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위기 첫 언급, 이재용 회장의 극복 다짐 25일 물산·모직 합병 관련 결심공판, 5분여간 최후 진술
노태민 기자공개 2024-11-26 08:13:09
이 기사는 2024년 11월 25일 21: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금 삼성전자가 맞이하고 있는 현실은 그 어느 때보다도 녹록지 않다. 하지만 어려운 상황을 반드시 극복하고 앞으로 한발 더 나아가겠다"고 했다.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이날 열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관련 2심 결심공판에서 꺼낸 말이다. 그가 직접 위기론에 대한 입장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가 역대급 위기 상황에 놓여 있는 가운데 이 회장은 침묵만 이어가고 있던 터라 주목도가 큰 발언이 됐다.
◇물산·모직 합병, 주주 기만 의도 없어
이 회장은 25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관련 2심 결심공판에 참석했다. 오후 7시 30분부터 5분간 최후 진술을 했다.
그는 "3년이 넘는 오랜 재판 끝에 무죄 판결이 내려졌지만 사실 안도감보다는 훨씬 더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며 "삼성과 저에게 보내 주신 애정 어린 비판과 격려를 접하면서 회사 경영에 대한 새로운 각오도 마음 속 깊이 다졌다"고 운을 뗐다.
이어 "국내는 물론 전세계 곳곳 여러 사업가들과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만나 다양한 목소리를 들었고 국내외 현장에서 뛰고 있는 여러 임직원들과 소통하며 삼성의 미래를 고민했다"며 "그리고 올해가 저물어가는 지금, 다시 이 자리에 섰고, 그간 진행된 항소심 재판은 제 자신과 회사를 되돌아보고 성찰할 수 있던 귀한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두 회사(제일모직·삼성물산)의 합병이 미래에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며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히거나 투자자들을 속이려는 의도는 결단코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이날 삼성전자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는 위기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최근 들어서 삼성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누군가는 근본적인 위기라고 하면서 이번에는 이전과 다를 것이라고 걱정한다"고 했다.
이어 "이렇게 많은 분들의 걱정과 응원을 접하면서 삼성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크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또 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며 "국민의 사랑을 받는 삼성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겠다"고 부연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메모리와 파운드리 등 반도체 사업 전반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력 사업인 메모리 사업의 경우 인공지능(AI)향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 판매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범용 메모리 시장에선 중국 기업의 추격에 점유율을 뺏기고 있다. 파운드리 사업은 글로벌 1위인 대만 TSMC와의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 이재용 징역 5년 구형, 2심 선고 2월 3일
이 회장의 최후변론에 앞서 검찰과 변호인단은 치열한 공방전을 펼쳤다. 검찰은 삼성그룹이 '프로젝트-G 승계계획안'을 짜고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유리한 방향으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작업을 실행했다고 주장했다. 또 합병 단계에서 거짓 정보 유포, 중요 정보 은폐, 허위 호재 공표, 시세 조종, 거짓 공시 등을 주도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이 사건은 피고인들이 그룹 총수의 승계를 위해 자본시장의 근간을 훼손한 사건"이라며 "결국 피고인들이 훼손한 것은 우리 경제의 정의와 자본시장의 근간을 이루는 헌법적 가치"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판결은 앞으로 재벌기업 구조 개편과 회계처리 방향에 기준점이 될 것"이라며 "만약 피고인들에게 면죄부가 주어진다면 지배주주들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위법과 편법 등을 동원해 자신의 이익이 부합하는 방향으로 합병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은 1심 때와 같이 이 회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 김종중 전 전략팀장에 대해선 각각 징역 4년 6개월에 벌금 5억원,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실차장에게는 징역 3년에 벌금 1억원을 구형했다.
반면 변호인단은 "회계 전문가의 검토 의견을 받아 회계 기준에 부합한다고 판단해 실행한 회계 처리를 금융 당국이나 수사기관의 사후적 판단과 다르다는 이유로 형사처벌을 하면 원칙 중심 회계 기준의 도입 취지 및 근간을 훼손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의 2심 선고는 2월 3일 오후 2시로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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