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interview]신세계 외벽 밝히는 불빛, 파급력을 만드는 '4분'유나영 ㈜신세계 VMD 담당 "크리스마스의 상징, 미디어 역사로서의 '축' 되길 기대"
김혜중 기자공개 2025-01-02 07:59:10
이 기사는 2024년 12월 24일 12: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연말 백화점은 상업시설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소중한 기억을 정리하고 새로운 추억을 만들기도 하는 ‘공간’으로서의 가치다. 건물의 외벽을 장식하는 미디어 파사드는 그런 백화점에 시각적 의미를 더해준다. 고객에게 무형의 가치를 제공하는 예술인 셈이다.파사드의 가치는 숫자로 측정되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연말 대목 광고보다 가시적인 수익성은 떨어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광고 대신 파사드를 선택한 신세계백화점은 무형의 가치에 주목했다. 공간으로서의 의미에 신세계만의 아이덴티티를 투영시킨다.
무형의 가치는 마케팅 성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경기 불황과 소비 침체에도 신세계백화점은 외국인 고객을 중심으로 성장세를 지속했다. 미디어파사드가 공개된 11월부터의 매출액 신장률은 더욱 두드러진다. 이에 신세계백화점은 지역의 '랜드마크'로서 고객의 눈높이를 충족시키기 위한 사투를 벌인다.
◇‘10개월’의 준비 기간, 녹아 있는 고민의 흔적
크리스마스를 이틀 앞둔 지난 23일 신세계백화점 본사가 위치한 서초구 인근에서 유나영(사진) VMD 담당을 만났다. VMD는 ‘비주얼 머천다이저’의 약자로, 브랜드 콘셉트에 맞춰 공간 및 상품을 연출하는 업무를 맡는다. 미디어파사드 기획 외에도 팝업 스토어 및 상품 진열 등을 다양하게 도맡고 있다.
업무의 경중을 따질 순 없지만 가장 장기간 진행되는 프로젝트는 바로 미디어 파사드 작업이다. 1월부터 3월까지는 콘텐츠 후보군을 3개 설정, 콘티와 짧은 영상을 제작한다. 3개 중 선택된 하나의 주제를 대상으로 4월부터 본격적인 제작에 들어간다. 3~4분 남짓의 영상을 제작하면서 차용될 배경 음악도 함께 만든다.
5개월간 실제 제작 작업을 거쳐 9월부터는 현장 테스트에 돌입한다. ‘뒷작업’이라고 표현되는 색감 및 디테일 보정 작업을 거친다. 이후 외벽에 영상이 송출되기 이전 스크린 송출용 매핑이 진행된다. 이러한 작업이 마무리되는 시기는 10월 중순경이다. 실제 현장에서 시범 상영을 거쳐 11월에 접어들어 미디어 파사드를 공식적으로 공개한다.
10개월간의 대장정을 거친 올해 신세계 미디어 파사드의 주제는 ‘크리스마스의 순간들을 찾아서’다. 유 담당은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서 태어난 대형 리본이 백화점을 신비한 성으로 변화시키고, 크리스마스의 아름다운 순간들을 찾아 나서는 여정을 담은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콘텐츠 영감의 원천은 어딜까. 영화나 광고 영상, 외국의 조형물부터 시작해 일상의 순간을 포착하기도 한다. 유 담당은 “이번 크리스마스 영상은 머플러가 나오는 영국의 한 백화점 광고에서 영감을 받았다”며 “머플러가 리본이 되는 짤막한 영상이었는데, 리본이 생겨난 것 시작점으로 이야기를 펼치고 싶었고 이번 영상을 통해 스토리를 담았다”고 말했다.
◇백화점을 넘어 '랜드마크'로, 벌써 시계는 '2025년'에
올해 신세계백화점은 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11월까지 누적 매출액 6조531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했다. 구체적인 점포별 신장률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신세계 측에서는 이를 외국인 유입 증가에 따른 성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신세계백화점의 외국인 매출 신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148% 증가했다. 신세계 디지털사이니지 ‘신세계스퀘어’ 오픈 후 더욱 가파른 신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회사 측에 따르면 11월을 기점으로 퀀텀점프한 외국인 매출 신장률은 11월 말 기준 229.4%까지 증가했다.
외국인을 중심으로 한 신세계백화점의 호실적에는 미디어파사드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유 담당도 올해 미디어파사드의 가장 큰 차이점이자 경쟁력을 ‘하드웨어’에서 꼽았다. 가로 72m, 높이 18m, 1,292.3㎡의 면적을 초대형 발광다이오드(LED) 전광판으로 채웠다. 면적으로 따지면 2023년 1134㎡보다 13% 증가했다.
올해부터 서울 명동 일대가 옥외광고물 자유표시 구역으로 설정되면서 스크린 설치 면적을 넓힐 수 있었다. 여기에 LED 칩 간격을 조정해 8K에 해당하는 고화질의 영상을 송출할 수 있게 됐다. 신세계백화점이 ‘신세계스퀘어’로서 서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시작된 배경이다.
올해 미디어파사드가 공개된 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은 시점, 유 담당은 벌써 내년 크리스마스를 준비하고 있다. 그는 “내년부터는 거리를 좀 더 확장해서 꾸미는 방안도 구상 중”이라며 “신세계스퀘어의 영상을 관람하는 걸 넘어서 아날로그 감성도 같이 느끼면 시너지도 극대화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끝으로 유 담당은 “미디어 파사드가 신세계의 겨울 연말 아이덴티티가 됐으면 좋겠다”며 “저희가 만든 영상이 아카이브로 남아 신세계 미디어 역사를 만드는 하나의 축이 되길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단발성이 아닌 계속 축적 가능한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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