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CEO 인사 코드]미래 준비·실리주의 전면에, 전략통 약진 눈길①사라진 CFO 출신 CEO, 사업 밀착형 CEO 다수 중용
김위수 기자공개 2024-12-09 08:13:56
[편집자주]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다. 사람의 일이 곧 모든 일이라는 뜻으로 기업 경영에도 적용되곤 한다. 기업을 잘 운영하기 위해서는 알맞은 인재를 알맞은 자리에 배치해야 한다는 식이다. 인사를 통해 기업을 들여다볼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눈에 띄는 변화를 보이는 곳은 LG그룹이다.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인사 기조가 달라진 모습이다. 더벨이 구광모호 LG그룹의 인사 코드를 분석하고 LG그룹을 파헤쳐봤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04일 17: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2018년 총수 자리에 오른지 만 6년이 훌쩍 지났다. 기업의 수장이 바뀌면 전문경영인을 포함한 고위 임원진들 명단에 변화가 생기기 마련이다. 구 회장도 회장 선임 직후 외부인재를 영입하며 대대적인 인사 혁신을 예고했다. 보수적인 LG그룹의 기업문화에서 외부 출신 최고경영인(CEO) 영입은 파격적인 일이었다.LG그룹의 CEO 인사 코드에는 변화가 생겼을까. 결론적으로 보자면 이전과 달라진 점은 분명히 있다. 선호하는 'CEO상'이 이전과 같지 않다.
◇CFO 출신 전무, 엔지니어 선호도 여전
LG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은 모두 구 회장 체제에서 모두 CEO 교체를 겪었다. 사명에 'LG'가 포함된 9개 상장사(㈜LG·LG전자·LG화학·LG생활건강·LG디스플레이·LG유플러스·LG이노텍·LG에너지솔루션·LG헬로비전)와 상장을 준비 중인 LG CNS 등 총 10개사를 그룹의 주요 계열사로 봤다.
가장 큰 변화는 CEO들의 이력에 있었다. 구 회장이 회장으로 선임된 해인 2018년 8개 계열사(LG헬로비전은 인수 전, LG에너지솔루션은 설립 전) CEO들은 크게 재무통 CFO, 기술 전문가 및 엔지니어 출신으로 나뉘었다. 8명 중 3명이 그룹 계열사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이었다. 부품·소재 계열사들은 연구개발 및 기술 역량을 갖춘 인물들을 중용했다.
구 회장 체제 CEO들은 이전과 달리 '재무통'으로 분류할 만한 인물들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엔지니어 출신 및 기술 전문가들의 입지는 여전했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과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 문혁수 LG이노텍 부사장 등 LG그룹의 부품·소재 계열사들은 예외 없이 생산 및 기술에 능통한 전문가들이 이끌고 있다. LG CNS의 대표이사인 현신균 사장 역시 최고기술책임자(CTO) 출신이다.
◇전략형 CEO 약진, 사업 전문가들도 다수 포진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전략통' 임원들의 약진이다. 2018년 사장단 중 전략통으로 분류할 만한 인물은 1명 정도였다. 하지만 현재 CEO들 중에서는 권봉석 ㈜LG 부회장과 조주완 LG전자 사장, 홍범식 LG유플러스 사장 등이 그룹 내 전략 업무에 있어 높은 전문성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 전문가인 LG이노텍의 부사장도 CEO로 선임되기 전 1년 간 회사의 최고전략책임자(CSO)로 재직한 이력이 있다.
이중 권 부회장은 그룹내 단 2명있는 부회장 중 한 명, 홍 사장은 컨설팅 업체 베인앤드컴퍼니코리아 대표 출신으로 구 회장의 영입인재다. 두 사람은 올해까지 ㈜LG에 소속돼 구 회장을 근거리에서 보좌했다. 전략통에 대한 구 회장의 선호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외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이정애 LG생활건강 사장, 송구영 LG헬로비전 부사장 등은 사업환경에 대한 높은 식견을 보유했다. 신 부회장은 글로벌 소재회사인 3M에서 수석부회장까지 지낸 뒤 영입됐다. 소재·부품 사업에 대한 전문성, 탄탄한 글로벌 네트워크 등이 강점으로 꼽힌다.
이 사장은 LG생활건강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생활용품 및 화장품 등 주력 사업분야를 두루 거쳤다. 내부적으로는 마케팅 전문가로 통한다. 송 부사장은 LG유플러스 출신으로 영업 및 마케팅 분야에서 이력을 쌓았다. CJ헬로(현 LG헬로비전) 인수추진단 단장으로 인수합병(M&A)을 일선에서 담당하다가 LG헬로비전 초대 수장으로 낙점됐다.
◇CEO 인사 핵심 키워드 살펴보니
결국 구 회장 체제의 사장단 구성은 전략통·엔지니어 및 기술 전문가·사업 밀착형 CEO로 구분할 수 있다. 이는 LG그룹의 상황과 밀접한 영향이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전략통 CEO 중용 확대는 LG그룹의 신사업 추진력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LG그룹은 인공지능·바이오·클린테크 사업에서 미래를 찾고 있다. 이른바 'ABC'라고 불리는 사업들은 구 회장의 신사업이 될 예정이다. 청사진 그리는 과정인 만큼 전략 수립에 능한 인물들에 대한 선호도가 자연히 오르게 됐다는 설명이다.
오랜 기간 한 계열사 혹은 한 사업분야에서 두루 업무를 경험하며 깊은 통찰력을 쌓은 CEO들 역시 구 회장 체제 이전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엔지니어 및 기술 전문가 CEO들의 입지는 여전히 크다. 이는 구 회장이 추구하는 실리주의와 맞닿아 있다.
재계 전문가는 "각 사업에 있어 가려운 부분을 확실히 긁어줄 수 있는 인물들"이라며 "계열사 경영이 실질적으로 더 잘 돌아갈 수 있기 위한 인재 발탁이 아닐까 싶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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