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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가 트럼프' 거래의 방식]'넌 해고야' 최대 유행어인 대통령 "줄건 주고, 받을건 받고"'어젠다 47' 속 빠짐없이 거론되는 국내 주요 산업…1기의 교훈, '윈윈 파트너' 대응책

허인혜 기자공개 2024-11-18 09:20:45

[편집자주]

정치인의 유전자와 사업가의 유전자는 다르다고들 한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 자리를 재탈환하면서 정치인이자 사업가이고 엔터테이너인, 혼합 DNA를 지닌 독특한 인물을 우리 산업계도 다시 마주하게 됐다. 협상이 아닌 거래를 추구하고 보상 없는 비호는 하지 않겠다는 게 트럼프 당선인의 기조다. 사업가의 마음을 지닌 미국 최고의 권력은 국내 산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우리는 달라진 거래 방식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더벨이 '사업가 트럼프'가 국내 산업에 끼칠 영향과 기업들의 대응법을 분석하고 앞으로를 전망해 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12일 17: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가장 유명한 유행어는 '넌 해고야!(You're fired!)'다. 트럼프 당선자가 약 10년간 진행을 맡았던 NBC의 리얼리티쇼 '어프렌티스(The Apprentice·견습생)'에서 나온 말로 특허까지 시도할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보통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그 자체로 냉혹하지만 합격자를 발표하고 남은 이가 탈락자임을 드러내는 방식을 주로 쓰며 최소한의 자비를 베푼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군더더기 없다. '당신을 고용했다(You're hired!)'는 말보다 그렇지 못한 이에게 '넌 해고야'라고 통지하는 인물이다. 정치권에 뛰어든 뒤에도 이 말을 즐겨 썼다고 알려져 있다. 행정부 고위 관료들한테.

대통령 선거에 도전하며 유행시킨 캐치프레이즈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다. 미국과 세계 최고, 초강대국이라는 말을 여러 번 강조했다. 두 어록 모두 트럼프 당선인의 성격을 가장 잘 나타내는 문장이다. 자국 우선주의와 필요가 없다면 참지 않는 실용주의, 사업가적 기질이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진행했던 NBC 리얼리티쇼 '견습생(The Apprentice)'의 현수막이 걸린 트럼프 타워. 사진=트럼프 오거니제이션(The Trump Organization)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 트럼프 1기에서는

트럼프 당선인이 지난달 15일 한국을 두고 '머니 머신(money machine)'이라고 칭하며 방위비 조정의 가능성을 언급하고 최근 주한미군 철수를 거론하자 "사업가의 협상 방식"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트럼프 당선인의 측근인 빌 해거티 공화당 상원의원의 분석이다.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은 그의 실용주의적 태도를 보여준다. 한국뿐 아니라 타국에도 비슷한 태도를 견지했다. 세계의 경찰 노릇은 그만두겠다는 취지다. 비호와 협력을 유지하지 않겠다는 것보다 '원한다면 그만한 값을 지불하라'는 취지로 읽힌다. 그들만의 시크릿 클럽에 가입하려면 그들이 책정한 회비를 내면 된다는 말과 같다.

국내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의견을 맞출 때에는 협상보다 어떤 보상을 할 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게 글로벌 통상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고 신규 수출도 확장하고자 하는 우리나라 기업들은 사업가적 기질의 트럼프 당선인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다행인 점은 국내 기업들이 트럼프 1기 정부를 거쳐봤다는 점이다. 선례가 쌓였다. 트럼프 1기의 캐치프래이즈는 말 그대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였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016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보고서를 통해 한미 FTA의 폐지를 우려하는 한편 타격을 받는 분야로 자동차와 기계, 석유화학, 철강 등을 제시했다.

실제로는 어땠을까. 대표적인 예인 완성차 업계는 1기 정부동안 불안에 떨었다. 한미FTA 재검토와 무역확장법 232조의 등장에 따랐다. 한국은 대상자와 제외 국가를 넘나들었고 그 기간 불안감이 가중됐다. 전기차 보조금 중단 등도 완성차 업계에는 악재였다. 다만 팬데믹의 여파로 1기 정부의 시도 일부가 무산되면서 영향은 예상보다 제한적이었다.

현대자동차는 2018년 3분기 2010년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이후 최악의 분기 실적을 냈는데, 미국과 중국 시장 부진으로 전체 판매량이 미끄러진 점이 대표적인 이유였다. 이듬해 차 수출량이 늘었지만 이때의 해법은 행정부와의 협력보다는 상품성이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인기를 끌며 판매량을 반등시켰다. 이후 현대차의 승승장구는 바이든 행정부와 함께 했다.

◇'어젠다 47' 보여주는 미래, 빠짐없이 거론되는 국내 산업들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공약집 어젠다 47에는 그의 미국 중심 사고가 잘 드러나 있다. 국내 기업에 유관한 공약으로는 트럼프 상호 무역법을 통한 보편적 관세 부과와 미국내 석유·가스 자원 발굴에 따른 에너지 가격 인하, 미국 국방력 강화와 전기차 보조금 지원 축소 등이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국내 성장률을 2.5%에서 2.2%로 재차 낮춰 잡았다. 트럼프 당선인의 재선 성공이 확정된 후 발표됐다.

배경도 트럼프 2기 행정부다. 수출 불확실성이 커지며 미국의 무역장벽도 단단해질 것이라는 게 성장률을 축소해 전망한 이유다. 관세장벽이 내년 본격적으로 도래하지 않는다고 가정해도 총수출 증가율(물량)이 올해 7.0%에서 내년 2.1%로 둔화할 것으로 봤다. 국내외 주요 기관들도 우리나라의 수출 전망을 근거로 성장률을 하향조정했다.


제조업 중심인 국내 산업은 '아웃소싱 스톱'을 외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한국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8.3%에 달했다. 트럼프 1기와 비교하면 6.3%p 확대됐다. 산업연구원과 삼정KPMG 등은 반도체와 자동차 및 이차전지, 에너지와 조선, 건설, 방위 등 산업 전반에 영향이 미칠 것으로 봤다.

삼정KPMG 등은 자동차·2차전지 산업의 경우 완성차 수출 관세 인상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전기차 세액 공제 축소 등 영향으로 미국으로의 자동차 수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가능성을 제시했다. 또 AMPC(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 조항의 축소 전망도 거론했다. 방위사업은 긍정적 전망도 제시됐지만 한미 방산 협력의 불확실성도 함께 짚었다.

◇더 강력해진 트럼프, 통상 전문가들 "'윈윈' 파트너가 돼라"

국내 기업들의 대응법은 1기 정부때보다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협상을 할 만한 파트너 국가가 돼야 한다는 제언이다. 한국경제인협회는 11일 역대 통상교섭본부장을 초청해 트럼프 신정부 통상정책 전망과 한국 경제계의 전략적 대응책 모색을 위한 좌담회를 열었다.

여한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2021~2022년 통상본부장)은 "트럼프의 실용주의적 사고를 볼 때 협상을 통해 보편관세 등을 타개할 수 있을 것"이라며 "트럼프 1기에 무역확장법 232조에서 철강이 예외를 적용받은 것처럼 한국이 구체적 논리를 만들고 딜 메이킹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지지자들에게 둘러싸인 트럼프 당선인. 사진=트럼프 캠프

박태호 법무법인 광장 국제통상연구원장(2011~2013년 통상교섭본부장)은 "투자를 더 하는 등의 방법으로 돌파구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종훈 전 국회의원(2007∼2011년 통상본부장)은 "미국에 한국의 물건을 덜 팔 것을 생각하기 보다 미국이 경쟁력이 있는 산업에서 더 사보자는 전략으로 (미국의 기술 등에서) 양국이 협력할 방법을 발굴하면 윈윈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연구원의 보고서 '미국 대선 시나리오별 한국 산업 영향과 대응 방향'에서는 미국 주도의 국제 분업구조 변화 자체에 대응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미래전략을 재설계하는 한편 인도태평양, 신흥국 및 대중국 전략도 재정립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재계 인사들의 네트워크도 주목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구본준 LX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류진 풍산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이 트럼프 당선인과 만난 적이 있다. 트럼프 1기를 거치며 그룹 내부에도 네트워크를 마련해 뒀다고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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