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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덤핑 제소 동참 '조심스러운' 포스코 속내는 중국 생산법인 3곳, 가공센터 12곳…합작사 관계 악화 시 투자·운영 차질 가능성

이호준 기자공개 2024-12-24 07:59:16

이 기사는 2024년 12월 20일 07: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제철이 중국과 일본산 열연강판을 대상으로 반덤핑 제소에 나섰다. 저가 철강재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지속되자 지난 7월 중국산 후판에 대한 반덤핑 제소를 진행한 지 5개월 만에 다시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관심을 끄는 건 업계 1위 포스코의 소극적 태도다. 포스코는 현대제철보다 국내에 더 많은 후판과 열연강판을 공급하고 있지만 반덤핑 제소에는 여전히 미온적인 입장이다. 안팎에서는 포스코가 아직 '탈중국'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 점을 그 배경으로 꼽고 있다.

현대제철은 19일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에 중국산·일본산 열연강판 대상 반덤핑 조사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지난 7월 중국산 후판에 대해 반덤핑 조사를 신청해 무역위 조사가 시작된 데 이어 5개월 만에 다시 반덤핑 제소 카드를 꺼냈다.

반덤핑은 특정 국가에서 수입된 상품이 비정상적으로 낮은 가격에 판매돼 자국 산업에 피해를 준다고 판단될 때 이를 방지하기 위해 취하는 조치다. 덤핑이 확인되면 관세를 부과하거나 수입을 제한한다. 가령 반덤핑 관세가 부과된다고 보면 수입 열연강판 가격이 상승해 해당 기업들의 생산 비용이 증가한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열연강판 수입량은 약 343만톤(t)에 달한다. 이 가운데 중국산과 일본산이 각각 153만톤과 177만톤으로 전체의 96%를 차지한다. 후판은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중국산 수입량이 115만7800톤으로 이미 지난해 전체 수입량인 112만2774톤을 넘어섰다.

중국산을 기준으로 열연강판과 후판의 국내 유통가격은 국산보다 t당 10만~20만원가량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열연강판과 후판은 현대제철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판재사업본부의 주요 제품들이다. 주요 제품들의 가격 경쟁력 저하로 수익성 악화가 지속되는 상황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심이 쏠리는 또 다른 지점은 포스코의 움직임이다. 업계 최대 규모의 고로를 보유한 포스코 역시 기초 원재료로 사용되는 열연강판과 대형 구조물 제작에 필요한 후판을 생산한다. 이 중 열연강판은 국내 시장점유율이 80%에 달할 만큼 과점적 위치를 차지한 사업자다.

저가 철강재에 따른 영향이 현대제철보다 크지만 포스코는 그간 기업설명회(IR) 등을 통해 "철강업계 보호를 위해 불공정 거래에 대해 자체적인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왔을 뿐 실제로 반덤핑 제소까지는 진행하지 않았다.

업계는 포스코의 주요 계열사를 살펴볼 때 중국 시장과의 밀접한 연관성을 원인으로 본다. 포스코홀딩스 철강 부문의 연결대상 종속회사 기준으로 중국 하강포항기차판유한공사, 포스코장가항불수강유한공사, 청도포항불수강유한공사 등 3곳의 생산기지가 있다. 가공센터는 12곳이나 된다. 중국 내 지주사(POSCO-China Holding)의 자산총계는 1조원에 이른다.

중국과의 협력도 현재 진행형이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해 중국 중타이사와 고순도 희귀가스 생산법인 합작 계약을 맺었다. 또 LNG를 중국에 판매하며 에너지 사업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포스코는 하북강철과 함께 자동차강판 합작사 '하강포항' 공장을 준공했다.

반덤핑 조치에 동참할 경우 중국 내 환경 규제 강화와 세제 혜택 축소 등으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뿐만 아니라 중국 합작사와의 관계가 악화되면 투자와 운영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또 포스코는 단순히 국내 최대 철강사에 그치지 않는다. 업계 리더로서 산업 보호와 균형 있는 조치를 고민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반덤핑 제소는 동국씨엠 등 후공정 기업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어 업계 내 이해관계 충돌을 더욱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

물론 포스코 역시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지난 7월 120개 구조 개편 대상을 확정했다. 중국 장쑤성에 위치한 유일한 현지 제철소인 장자강포항불수강이 포함됐다. 이곳의 매각을 추진하는 대신 지난 10월 인도 1위 철강사인 JSW그룹과 오디샤주에 대형 일관제철소를 합작으로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해외 시장에서 새 지형도를 그리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수입산 저가 열연의 유입이 한국 철강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다방면으로 검토한 후, 공식 입장을 정리하여 정부의 요청 사항에 성실히 대응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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