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대, 미국 크립토 규제 방향]연방법 마련 움직임, SEC '증권법 적용' 문제 해소 가닥④FIT21 법안 올해 재발의 예정…가상자산 관리·감독 권한 CFTC로
노윤주 기자공개 2025-01-23 09:02:53
[편집자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선거 당시 미국을 '비트코인 패권국'으로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취임 전부터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을 이끌었다. 미국은 그간 SEC를 중심으로 강력한 규제 기조를 유지해 왔지만 앞으로는 산업 육성으로 정책을 전환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를 뒷받침할 관련 법안도 빠르게 마련되고 있다. 미국의 가상자산 정책 방향을 점검하고 트럼프 취임에 맞춰 그가 그리고 있는 가상자산 패권국은 어떤 모습일지 예측해 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1월 21일 14시3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국이 '21세기 금융혁신기술법(FIT21)' 법안을 통해 연방 차원 가상자산 통합 규제 체계 마련에 나선다. 그간 각 주별로 상이했던 규제를 통일하기 위함이다.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와 증권거래위원회(SEC) 간 모호했던 가상자산 감독 권한 구분도 핵심 내용으로 담았다.법안에서는 탈중앙화된 가상자산은 '상품'으로 분류해 CFTC가 관리하도록 규정했다. 탈중앙화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도 제시해 업계 혼란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올해 초 의회 회기 종료로 법안이 자동 폐기됐다. 이미 하원에서 초당적 지지를 받아 상원에 회부됐었던 만큼 공화당은 트럼프 정권하에 다시 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가상자산 업계는 FIT21 법안이 마련된다면 증권성 논란에 휘말려 위축됐던 가상자산 산업이 다시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거래소, 지갑서비스뿐 아니라 탈중앙화 서비스 활성화도 기대하는 눈치다.
◇발행사 규제 쟁점은 탈중앙화…거래소는 상장 종목 따라 등록해야
FIT21 법안에서는 가상자산을 '디지털자산'이라고 표현했다. 또' 중개자 의존 없이 개인 간 이전이 가능하고 암호화된 공개 분산원장에 기록되는 대체 가능한 디지털 가치의 표시'라는 정의도 내렸다.
이에 따라 탈중앙화된 가상자산은 '디지털상품'으로 분류해 CFTC가 관리·감독한다. 탈중앙화 여부가 모호한 가상자산은 '한정 디지털자산'으로 간주하고 SEC가 관리하도록 규정했다.
탈중앙화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도 제시했다. 특정인이 블록체인 시스템 기능이나 작동을 통제할 일방적 권한을 가지지 않아야 한다. 사용·취득·전송을 제한하거나 금지할 권한을 가진 특정인, 운영사도 없어야 한다.
소유 구조 측면에서도 제한을 뒀다. 발행인과 특수관계인 합산 보유량이 총 발행 가능 수량 20%를 초과하면 탈중앙화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 발행인 측이 네트워크 거버넌스 투표권(보팅파워) 20% 이상을 보유해서도 안 된다.
'최종 사용자 배포' 개념도 주목할 부분이다. 직전연도 기준 가상자산의 시장 유통이 발행사 자금조달 목적으로 이뤄지지 않았어야 한다. 생태계 유지를 위한 신규 발행만 인정한다. 채굴, 검증인 보상, 스테이킹, 에어드롭 등 블록체인 시스템 운영을 위한 발행 등이 최종 사용자 배포에 해당한다.
위와 같이 법안에서 제시한 요건을 모두 충족한다면 디지털상품으로 분류돼 CFTC 감독을 받게 된다. CFTC는 가상자산 현물 시장 거래 내역까지 감독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업계서는 발행사 외에 거래소와 같은 관련 기업의 감독 권한은 어느 기관이 가질지 주시하고 있다. 법안에 따르면 가상자산거래소는 취급하는 자산 성격에 따라 감독 기관이 결정된다. 즉 상장된 종목에 따라 갈릴 수 있다는 뜻이다.
탈중앙화 요건을 갖춘 디지털상품만 취급한다면 CFTC 소관, 그 외 한정 디지털자산을 취급하는 거래소는 SEC의 감독을 받게 된다. 두 유형 모두 상장하고 있는 거래소와 전송, 보관을 제공하는 지갑업체는 양쪽 기관에 모두 등록해야 한다.
법안은 관련 사업자에 대한 구체적인 규제 사항도 명시했다. 거래소들은 고객 자산을 회사 자산과 분리 보관해야 하며, 다른 고객의 거래 증거금이나 담보로 활용할 수 없다. 또한 상장 자산의 주요 위험과 특성, 고객 자산 보관 방식, 데이터 보호 정책 등을 정기적으로 공시해야 한다.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 활성화 기대…디파이까지 영향
이 법안은 지난해 하원을 통과해 상원의 은행, 주택 및 도시 문제 위원회에서 다뤄졌으나, 의회 회기 종료로 폐기됐다. 하원에서는 공화당 208명, 민주당 71명의 지지를 받아 통과했지만 상원 통과는 불투명했었다.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이 반대했기 때문이다. 투자자 보호 내용이 불충분하다는 이유였다. 이에 공화당은 올해 관련 내용을 보강해 법안을 다시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가상자산 시장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거래소, 발행사뿐 아니라 탈중앙화금융(디파이) 서비스 활성화까지 점치고 있다. 지난해까지 SEC는 탈중앙서비스 개발사에도 미등록 증권 판매 혐의를 적용해 제재에 나섰었다.
대표적 예시가 '리도 스테이킹'을 개발한 컨센시스와의 분쟁이다. 리도 스테이킹은 디파이 한 종류인 유동성 스테이킹 서비스 중 하나다. 여러명이 모여 스테이킹 최소 물량을 맞추고 스테이킹 보상을 나눠 가지는 시스템이다.
이 때 투자자는 스테이킹 증표로 추가 토큰을 부여받다. 이 토큰을 다른 디파이 플랫폼에서 사용해 투자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 자산 락업 상태에서도 투자를 이어갈 수 있어 유동성 스테이킹이라고 부른다. SEC는 유동성 스테이킹을 투자 계약으로 해석해 제재해왔다.
FIT21 법안이 발효될 경우 탈중앙화 기준에 따라 디파이 서비스들도 디지털상품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크다. 가상자산 업계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SEC 수장이 바뀌고, 순차적으로 FIT21법안까지 마련된다면 규제로 움추렸던 탈중앙화서비스가 다시 활성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현된다면 현재는 제외돼 있는 이더리움 현물 ETF 물량 스테이킹에 대한 요건도 마련될 수 있다.
디스프레드 리서치 팀은 "FIT21에서 정의하는 분산화 요건에 따라 이더리움 유동성 스테이킹 서비스의 분류가 결정될 것"이라며 "상품으로 분류될 경우 이더리움 현물 ETF에도 스테이킹을 적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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