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그룹은 지금]해외진출? '태생적 한계'에 신중모드④공동주주 몬델레즈, 글로벌 커피사업 철수…주가로 드러난 수출 기대감
윤종학 기자공개 2025-01-07 07:55:28
[편집자주]
동서그룹은 국내 믹스커피 시장 1위인 동서식품을 중심으로 사세를 키워왔다. 다만 믹스커피 시장이 위축될수록 그룹 전체의 성장동력도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해외진출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지만 글로벌 식품기업 몬델레즈와 공동기업이라는 태생적 한계에 부딪혀 해외진출도 쉽지 않았다. 다만 최근 몬델레즈가 글로벌 커피사업을 철수하며 다시금 동서그룹의 해외진출 가능성이 고개를 들었다. 더벨은 시장의 재조명을 받고 있는 동서그룹의 현 상황과 재무상황, 해외진출 가능성 등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31일 14: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동서그룹의 핵심 계열사는 맥심, 카누 등 믹스커피를 제조하고 있는 동서식품이다. 국내 믹스커피 시장점유율 1위로 안정적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이는 동서그룹 전체 매출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 다만 2010년대에 들어서며 국내 믹스커피 시장의 성장이 둔화하며 더이상 내수만으로는 동서식품의 미래 성장성을 갖추기는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이에 시장에서는 동서식품의 해외진출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는 실정이다. 최근 K-푸드 열풍을 타고 라면, 만두 등 식품업체들의 해외진출이 이어지며 동서식품의 해외진출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다만 동서그룹은 동서식품의 해외진출 가능성에 여전히 선을 긋고 있다.
◇동서 주가, 두 달만에 40% 급증…해외진출 가능성 주목
동서그룹의 유일한 상장사인 동서는 올해 10월21일을 기점으로 주가가 우상향하는 모습을 보였다. 10월21일 1만9470원이었던 주가는 12월30일 종가 2만7350원까지 오르며 40.4% 급증한 모습을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비상계엄 사태 등 불안정한 연말 증시상황 속에서 괄목할만한 상승세를 보인 셈이다.
이는 시장에서 동서식품의 해외진출 여부에 주목하고 있음을 반증한다. 동서식품은 설립 이후 현재까지 직접 수출에 나선 적이 없다. 국내 물량을 타유통업체들이 해외에 판매하는 경우는 있지만 이는 결국 내수 매출로 잡히는 부분이다.
내수에 국한된 비즈니스 구조는 결국 동서식품의 성장 둔화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10년 동안 동서식품 매출은 연평균 1% 성장하는데 그쳤고, 신규 사업인 캡슐커피도 아직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시장이 동서그룹의 해외진출 가능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다.
올해 동서의 주가도 다시 고개를 든 해외진출 가능성에 영향을 받았다. 주가 변화의 기점이 된 10월21일은 몬델레즈 인터내셔날이 보유 중이던 JDE피츠 주식 8600만주를 주당 21.10유로에 JAB홀딩스컴퍼니에 매도하기로 결정한 날이다.
동서식품은 동서와 몬델레즈가 지분 50%씩을 보유한 공동기업형태로 설립됐다. 공동주주인 몬델레즈는 글로벌 커피사업도 펼치고 있으며 해당 사업을 담당하는 곳이 바로 이번에 매각하기로한 JDE피츠다. 몬델레즈가 글로벌 믹스커피 사업을 추진하는 계열사의 지분을 처분하며 동서식품 해외진출에 따른 이해상충 문제가 해소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동서그룹이 해외진출 가능성에 선을 그으며 동서 주가는 상승동력을 다시 반납하는 모양새다. 12월11일 3만170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전일 2만7350원에 거래를 마쳤다.
◇내수용 공동기업 '태생적 한계'…"해외진출 계획 無"
동서그룹이 매번 해외진출 가능성에 선을 긋는데는 동서식품이 지닌 태생적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동서식품은 1970년 12월 국내 최초로 믹스커피 생산에 성공해 국산 믹스커피 시대를 열었다. 당시 국내에는 제조기술이 없었던 만큼 미국의 제너럴푸즈(General Foods)사와 기술도입 및 합작사업 계약을 체결하며 이를 가능케했다.
이후 제너럴푸즈는 크래프트에 인수됐고, 크래프트는 글로벌 사업부문을 분사해 몬델레즈 인터내셔널을 설립한다. 이에 동서식품 지분구조는 동서(50%), 몬델레즈(50%)로 나눠 보유한 공동기업형태다.
동서그룹의 해외진출과 관련해 공동주주인 몬델레즈가 중요한 이유는 동서식품의 핵심브랜드인 맥심 등의 상표권이 몬델레즈에 있기 때문이다. 몬델레즈는 1968년 동서식품과 합작사업 계약을 체결할 당시 한국 시장에서만 제품을 판매할 수 있다는 조항을 넣은 것으로 알려진다.
국내에 기판매된 제품을 중간 유통사가 해외에 가져다 판매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해외 직접 수출은 불가능한 태생적 한계가 있던 셈이다. 이는 몬델레즈가 미국, 유럽 등 글로벌 지역에서 이미 믹스커피 제품을 판매하고 있어, 동서식품의 해외진출에 따른 사업상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만 과거와 달리 몬델레즈가 커피사업 자산을 줄이고 과자사업에 집중하고 있어 향후 해외진출 가능성을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몬델레즈의 매출 비중은 비스킷(49.6%), 초콜렛(30.1%), 캔디(10.8%), 치즈(6.0%), 음료(3.5%) 등으로 알려져있다. 이미 커피사업의 비중이 크지 않을 뿐더러 최근 발표한 JDE피츠 지분 매각이 마무리되면 사실상 커피 시장에서는 철수하게 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동서식품의 해외진출은 현재 계약상은 불가능하겠지만 향후에는 몬데레즈의 사업적 판단이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라며 "최근 과자매출을 높이는데 집중하겠다는 사업계획을 밝힌 점이나 커피사업부를 매각하는 내용 등을 보면 과거 계약의 근거인 이해상충 문제는 희미해진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동서와 동서식품 관계자는 "내수 믹스커피 사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인 만큼 주주간 협의 없이 수출을 진행할 수 없다"며 "현재 예정된 해외수출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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