다. 정 회장은 2020년부터 현대차그룹 회장직을 맡고 있고 아키오 회장은 2009년 토요타 사장(2023년 회장 취임)을 맡아왔지만 두 사람이 공식 석상에서 함께 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현대차와 토요타는 각각 글로벌 완성차 판매량 3위와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현대차가 세계 판매 5위권 진입이 쉽지 않았던 2007년부터 토요타는 세계 판매 1위를 지켜왔으나 지금은 양사가 동등하게 비견될 만큼 순위 격차를 줄인 상황이다.

경쟁 구도를 떠올리게 하지만 이날 정 회장의 태도는 배움과 겸손의 자세였다. 정 회장은 아키오 회장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고개를 끄덕이며 존경의 뜻을 표했다. 그는 지난 7월 인도네시아 카라왕 신산업단지 내 HLI그린파워에서도 "오랜 시간 일본차 회사들이 해온 노하우가 있다면 배우고 더 발전시키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향후 수소차 생태계 구축에 있어 협력 방안을 마련하고 실질적인 공조를 이어갈 공산도 크다. 두 회사는 벤츠, 혼다, 폭스바겐 등 다수의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저수익성을 이유로 포기한 수소차 시장에서 끈기 있게 상용화를 추구하는 유일한 완성차 기업들로 꼽힌다.

최근 현대차그룹이 소유한 로봇 기업 보스턴 다이나믹스가 토요타연구소의 인공지능 거대행동 모델을 탑재하기로 하며 로봇 분야에서도 협력의 물꼬를 텄다. 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과 아키오 회장은 이번 행사 후 별도로 만나 수소 생태계 구축을 포함한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