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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이노텍 문혁수호 1년]신성장동력 FC-BGA 성과 미미, 내년도 '물음표'④반도체 불황 여파 여전, 일본·대만·삼성전기 중심 공급망 굳건

김도현 기자공개 2024-12-18 07:40:20

[편집자주]

문혁수 대표가 LG이노텍을 이끈 지 1년이 흘렀다. 기존 정철동 대표의 성과가 워낙 뛰어났던 만큼 전임자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핵심 매출처 스마트폰은 물론 신성장동력으로 삼은 전기차마저 주춤하는 등 대외 환경도 순탄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양한 어려움 속에서도 본인만의 스타일로 조직을 바꿔나가며 저력을 보여줬다. 첫 내부출신 CEO 체제에서 보낸 기간이란 점에서도 그의 경영 1년이 의미하는 바가 크다. LG이노텍의 현주소와 향후 전망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16일 15: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이노텍이 새 먹거리로 낙점한 '플립칩(FC)-볼그리드어레이(BGA)' 사업화가 예상보다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 대형 고객 확보에 난항을 겪으면서다. 수요가 인공지능(AI) 등 프리미엄 영역으로 국한돼 후발주자인 LG이노텍이 기회를 포착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이로 인해 전반적인 로드맵이 다소 지연되고 있다. 일단 LG이노텍은 적극적인 프로모션을 통해 고객 유치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로우·미드엔드부터 빠르게 진출해 레퍼런스를 쌓고 하이엔드로 무대를 넓히겠다는 심산이다.

◇양산 돌입 10개월, 빅테크 파트너십 요원

16일 업계에 따르면 LG이노텍은 구미 4공장에서 네트워크 및 모뎀용 FC-BGA, 디지털TV용 FC-BGA 등을 양산 중이다. 다만 물량은 많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FC-BGA는 인쇄회로기판(PCB)의 일종이다. PCB는 회로가 새겨진 판대기로 칩과 메인보드를 연결하는 부품이다. FC-BGA는 PCB 중에서 가장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는 고부가 제품이다. 응용처에 따라 난도가 나뉘는데 LG이노텍이 담당하는 부문은 중저가 라인에 속한다. PC, 서버, AI 등이 중고가 라인이 여겨진다.

과거 FC-BGA 업계는 일본 이비덴과 신코덴키, 대만 유니마이크론 등이 주도해왔다. 이후 삼성전기를 비롯해 대덕전자, 코리아써키트 등이 가세한 상태다. 여전히 일본과 대만이 강세인 가운데 삼성전기가 이들을 바짝 추격하는 형국이다.

2020년대 초 FC-BGA 핵심 응용처인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요가 급등하면서 관련 시장도 호황기를 맞이했다. 이에 따라 후발업체의 몫도 대폭 늘어나게 됐다. 이를 확인한 LG이노텍은 2022년 FC-BGA 투자를 공식화하고 같은 해 6월 시제품을 제작했다.

문제는 2022년 하반기부터 반도체 불황이 시작된 점이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코로나19 특수로 좋았던 업황이 수개월 만에 뒤집혔다. 이는 LG이노텍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전방이 위축되면서 기존 플레이어 위주로 공급망이 돌아간 영향이다.

*LG이노텍이 FC-BGA 양산하는 구미사업장

당초 LG이노텍은 지난해 10월부터 FC-BGA 본격 양산 개시하려 했으나 올해 2월로 미뤄졌다. 어느덧 10개월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대형 고객을 발굴하지 못한 실정이다. 실적 기여도가 현저히 낮다는 의미다.

현시점에서 FC-BGA는 AI와 데이터센터 등 일부 영역에서만 거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경험이 없는 신규 플레이어가 단번에 진출하기엔 쉽지 않은 곳이다. LG이노텍의 FC-BGA 확산세가 느린 배경이다. 고난도 프로젝트가 이어지면서 신입보다 경력사원 채용을 선호하는 셈이다.

결과적으로 LG이노텍이 세운 초기 계획은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생산능력(캐파) 증대 속도도 조절될 것으로 보인다. LG이노텍은 2026년 3월경 2차 대량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현재 상황이면 이행하기 어려운 일정이다.

LG이노텍은 "FC-BGA 기술 경쟁력 강화 및 고객 확대를 통해 사업을 육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 FC-BGA 등 육성사업 규모를 2030년 8조원 이상으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사업부는 반등 성공, 경쟁사와 격차 여전

기대만큼 결실을 맺지 못한 FC-BGA와 별개로 기판소재 사업부는 반등에 성공했다. FC-칩스케일패키지(CSP) 등 주력이 살아나면서 실적이 개선된 것이다. 3분기까지 약 1조1000억원 매출을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8% 증가했다.

FC-CSP의 경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용 반도체 기판으로 쓰인다. 하반기 신모델 공급 확대로 4분기도 호성적이 추정되고 있다.

*LG이노텍 FC-BGA 시제품 모습

더불어 LG이노텍은 반도체 기판 생산라인에 AI 기술을 도입해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추후 수익성 제고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당분간 FC-BGA는 실적 측면에서 존재감을 발휘하기는 힘들 전망이다. 수요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면서다. 이비덴, 신코덴키, 유니마이크론, 삼성전기 등이 주도권을 놓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이 중 삼성전기는 서버용 FC-BGA 공급망에 진입한 이래 속도감 있게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기업 간 거래(B2B) 산업 특성상 고객명을 공개하기 힘든 데 삼성전기는 이례적으로 AMD와의 협업 소식을 전한 바 있다. FC-BGA 시장 내 삼성전기 입지가 커졌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삼성전기는 애플의 아이패드, 맥북 등에 탑재되는 'M 시리즈'용 FC-BGA도 공급 중이다. 최근에는 아마존, 구글 등 빅테크와도 긴밀하게 협력 중이다. AI용 FC-BGA 납품까지 본격화하면서 선도업체와의 격차를 줄여가고 있다.

반면 LG이노텍은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예측된다. 중대형 고객 레퍼런스를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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