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League Table]오락가락 블록딜 시장, UBS 꾸준한 성과 '주목'[ECM/블록딜]상반기 1위 연말까지 지속, 4년만에 정상
권순철 기자공개 2025-01-02 09:31:21
이 기사는 2024년 12월 31일 14: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24년 국내 블록딜 시장은 열탕과 냉탕을 왔다갔다 했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사상 최대 금액인 약 6조원이 거래된 반면 하반기에는 5000억원대에 불과했다. 사전공시 제도와 더불어 미국발 증시 침체, 정치 혼란으로 증시 변동성이 확대된 영향이 컸다.결국 상반기 얼마나 공격적으로 딜을 주관했는지가 순위의 당락을 결정했다. 대규모 딜이 집중돼 있었던 만큼 외국계 증권사가 상위권을 차지했지만 끝까지 1위를 지킨 곳은 UBS였다. 상반기에만 나홀로 25%가 넘는 점유율을 거머쥐며 일찌감치 격차를 벌렸다.
◇들쭉날쭉 블록딜 시장…증시 변동성 확대 '시름'
더벨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2024년 국내 블록딜 거래액은 총 7조243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거래 규모가 500억원 이상인 딜만 취합한 결과다. 특수관계자 간 거래 역시 자본시장이나 주관사의 역할이 제한돼 집계에서 제외했다.
2024년 4분기 블록딜 시장도 3분기와 마찬가지로 침체 분위기를 이어갔다. 상반기에만 6조6846원 규모에 달하는 돈뭉치가 시간외매매로 거래된 반면 3분기(4099억원), 4분기(1485억원)에는 1조원을 훨씬 하회하는 금액이 거래됐다. 특히 4분기에는 베인캐피탈이 휴젤의 지분 4.30%를 매각한 건이 유일했다.
7월부터 블록딜 사전 공시 제도가 정착되면서 상반기까지 이어진 초호황이 누그러진 측면도 있다. 발행주식 1% 이상을 거래하기 위해선 딜 개시 90일 전부터 할인율 등 관련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북빌딩 3개월 전부터 주가 하방 압력이 가해진다는 뜻인데 그렇지 않아도 할인된 가격에 지분을 내놓아야 하는 매도자 입장에선 원치 않는 결과다.
물론 물밑에서 대규모 블록딜에 나서는 움직임은 지속적으로 관측됐다. 일례로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는 HD현대마린솔루션 보유 지분에 대한 락업이 해제되자 차익 실현 목적의 블록딜을 추진했다. JP모간과 UBS를 주관사로 선정하는 등 실질적인 매각 프로세스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지난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 계엄령을 선포한 이래 정치 혼란이 증시 변동성에 기름을 부었다. 3일 북빌딩을 추진하던 KKR의 블록딜 시도는 당연히 무산됐다. IB 업계 관계자는 "보유 주식 매각에 대한 니즈는 꾸준히 관측되고 있지만 시장 환경이 뒷받침해주고 있지 못하다"며 "계엄과 탄핵 국면이 변동성을 더했다"고 말했다.
◇'상반기 1위' UBS 선두 수성…4년 만에 왕좌 탈환
결국 상반기에 얼마나 공격적으로 딜을 소싱해서 주관했는지 여부가 전체 연간 리그테이블 순위 당락을 결정했다. 조단위를 포함해 대규모 블록딜이 포진돼 있었던 만큼 외국계 증권사들이 주요 순위에 이름을 올렸지만 그 중에서도 끝까지 1위를 수성한 하우스는 UBS였다. 상반기에만 1조7592억원의 실적을 쌓으며 일찌감치 격차를 벌렸다.
물론 상반기 2위 씨티글로벌마켓증권(1조6516억원)과 차이가 크지 않아 하반기 치열한 경쟁이 예상됐다. 그러나 블록딜이 활발히 일어날 만한 시장 환경이 갖춰지지 않으면서 단번에 역전할 만한 상황도 연출되지 못했다. 씨티증권이 하반기 침묵했던 데 반해 UBS는 삼성증권과 함께 IMM PE의 우리금융지주 지분 매각을 도우며 굳히기에 들어갔다.
UBS가 연간 블록딜 리그테이블에서 선두 자리를 거머쥔 것은 2020년 이후 처음이다. 당시 UBS는 9394억원 규모의 주관 실적을 쌓았는데 KB증권(5662억원)을 멀찌감치 따돌리며 1위를 달성했다. 2019년에 이어 '리핏'을 달성하며 상승세가 예상됐지만 이후 3년 동안은 하위권을 전전하며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그러나 2023년 크레디트스위스(CS)를 인수한 뒤로 시장 내 존재감이 확연히 달라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CS는 카카오뱅크, HD현대중공업 IPO를 주관하는 등 ECM 마켓을 주름 잡은 플레이어 중 하나다. 합병 직후 이경인 CS 대표와 핵심 실무진들이 UBS로 이동하면서 ECM 경쟁력도 자연스레 한층 강화될 수 있었다.
리그테이블 1위 UBS부터 4위까지 외국계 증권사로 즐비하지만 국내 하우스들도 분전했다. 특히 삼성증권은 5037억원의 주관 실적을 쌓으며 5위를 마크했다. 1532억원 규모를 주관한 한국투자증권은 한앤코개발홀딩스의 SK이터닉스 지분 매각, 크레센도에쿼티파트너스의 서진시스템 지분 블록딜 등 굵직한 건들을 단독으로 주관하는 성과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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