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 & Blue]주주명부 폐쇄 카운트다운, 고려아연 시총 흔들 변수는MBK·한화, 매도 지라시·요구 직면…탄핵 정국도 주요 변수로 부각
이호준 기자공개 2024-12-12 14:00:51
[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10일 08: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ow It Is Now'167만원→200만원→181만원→153만원'.
최근 4거래일 동안 고려아연 주식의 종가 추이입니다. 고려아연 주가는 지난달 26일까지만 해도 100만원 아래에서 거래됐으나 지난주 중반 이후 단숨에 한 주당 200만원까지 치솟았습니다.
주가 200만원을 기록한 지난주 목요일, 고려아연의 전체 발행 주식 수를 기준으로 한 시가총액은 41조원이었습니다. 이는 국내 시가총액 순위 6위에 해당하는 기록이었는데요. 당시 고려아연은 현대차(5위, 42조원)와 셀트리온(7위, 39조원) 사이에 자리하며 국내 대표 주식으로 부상한 듯 보였습니다.
그러나 이후 주가는 급락세를 보였습니다. 지난 6일에는 181만원까지 떨어졌고 9일 종가 기준으로는 153만원까지 하락했습니다. 시총은 31조원, 순위는 11위까지 하락했죠. 불과 1주일 사이에 50만원 가까이 오르락 내리락하며 다이내믹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흐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또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이는 고려아연의 임시 주주총회가 다음 달 23일로 예정돼 있다는 점에서 비롯됩니다.
주총에 참여할 수 있는 주주명단 확정 기한은 이달 20일입니다. 이는 임시 주총에서 권리를 행사할 주주를 결정짓는 시점까지 11일, 영업일 기준으로 9일 남았다는 뜻입니다. 표 대결을 위한 최윤범 회장 일가와 MBK·영풍 연합 간의 치열한 지분 확보 경쟁이 이어질 것인 만큼 남은 기간 고려아연 주가에 이목이 쏠리는 건 당연한 결과일 겁니다.
◇Industry & Event
MBK·영풍 연합의 주식 공개매수는 지난 10월 14일 마무리됐습니다.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역시 10월 23일 종료됐죠. 이를 통해 MBK·영풍 연합은 5.3%, 고려아연 측은 11.2%의 지분을 각각 추가 확보하며 지분율이 38%와 35%로 형성됐습니다.
결과적으로 어느 쪽도 과반 지분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이는 본격적인 지분 경쟁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과도 같았는데요. 실제로 고려아연과 MBK·영풍 연합 간의 지분 확보 경쟁은 수면 위로 드러난 이후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MBK·영풍 연합은 장내 매수를 통해 지난달 11일 1.36%를 추가 확보했다고 공시를 통해 밝혔습니다. 이에 맞서 최윤범 회장 측도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4일까지 특수목적법인(SPC) 트로이카드라이브와 영풍정밀 등 여러 계열사를 동원해 0.32%를 장내 매수하며 대응에 나선 상황입니다.
상호 간의 장내 지분 매집은 누군가에게 또 다른 기회로 비칠 수도 있습니다. 지금 고려아연 주식을 매수한다면 개인이든 세력이든 간에 지분이 필요한 최윤범 일가나 MBK·영풍 연합 측에 더 높은 가격으로 팔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당연히 향후 표 대결을 염두에 둔 양사의 지분 확보 경쟁과 맞물려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 고려아연 주가는 지난 4일 167만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이는 코스피가 간밤 비상계엄 선포의 여파로 1.4% 하락한 것과 대조적입니다. 양측이 장내 지분 매입 경쟁을 벌이는 것 외에도 시장에서는 다양한 투자 주체들이 적극적인 매수세를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Market View
시장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분위기가 대부분입니다. 지난 3일에는 비상계엄 선포 외에도 한국거래소가 고려아연을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 예고하기도 했습니다. 거래소는 같은 날 고려아연을 하루 동안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했습니다.
거래소의 시장경보제도는 투자주의→투자경고→투자위험 3단계로 구분됩니다. 투자경고 종목 지정 시 신용융자로 매수할 수 없습니다. 매수 시 위탁 증거금을 100% 납부해야 합니다.
특히 고려아연의 유통 주식 수와 관련해 업계는 실질적으로 거래되는 물량이 전체의 0.15% 수준에 불과하다고 분석합니다. 이는 약 3만주에 그치는 수준으로 이로 인해 양측의 공개매수 종료와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철회 이후 단계에서도 주가가 과도하게 출렁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거래 물량이 적어도 주가가 큰 폭으로 움직일 수 있는 구조가 돼버렸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을 변화시킬 유일한 변수는 여전히 '시간'입니다. 비상계엄 해제 이후 탄핵 정국과 시장의 과열 우려에도 양측의 경영권 분쟁과 지분 확보 경쟁은 계속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증권가가 침묵하고 있는 사실도 현 상황에 대한 불확실성을 보여줍니다. 실제로 MBK·영풍 연합이 공개매수신고서를 제출한 지난 9월 이후 증권사들은 관련 리포트를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신사업 투자와 주주환원 정책에 대해 상세한 보고서를 꾸준히 발표했던 이전과는 뚜렷한 대조를 이룹니다.
◇Keyman & Comments
그렇다면 앞으로 고려아연 주가는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까요. 주주명부 폐쇄일인 20일까지 급등락을 피하지 못한 채 계속해서 변동성에 휘말려야 하는 걸까요?
그래도 시장은 '장외' 움직임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급락에 따른 손실을 피할 단서로 보고 있습니다. 지난주 6일 증권업계에서는 MBK 측이 급등한 주가에 경영권 확보 대신 차익 실현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라시'가 확산했습니다.
9일에는 고려아연 주식 7.8%를 보유한 한화그룹이 MBK·영풍 연합 등으로부터 차익 실현 압박을 받기도 했는데요. 이러한 상황은 개인 투자자나 세력들 역시 시장 흐름을 반영해 매도에 나설 가능성을 키우고 있습니다.
탄핵 정국 또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탄핵 대치 정국이 장기화될수록 주식 시장에서 개인 자금의 이탈이 지속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여기에 정치적 불확실성이 얼마나 더 확대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고려아연이 매수 우위를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물론 이번 사태의 책임은 고려아연과 MBK·영풍 연합에 귀속될 가능성이 큽니다. 더벨은 양측의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접촉했으나 뚜렷한 입장은 없었습니다. 다만 강성두 영풍 사장으로부터 일부 의견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다른 세력들이 매수하면서 주가가 상한가로 오른 것으로 보인다"며 "영풍은 선의의 투자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할 것이며 개별 지분 매수 계획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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