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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가 트럼프' 거래의 방식]"K군함 협력" 한마디에 들썩, 에너지선·함정 MRO '개화'[조선]"한국 도움 필요" 공개 언급…한계 다다른 존스법, 대중국 견제 분석도

김동현 기자공개 2024-11-18 09:26:07

[편집자주]

정치인의 유전자와 사업가의 유전자는 다르다고들 한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 자리를 재탈환하면서 정치인이자 사업가이고 엔터테이너인, 혼합 DNA를 지닌 독특한 인물을 우리 산업계도 다시 마주하게 됐다. 협상이 아닌 거래를 추구하고 보상 없는 비호는 하지 않겠다는 게 트럼프 당선인의 기조다. 사업가의 마음을 지닌 미국 최고의 권력은 국내 산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우리는 달라진 거래 방식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더벨이 '사업가 트럼프'가 국내 산업에 끼칠 영향과 기업들의 대응법을 분석하고 앞으로를 전망해 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14일 16: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오션 21.76%, HD현대중공업 15.13%, 삼성중공업 9.17%. 윤석열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의 미 대선 후 첫 통화가 이뤄진 지난 11월7일 주가가 급등한 회사들이다. 이들 3사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조선소를 보유한 회사다.

트럼프 당선인의 한마디로 그날 국내 대표 조선 3사의 주가가 급등했다. 당시 트럼프 당선인은 약 12분 동안 이뤄진 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국의 세계적인 군함과 선박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다"며 "선박 수출뿐만 아니라 보수·수리·정비(MRO) 분야에서도 긴밀하게 한국과 협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안보 동맹이나 북한 문제 등 한국과 미국간에 논의해야 할 산적한 현안 대신 조선업 협력을 언급했다.

후보 시절부터 공개적으로 방위비 재협상, 무역 적자 해소 등을 강조해 온 트럼프 당선인이 한국의 조선업에 관심을 보이자 국내 조선업계에 대한 관심도가 따라 올라갈 수밖에 없다. 대표 3사 외에도 HD현대그룹 계열사(HD한국조선해양 6.03%, HD현대미포조선 5.09%)와 HJ중공업(9.00%) 등 상장사의 주가도 올랐다.

◇존스법·대중 견제, K조선에는 기회로

트럼프 당선인이 이례적으로 한국 조선업과의 협력 필요성을 밝힌 데는 미국 내부 규제와 대중 견제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대표적인 규제는 1920년에 제정된 존스법이다. 미국에서 만든 선박만 미국 항구에서 다른 항구로 물품·승객을 운송할 수 있다는 내용이 골자인 이 법은 자국 내 조선업 보호·육성을 위해 만들었다.



법의 보호 아래 성장하던 미국 조선업은 점차 자국 내에만 머물게 되며 쇠퇴의 길을 걸었고 이제는 미국 일각에서도 존스법 폐지를 주장하는 형국에 이르렀다. 제정된 지 100년이 넘은 규제에 묶여 자국의 조선업이 발전 없이 낙후한 채로 머물러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지난해 글로벌 선박 건조량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0.1%에 불과했다.

반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성장을 거듭한 한국과 중국의 점유율은 각각 28%와 50%였다. 올해(1~10월) 수주잔량 기준으로도 중국이 56%의 점유율로 압도적인 글로벌 1위 자리에 있고 한국이 25%로 그 뒤를 쫓고 있다. 미국이 이들 두 국가와의 격차를 한번에 뒤집기 어려운 수준에 도달한 셈이다. 특히 대중국 견제가 트럼프 2기 정부의 관심사인 만큼 K조선은 필수 파트너 관계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

트럼프 신정부의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임명된 마이크 왈츠 하원의원도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과 같은 동맹국과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왈츠 의원은 지난달 한 대담에서 "선박 건조 전문성과 중국 밖에서 대규모로 건조할 능력은 일본과 한국에 있다"며 "그들이 우리와 의미 있는 방식으로 협력하게 하는 것 외에는 우리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외에도 앞선 바이든 정부와 달리 트럼프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대신 화석연료 에너지를 주에너지원으로 내세우면서 액화천연가스(LNG)·액화석유가스(LPG)선 수요 증가도 기대된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과 국내 산업 영향' 보고서를 통해 "LNG·LPG 등 친환경에너지로 넘어가는 중간 단계로 여겨지는 브릿지 에너지(Bridge Energy) 운반선 건조에 강점을 지닌 한국 조선산업이 수혜를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10월24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사진 오른쪽)과 미국 해군 태평양함대 사령관인 스티븐 쾰러 제독(가운데)이 거제사업장에서 정비 중인 '월리 쉬라'함 정비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사진=한화오션)


◇'20조' 함정 MRO 시장 주목

국내 조선업계가 우선 주목하는 시장은 미국 해군 함정 MRO 분야다. 시장조사 업체 모도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글로벌 해군 함정 MRO 시장 규모는 78조원에 이르며 이중 25%에 해당하는 20조원의 파이를 미 해군이 장악하고 있다.

이에 한화오션, HD현대중공업 등 양대 특수선 사업자들은 미 해군 MRO 사업에 뛰어들기 위해 차근차근 준비했다. 한화오션의 경우 미국 현지 조선소 인수에 나섰을 뿐 아니라 적극적인 수주 활동을 통해 올해 8월 국내 조선사 중 처음으로 미 함정 MRO사업을 수주했다.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 결정되고 난 뒤인 11월12일에는 해군 7함대의 급유함의 정기수리 사업도 따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지난달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을 방문한 스티븐 쾰러 제독(미국 해군 태평양함대 사령관)과 직접 만나 8월 수주한 월리 쉬라호의 정비 현황을 함께 둘러봤다. 이 자리에서도 양측의 해군 MRO 협력 논의가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기선 HD현대그룹 수석부회장도 미 해군 관계자가 국내에 방문할 때마다 조선소 현장에 동행하며 수주 사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7월 미 해군과 함정정비협약(MSRA)을 체결해 함정 MRO 사업에 입찰할 자격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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