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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전술' 최윤범 회장, 매입 자사주에 우호지분 포함됐나 국민연금 반발 감수하겠단 의지로 해석, 예상보다 판세 불리할 가능성 거론

감병근 기자공개 2024-11-01 07:20:25

이 기사는 2024년 10월 31일 10: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꺼낸 고려아연 대규모 유상증자는 경영권 방어를 위한 '벼랑 끝 전술'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캐스팅보터인 국민연금의 반발도 감수하겠다는 의지가 읽히는 탓이다. 이에 우호 세력으로 구분된 지분이 공개매수로 매입한 자사주에 포함되면서 위기감이 커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31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전날 이사회를 열고 373만2650주의 신주를 발행하는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주당 발행예정가액은 67만원으로 총 2조5000억원 규모다.

신주발행 규모가 큰 데다 발행예정가액이 직전거래일 종가인 154만3000원의 절반 이하로 정해지면서 고려아연 주가는 하한가로 직행했다. 이에 따라 지분을 보유한 주주들이 대규모 평가손실을 입은 상황이다.

최 회장이 대규모 유상증자 카드를 꺼낸 것에 대해 업계에서는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 다수다. 우군들의 보유 지분 가치가 대폭 희석되는 데다 캐스팅 보터인 국민연금이 반발할 가능성도 매우 큰 방안이기 때문이다. 자사주 공개매입의 명분이었던 주주가치 제고를 스스로 뒤집었다는 부분도 뼈아프다는 지적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최 회장이 사실상 최후의 카드를 써야 할 만큼 예상보다 불리한 상황에 놓인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우호세력으로 구분된 기관투자자나 소액주주 지분 상당수가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에 응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고려아연이 공개매수한 자사주를 예정대로 소각한다면 최 회장 측 지분율은 32.73%, 영풍-MBK파트너스(이하 MBK) 연합의 지분율은 35.56%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는 최 회장 측 우군으로 구분되는 현대자동차, 한화, LG, 트라피구라, 한국타이어, 조선내화, 모건스탠리, 한국투자증권 등이 모두 이번 공개매수에서 지분을 매각하지 않았다는 전제다.

만약 이들 중 일부가 고려아연 자사주 매입에 참여했다면 최 회장 측은 이보다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현대차와 한화그룹을 제외한 우군 대부분은 지분율이 1%대 이하이기 때문에 5% 공시 룰을 적용 받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지분을 시장 전망보다 많이 매각했을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고려아연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9월 말 기준 고려아연 지분 7.48%를 보유하고 있다. 6월 말 기준 7.83%보다 0.35%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이달 고려아연 주가가 공개매수 이후 이어질 장내매수 가능성 등으로 급등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추가로 지분을 대거 매각했을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평가다. 국민연금은 지분 보유 목적이 단순투자이기 때문에 다음 분기 10일 이내인 내년 1월10일까지 관련 내용을 공시하면 된다.

이 경우라면 최 회장 측은 유상증자만 성공한다면 국민연금이 돌아서더라도 경영권 유지가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을 수 있다. 국민연금 지지를 잃더라도 복수의 신규 우군을 확보하는 것이 더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유상증자는 청약자와 특수관계인의 청약 수량이 공모 수량의 3%를 초과할 수 없도록 정해졌다. 이는 최 회장이 영풍-MBK 연합을 견제하는 한편 다수의 우군을 끌어들이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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