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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비 나서는 현대제철]빨라지는 현금 유출, 본격화되는 구조조정①3년 만에 현금 1조 감소…"다양한 효율화 방안 선제 검토"

이호준 기자공개 2024-11-04 09:07:00

[편집자주]

호황 뒤 불황이 오는 건 철강 업계에서 늘 반복된 사이클이다. 하지만 불황이 오고도 호황이 언제 올지 모른다면, 심지어 다시 오지 않는다면 어떨까. 이제 최대한 아낄 건 아끼고, 내놓을 건 내놔야 할 상황에 놓였다. 포스코와 함께 국내 양대 철강회사로 꼽히는 현대제철의 현주소다. 더벨은 고난의 시기를 맞이해 철저한 진단과 리밸런싱을 진행 중인 현대제철의 상황을 집중 점검해 봤다.

이 기사는 2024년 10월 30일 16: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철강업은 전방산업의 수요와 시황, 각국의 정책 등에 따라 부침을 겪는 사이클 산업이다. 대개는 몇 년에 한 번 찾아오는 호황기에 바짝 현금을 모아서 이후 발생하는 불황기를 최대한 버텨내며 대응한다.

문제는 한 번 사라진 호황이 언제 다시 돌아올지 알 수 없기에 그전에 온갖 수단을 동원해 자금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이다. 현대제철의 현주소다. 강·후판 가격이 고공행진하던 3년 전에 비해 가진 현금이 1조원 가까이 감소한 상태다. 고난의 끝이 언제일지 모르는 만큼 사업 구조조정(리밸런싱)에 돌입할 준비를 하고 있다.

◇보유 현금 2.1조로 '뚝'…코로나 터진 2020년 수준으로

현대제철은 2021년 철강업 호황기의 덕을 가장 크게 본 기업 중 하나다. 이때는 코로나 백신 접종에 따른 기대감으로 제품 수요가 다시 회복된 데다 원자재인 철광석 가격 상승으로 현대제철이 자동차용 강판과 조선용 후판 가격을 높게 받을 수 있었다.

공격적인 영업 전략까지 펼쳐가며 곳간을 빠르게 채워 나갔다. 그해 현대제철의 영업이익은 2조4480조원에 달했는데 이를 바탕으로 연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 2조6010억원을 보유하게 됐다. 이는 전년 대비 2000억원 이상 늘어난 수치였다. 이듬해 철강 수요가 다소 하락하긴 했지만 평균 판매단가는 높게 지속돼 2022년 말 보유 현금은 3조1444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불황이 시작됐다. 특히 자국 내 건설업 부진과 환경 규제 강화로 중국 철강사들이 원가 이하로 글로벌 시장에 제품을 쏟아내는 덤핑 상황이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확산됐다. 이로 인해 현대제철 제품에 대한 수요가 줄면서 영업이익은 지난해 7890억원까지 하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배당 지급과 부채 상환이 이어졌고 무엇보다 탄소 배출량 감소를 겨냥한 '코크스 건식소화설비'(CDQ) 신설 등 친환경 투자로 현금 유출은 계속됐다. 벌어들이는 돈은 줄고 지출은 계속되면서 작년 말 연결 기준 현대제철의 보유 현금은 2조3875억원까지 감소했다.

업계에선 일련의 상황이 본격적인 현금 감소 국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시각이 많다. 중국발 공급 과잉이 여전하고 동남아 등 신흥국도 철강 생산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호황→불황’ 주기가 언제 다시 '불황→호황'으로 전환될지 가늠하기 어렵다. 이미 현대제철의 올해 3분기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2조1000억원까지 감소했다. 이는 코로나로 암흑기를 보냈던 2020년 말과 같은 수준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업은 한 번에 많이 벌어 다음 호황이 올 때까지 투자하고 대비하며 버티는 구조"라며 "현대제철은 현대차와 기아라는 계열사와의 관계상 이들에 대해 가격 협상력이 크지 않고 조선업은 이미 중국 업체들에 밀려 이중고에 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단위:억원. 출처: 전자공시시스템)

◇인위적인 조정 필요…"다양한 방안 선제적으로 검토"

결국 현대제철이 현금 관리를 위해 택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카드는 인위적인 사업 구조조정(리밸런싱)이라는 전망이 점점 더 힘을 얻고 있다. 현대제철은 2020~2021년부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핵심 사업 외 저수익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계속 검토하겠다"며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그간의 구조조정은 실제로는 '절감'에 가까운 수준이었다는 평가가 많다. 현대제철은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2020년 전남 순천공장의 단조사업부문을 분할해 현대IFC를 설립했다. 서울 잠원동 사옥도 483억원에 매각했다. 이어 올해 6월에는 충남 당진공장의 전기로 열연공장 설비 매각을, 9월에는 컬러강판 사업에서 철수를 결정했다.

현대제철은 올해 초 모빌리티소재사업본부 산하 조직이었던 강관 사업부를 독립시켜 현대스틸파이프로 신설 출범시켰다. 이는 독자 운영을 통해 경쟁력 향상을 추구하려는 결정이었다. 결국 자회사 매각 등 보다 적극적인 구조조정은 아직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업계에선 올들어 현대제철 신임 대표가 된 서강현 사장에 시선을 모으고 있다. 서 사장은 2021년 6월부터 현대차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다 지난해 사장단 인사를 통해 현대제철로 자리를 옮겼다. 2020년 현대제철이 저수익 사업 구조조정을 처음 언급할 당시에도 현대제철 재경본부장으로서 관련 작업을 주도해 왔다.

재무 전문가이자 경험자인 서 사장이 구조조정의 키를 잡은 만큼 효율화 방안이 구체화될 공산이 크다는 평가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자회사와 각 사업 부문의 경쟁력 진단을 위해 삼일PwC에 작업을 맡긴 상황이다. 이에 따라 현대스틸파이프, 현대IFC 등 여러 자회사도 매각 검토 대상으로 올라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최근 컨퍼런스콜에서 "현재로선 어떤 것도 확정된 바 없으나 미래에도 지속 가능한 철강사로 남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선제적으로 검토한 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대IFC 순천공장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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