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알리바바 동맹]'로컬화' 알리, '글로벌' 지마켓…적확한 수요 충족③추가 성장 동력 모색 '공통 과제', 알리바바그룹 국내 시장 확장 '가속' 전망
김혜중 기자공개 2024-12-30 08:27:16
[편집자주]
정용진 회장 체제가 출범한 2024년 신세계그룹은 바쁜 시간을 보냈다. 통합 이마트를 출범하고 신세계건설 상장폐지 등 자회사 개편도 진행했다. 대미를 장식한 건은 지마켓의 심폐소생을 위해 알리바바그룹과 손을 잡은 것이다. 사실상 쿠팡 독주 체제가 구축된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도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벨은 변화를 예고한 신세계와 알리바바그룹의 협업 배경과 사업전략을 종합적으로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27일 14: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세계그룹과 알리바바그룹이 맞손을 잡은 것은 양사의 니즈(수요)가 정확히 일치한 결과로 분석된다. 알리바바그룹의 경우 국내 시장 확장을 두고 '넥스트 스텝'을 고민하고 있고, 지마켓은 글로벌 사업 등 새로운 성장 동력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부족한 점을 채우는데 초점이 맞춰진 '상호 보완'적 협력 관계를 맺은 것이다.신세계그룹 품에 안긴 뒤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고 있는 지마켓은 판매 채널을 글로벌로 확장함과 동시에 추가 셀러 유입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한국 시장 안착에 성공한 알리바바그룹은 지마켓 인수를 통한 현지화를 통해 영토 확장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평가다.
◇실적 '악화일로' 지마켓, '글로벌' 활로 열렸다
신세계그룹은 알리바바의 자회사인 알리바바인터내셔널과 2025년 중 합작법인(JV) '그랜드오푸스홀딩'을 세울 계획이다. 출자 비율은 5대 5로 동일하며 신세계그룹은 지마켓을 현물 출자하는 방식으로 참여한다. 설립이 완료되면 지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는 합작법인의 자회사로 위치한다. 다만 운영은 지금처럼 독립적으로 실시될 예정이다.
지마켓은 2021년 6월 신세계그룹의 품에 안겼다. 신세계는 당시 지마켓 지분 80.01%를 3조4400억원에 사들였다. 그러나 인수 이후 지마켓의 실적은 악화일로를 걸었다. 2022년 654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2023년에도 321억원의 손실을 냈다. 2023년 매출액은 1조196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2% 감소했다.
오프라인 유통 시장에서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이커머스로 영토를 넓혔다. 하지만 쿠팡과 네이버 등 경쟁사의 약진과 부족한 이커머스 생태에 대한 이해도로 인해 신세계의 지마켓 인수는 그룹의 사업 확장에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에 최근 지마켓도 글로벌 역직구 등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던 단계였다. 쿠팡이 지배적인 사업자로 자리잡은 국내 시장보다는 역직구 등을 통해 글로벌 무대로 국내 셀러들의 제품을 수출해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기존 운영하던 '글로벌샵' 플랫폼을 통해 해외직구 및 역직구 판매자 마케팅 지원 등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번 합작법인 설립은 이러한 지마켓의 글로벌 영토 확장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알리바바그룹이 보유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지마켓에 입점한 셀러가 판매하는 상품이 알리바바인터내셔널의 글로벌 셀링 프로그램의 수혜를 받을 수 있다.
알리바바인터내셔널은 동남아 지역 B2C 플랫폼 라자다, 남미 지역의 미라비아 등의 전세계 200여개 국가를 대상으로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지마켓과 입점 셀러로서는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채널이 확대된 셈이다. 추가 성장 동력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다.
여기에 추가 셀러의 유입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쿠팡과 같은 직매입이 아닌 오픈마켓은 플랫폼이 판매자와 구매자를 이어주는 일종의 가교 역할을 한다. 직접 물건을 사들여서 파는 구조가 아니기에 셀러의 입점이 곧 상품과 가격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셀러의 입장에서 지마켓에 입점하면 별도의 판매 범위를 글로벌 시장까지 확장시킬 수 있다. 지마켓은 해외시장 진출과 동시에 셀러 확보를 통한 국내시장 경쟁력 강화도 가능해 두 마리 토끼를 겨냥한 협력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알리바바그룹의 '현지화' 니즈, 물류 경쟁력 강화 기대도
알리바바그룹 역시 이번 합작법인 설립으로 한국 시장 진출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알리바바그룹은 2023년 8월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라는 유한회사를 세우고 한국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지난 3월에는 산업통상자원부에 '알리바바의 향후 한국경제 기여 및 소비자보호 방안'이라는 제목으로 보고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보고서에는 국내 시장에 전용 물류센터를 포함해 3년간 약 1조5000억원을 투자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2024년 11월 알리익스프레스의 월간활성이용자(MAU)는 967만명에 달한다. 올해 3월 694만명을 달성한 이후 성장세가 둔화되는 양상이었으나 이내 반등에 성공했다. 업계에서는 1000만명 상당의 MAU를 보유한 알리익스프레스가 이미 국내 시장에 안착했다고 바라보고 있다.
다만 알리의 고민은 객단가와 거래액이다. 초저가 상품을 판매하는 알리익스프레스 특성상 경장업체 대비 객단가가 낮게 책정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러한 한계를 국내 중소 셀러를 입점시키면서 제품 판매 단가를 다양화시켜 객단가를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안착 후 넥스트 스텝을 위해 '현지화'가 필요한 상황 속 30년이 넘는 업력을 보유한 지마켓은 알리바바그룹의 국내 시장 확대를 위한 든든한 우군이 될 수 있다. 현재 지마켓과 거래하고 있는 셀러는 60만명 수준으로 추산된다. 알리익스프레스는 구체적인 셀러 수를 공개하고 있지는 않지만 한국 진출 자체가 얼마 되지 않았고, 국내 셀러 수로만 보면 지마켓이 보유한 셀러 규모는 큰 경쟁력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근 알리바바그룹은 국내 중소기업 셀러의 해외진출을 연결해주는 B2B 웹사이트 '한국 파빌리온'을 론칭하기도 했다. B2C사업을 전개하는 알리익스프레스는 K-베뉴를 따로 오픈해 국내 셀러들을 적극적으로 수혈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산 제품이 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향후 알리익스페스가 공산품을 넘어 신선식품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국내 판매자들을 모으는 작업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이커머스 업계에서 셀러만큼이나 중요한 건 바로 물류 시스템이다. 알리익스프레스의 초저가 공세에도 더 공격적으로 영토를 확장하지 못한 배경으로는 긴 배송 기간이 꼽혀 왔다. 1~2주 이상 걸리던 배송이 지마켓의 빠른 배송 서비스와 결합 시 일주일 이내로 단축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알리익스프레스가 내년 상반기 국내 물류센터 준공을 계획하고 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알리익스프레스의 글로벌 상품이 한국 소비자들에게 전달되기도 쉬워지면 지마켓의 브랜드 신뢰도를 바탕으로 알리익스프레스의 브랜드 이미지를 개선할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알리바바그룹으로서는 알리익스프레스와는 별개로 지마켓이 보유한 인적 자원과 노하우를 국내 시장에서 적극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단순히 한국 시장에만 활용하는 것이 아닌 글로벌 무대를 대상으로 한국 제품을 손쉽게 공급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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