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중소 보험사는 지금]대한생명 출신이 이끈 한화손보 2년, 거뜬한 '합격점'⑩나채범 대표 3월 임기 만료…'성과주의' 기반 연임 가능성 ↑
조은아 기자공개 2025-02-06 12:34:11
[편집자주]
경쟁 심화와 인구 변화에 따른 구조적 성장 둔화 등 보험업을 향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화려한 외형 성장 이면에 늘 그림자처럼 우려가 따라다녔다. 더욱 큰 문제는 이런 요인들이 중소 보험사에겐 더더욱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점이다. 생보사나 손보사 모두 '빅5'에 들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이 높다. 더벨이 국내 중소 보험사들의 과거와 현재를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5년 02월 03일 14시51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손해보험은 2023년 3월부터 나채범 대표가 이끌고 있다. 보험 전문가라는 점에서 크게 특이할 게 없어보이지만 그가 옛 대한생명 출신이라는 점은 눈여겨 볼 만하다. 전임 대표들이 그룹 출신 혹은 외부 출신으로 나뉘었지만 나 대표는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는다.검증된 '믿을맨'만 중용하는 한화그룹에서 어느 정도 모험을 했다는 의미인데 성적표를 따져보자면 합격점에 가깝다. 한화손보는 나 대표 취임 이후 차별화가 어렵고 경쟁이 치열한 보험업권에서 여성특화 시장을 선점하며 확고한 영역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화손보 최초의 '대한생명' 출신 대표
한화손보는 2002년 대한생명과 함께 한화그룹에 편입됐다. 이후 20년이 훌쩍 넘었지만 아직 내부(신동아화재) 출신을 대표로 맞은 경험이 없다.
그룹에 편입된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난 데다 업계 6위라는 양호한 실적도 꾸준히 유지 중인 만큼 내부 출신 대표가 아직 없다는 점은 다소 아쉬운 대목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는 한화손보만의 얘기는 아니다. 인수되기 전 이미 삼성생명, 교보생명과 함께 이른바 '삼·교·대'로 불리며 빅3를 형성했던 한화생명 역시 내부 출신이 대표에 오른 적이 없다.
이는 한화그룹 특유의 인사 관행에서 비롯됐다. 한화그룹은 계열사 대표이사 인사에서 '믿을맨'을 순환 배치하는 경향이 유독 두드러진 곳이다. 그룹 차원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인물들이 여러 계열사를 두루 거치며 CFO(최고재무책임자)와 CEO를 맡는다.
여승주 한화생명 대표이사 부회장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는 한화생명에서 오랜 기간 근무했지만 중간에 그룹 경영기획실 전략팀장(부사장)을 거쳐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를 지냈다. 나채범 대표 이전 한화손보를 이끌었던 강성수 대표는 3년간 한화손보 대표를 지낸 뒤 2023년 한화저축은행으로 이동해 CEO를 맡고 있다.
나채범 대표는 다소 독특한 사례다. 나 대표는 한화생명이 아직 한화그룹에 인수되기 전인 1994년 입사했다. 이후 2023년 한화손보 대표로 선임되기 전까지 한 번도 한화생명을 떠난 적이 없다.
나 대표 이전까지 한화손보 대표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계열사를 두루 거친 그룹 출신이거나 혹은 다른 보험사에서 영입된 외부 출신이다. 진영욱 전 대표와 권처신 전 대표, 박윤식 전 대표가 외부에서 영입됐다면 김관수 전 대표, 박석희 전 대표, 강성수 전 대표는 그룹 출신이다. 나 대표는 둘 중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는다.
◇연임 청신호…'넥스트 스텝'도 주목
한화손보 CEO 인사는 철저한 '성과주의'로 알려져 있다. 제일화재와의 합병 이후 'CEO의 무덤'이라고 불린 배경이다. 연임은커녕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난 사례도 많았다. 특히 2009년 제일화재와 합병 후 기대했던 시너지가 발휘되지 못하자 2009~2013년까지 3명의 CEO들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줄줄이 물러났다.
성과주의를 따른다면 나 대표는 연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한화손보는 나 대표 취임 이후 여성특화 보험사로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나 대표는 취임 직후 국내 보험사 최초로 여성 전용보험을 연구하고 브랜딩·마케팅 비즈니스를 총괄하는 '라이프플러스(LIFEPLUS) 펨테크연구소'를 만들었다. 이후 시그니처 여성 건강보험을 출시하며 여성특화 시장을 겨냥했다.
시그니처 여성 건강보험은 지난해 9월 말 누적 기준 원수보험료 1455억원, 매출 206억6000만원을 달성했다. 누적 신계약건수는 24만7700건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화손보가 해당 상품을 내놓은 뒤 가입한 신규 장기고객은 직전 1년보다 38.3% 늘어났다.
자연스럽게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한화손보의 지난해 1~3분기 누적 순이익이 345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3% 급증했다. 연간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이 확실시된다. 지난해엔 5년 만에 배당도 개시했다.
연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만큼 시선은 그 이후로 향하고 있다. 옛 대한생명 출신이 그룹 금융 계열사 가운데 두 번째로 규모가 큰 한화손보를 성공적으로 이끌면서 '포스트 나채범'이 등장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먼 훗날의 얘기가 될 수 있지만 나 대표의 금의환향 가능성 역시 무시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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