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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반도체 넥스트 50년]부활 총대 멘 전영현, '메모리 신화' 재현할까DS부문장·사업부장·SAIT원장 겸직, HBM 성과 시급…후계자 육성 과제

김도현 기자공개 2024-12-13 10:17:43

[편집자주]

1974년 12월6일 시작된 삼성 반도체사업이 50주년을 맞았다. 고 이병철 창업회장과 고 이건희 선대회장을 거쳐 이재용 회장에 이르기까지 삼성을 넘어 한국 수출의 핵심으로 거듭났다. 하지만 현주소는 밝지 못하다. 장기간 왕좌를 지켜온 메모리는 주춤하고 신성장동력으로 점찍은 시스템반도체는 성장이 더디다. 반등의 계기가 필요한 삼성은 대대적인 인사로 변화를 줬다. 주요 인물 중심으로 삼성 반도체 사업의 다음 50년을 가늠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06일 08: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 상징으로 꼽히는 반도체 사업이 전례 없는 위기를 맞았다. 경쟁자와 추격자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신세다. 분위기 반전을 위해 올 5월 전영현 부회장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에 앉혔다. 삼성SDI에서 삼성전자로 복귀한 지 반년 만에 전격 배치다. 정기 인사철이 아닌 점, 의외의 인물이라는 점 등이 파격으로 귀결됐다.

최근 사장단 인사를 통해 전 부회장의 입지는 더욱 공고해졌다. DS부문장에 더해 메모리사업부장과 삼성종합기술원(SAIT) 원장이라는 견장까지 차게 됐다. 많아진 역할만큼이나 부담도 커졌다. 이를 계기로 전 부회장은 '메모리부터 살리자'라는 선택과 집중 전략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극적으로 돌아온 전 부회장, '엔비디아 잡아라' 특명

LG반도체 출신이라는 독특한 이력을 가진 전 부회장은 '삼성 반도체 신화'의 주역 중 하나로 여겨진다. 이전부터 진대제, 황창규, 권오현 등 입지전적인 기술자들의 후계자로 거론되기도 했다.

그러던 중 전 부회장은 2017년경 삼성SDI로 적을 옮겼다. 폭발 이슈를 겪은 배터리 사업의 기틀을 닦으라는 이유에서다. 결과적으로 미션을 완수했고 7년 만에 삼성전자 DS부문으로 금의환향하게 됐다.

다만 삼성SDI로 넘어갔을 때처럼 대내외 경영환경은 긍정적이지 못하다. 재차 급한 불을 꺼야 하는 소방수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전 부회장(사진)은 적자에 시달리던 삼성SDI를 단번에 흑자 기업으로 탈바꿈시킨 전례가 있지만 반도체 시장을 떠난 지 꽤나 흐른 상태였다. 그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공조한 배경이다. 그럼에도 긍정적인 반응이 적잖은 건 전 부회장 특유의 집요함과 결단력 덕분이다.

삼성SDI 재직 시절 전 부회장은 배터리 공급망 체질 개선에 나서 수익성을 대폭 끌어올렸다는 후문이다. DS부문으로 돌아와서도 사업부별 문제점을 체크하고 다각도로 변화를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대표적인 것이 메모리에 인적 및 물적 자원을 총동원한 것이다. 세부적인 재편을 통해 D램, 낸드플래시 등 주요 제품 기술력 향상에 무게중심을 둔 상태다. 앞서 D램 개발실장 등을 역임한 경험에 더해 연말부터 메모리사업부장을 겸직하면서 이같은 기조를 더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최우선 과제는 첨단 D램 경쟁력 회복이다. 30여년 선두였던 D램의 경우 양과 질 모두 압도해왔지만 최근 들어 경쟁사에 추격을 허용한 분위기다. 최신 버전인 10나노급 5세대(1b) D램부터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 등 주요 지표에서 밀리는 평가가 나오면서다. 이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주도권을 내준 핵심 요인이다.

이와 함께 HBM 확장도 시급하다. 당초 5세대 HBM(HBM3E)을 올 상반기 내 엔비디아에 납품하려 했으나 무산됐다. AMD, 아마존 등에 일부 공급 중이나 물량이 제한적이다. 인공지능(AI) 반도체 패권을 잡은 엔비디아와 거래를 트지 못하면 사실상 의미가 없다.

전 부회장도 이를 알기에 엔비디아와 협력을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의도치 않게 희망고문을 해온 엔비디아도 삼성전자에 호의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어, 내년부터는 새로운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 엔비디아 역시 SK하이닉스 의존도를 낮추려는 직간접적인 움직임을 내비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6세대 HBM(HBM4)부터는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관전 포인트는 10나노급 6세대(1c) D램이다. 1b D램으로 HBM4을 제작하는 SK하이닉스와 달리 삼성전자는 1c D램을 활용한다. 해당 승부수가 통한다면 SK하이닉스를 바짝 쫓게 된다. 따라서 1c D램을 얼마나 안정적이고 빠르게 양산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메모리 수장 후임 물색 관건, 조직개편 이후 변화 주목

당초 사장단 인사를 앞두고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사장) 후임에 대한 주목도가 높았다. HBM을 비롯한 메모리 전반이 예년만 못한 상황이어서 교체가 유력했기 때문이다. 일단 사상 처음으로 DS부문장이 메모리사업부장을 맡게 됐지만 중장기 관점에서 후계자 필요한 상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전 부회장이 전권을 쥐고 드라이브를 걸라는 명분도 있겠으나 마땅한 적임자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며 "당분간 사업부 내 주요 보직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암묵적인 경쟁 구도를 형성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조직개편으로 제조&기술담당 조직이 메모리 및 파운드리사업부 산하로 각각 이관됐다. 업의 특성이 다른 부분이 있어 다시 분리한 조치다.

차세대공정개발실은 개발팀으로 격하된 동시에 관련 인력 일부가 HBM 개발팀으로 합류했다. HBM에 힘을 실어주는 행보다. 또한 메모리사업부는 소재부품(CTC)센터를 글로벌 제조&인프라총괄 사업부로 통합시킨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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