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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오너가 분쟁]그래도 돌아가는 R&D 시계, 본질은 '신약' 준비된 '넥스트'계속되는 내홍에도 R&D 인력·투자 증가, 제형·생산 경쟁력 갖춘 ‘비만약’ 낙점

김성아 기자공개 2024-11-13 08:37:33

이 기사는 2024년 11월 12일 16: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미약품 없는 한미그룹을 상상할 수 있을까. 제약업이라는 본질을 감안하면 결국엔 신약이 밸류업의 핵심이다. 한미사이언스가 5개년 중장기 전략을 발표한 지 나흘만에 한미약품도 승부수를 띄웠다.

2033년까지 내다본 10개년 성장 전략은 ‘신약개발’이라는 한미약품의 DNA에 초점이 맞춰졌다. 외부 성장동력 확보를 외친 한미사이언스와 달리 내부역량을 십분 활용하겠다는 점도 주목할 포인트다.

대표적 파이프라인은 ‘비만’이다. 연구개발(R&D) 사업부 뿐 아니라 국내 및 해외영업부까지 전 사업부의 성장전략을 관통한다. 한미약품은 2026년 출시 예정인 비만 신약 ‘에페글레나타이드’를 중심으로 차세대 캐시카우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한미약품은 제제연구소, 평택 바이오 플랜트 등 기존 자원을 전면에 내세웠다. 수직 계열화를 통해 차별화 경쟁력을 가져가겠다는 복안이다. 한미약품은 개량신약, 복합제로 국내 제약사 탑 티어 반열에 올랐던 노하우를 차세대 신약 파이프라인에 그대로 녹여낼 방침이다.

◇10개년 중장기 전략 발표한 한미약품, R&D에 방점

한미약품은 11일 오후 2033년까지 10개년 중장기 성장전략을 발표했다. 지주사 한미사이언스가 5개년 성장전략을 발표한 지 나흘만이다.

양 사 성장전략은 동력을 어디에서 찾느냐에서 그 노선을 달리한다. 한미사이언스는 기술도입,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인-오가닉’ 성장을 외쳤다. 반면 한미약품은 내재된 연구 개발(R&D) 역량을 활용한다는 ‘오가닉’ 성장에 방점을 찍었다.


한미약품의 성장전략은 총 3단계. 내년까지 국내 시장에서 초격차 지위를 확보하고 글로벌 시장 진출 토대를 마련한다. 2026년 비만 신약 에페글레나타이드 출시를 기점으로 기술수출 성과를 가시화하며 글로벌 성장을 본격화한다.

2029년부터는 글로벌 50위 제약사를 목표로 혁신 신약 주도 성장을 위해 전력질주한다. 이를 바탕으로 2033년 연결기준 매출액 5조원,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하겠다는 플랜이다.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는 “지금까지도 그래왔듯 한미약품은 잘할 수 있고 또 잘해야 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며 “M&A 등 외부 동력 확보를 고려해볼 수는 있지만 지금 한미약품은 그 단계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내홍에도 R&D 지속 확대…“흔들리지 않는 역량 갖췄다”

한미약품은 불안한 경영 환경 속에서도 R&D 역량을 지속적으로 키워가고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특히 최근 경영권 분쟁으로 핵심 R&D 인력이 이탈했다는 항간의 소문에 대해서 강력하게 부인했다.

최인영 한미약품 R&D 센터장은 “한미약품 R&D 인력이 계속해서 유출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는데 이건 현실과 굉장히 다른 이야기”라며 “퇴사 인원은 있지만 키맨도 아니고 그 수도 손가락에 꼽을 정도라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데이터를 통해서도 객관적 사실을 입증하는데 주력했다. 한미약품은 올해 기준 R&D 인력이 675명이라고 밝혔다. 올해 반기보고서에 나온 668명보다도 늘어난 숫자다.

R&D 비용도 늘었다. 한미약품은 경영권 분쟁 발생 전인 지난해 2050억원에서 올해 2300억원까지 R&D 비용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매출 대비 13% 이상 투자를 지속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신약 개발 성과도 늘어나고 있다. 한미약품은 올해만 해외 학회 발표 32건을 기록했다. 파트너사 발표건은 제외된 수치다. 지난해 한미약품의 해외 학회 발표 건은 23건이다. 임상 시험 계획 승인 건수도 지난해보다 늘어난 3건이다.

최 센터장은 “해마다 R&D 건수가 늘어나고 단계가 진척되면서 곳간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연구인력과 R&D 비용이 늘어나고 있다”며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이에 흔들리지 않도록 R&D는 내부적으로 탄탄하게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세대 간판 파이프라인 ‘비만’…제형·생산 역량 강점 두각

현재 한미약품이 주력하고 있는 질환군은 △비만·대사질환 △항암 △희귀질환이다. 이를 위해 2023년 2분기 각 질환 중심으로 R&D 조직을 개편하기도 했다.

최 센터장은 “질환 중심 조직 개편을 통해 전문성을 고도화할 수 있었다”며 “연구 수행 측면에서도 굉장한 장점을 가진다”고 말했다.

이 중에서도 ‘비만·대사질환’은 최근 한미약품이 가장 힘을 싣고 있는 질환군이다. 지난해부터는 임주현 한미그룹 부회장이 직접 이끄는 비만 신약 개발 프로젝트 ‘H.O.P(Hanmi Obesity Pipeline)’가 가동되기도 했다.

H.O.P는 현재 총 6개의 후보물질로 이뤄져 있다. 이 중 가장 선두 물질은 ‘에페글레나타이드’로 국내 임상 3상 환자 모집을 마친 상태다. 2026년 말 출시 예정인 에페글레나타이드는 국내 최초 GLP-1 기반 비만 신약이 될 것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미약품은 에페글레나타이드뿐만 아니라 다양한 비만약 포트폴리오를 준비 중이다. 특히 제형 혁신에 무게를 뒀다.

비만약은 항암제와 같이 단발성 투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투약해야 해 어떤 약물보다도 환자 접근성 제고가 중요하다. 이에 전 세계적으로 기본형인 피하주사형 주사제뿐 아니라 경구형 등 다양한 제형 변경에 대한 논의 및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한미약품은 △경구형 △패치형 △흡입형 비만약 개발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미 경구형과 패치형은 개발에 돌입했다. 흡입형의 경우 노보노디스크 위고비의 주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를 건조 분말 흡입(DPI) 제형으로 만든다. 전임상 약동학(PK) 평가에서 피하주사 대비 15.7%의 생체이용률을 달성했다.

자체 생산 역량 역시 H,O.P 프로젝트의 경쟁력이다. 2026년 출시될 에페글레나타이드는 한미약품의 바이오의약품 생산기지인 ‘평택 바이오플랜트’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평택 바이오플랜트는 cGMP 승인 생산기지로 완제의약품 기준 연간 3000만개 이상의 프리필드시린지를 생산할 수 있다.

박 대표는 “현재 위고비 등 타사 비만약은 공급 문제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지만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자체 생산을 통해 국내 환자들에게 보다 경제적이고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며 “경쟁력 있는 가격 포지션과 안정적 공급, 제형 혁신을 통해 비만 파이프라인을 한미약품의 차세대 캐시카우로 만들어 R&D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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