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알뜰폰 사업 점검]돈 못 버는 알뜰폰, 호수될까 악수로 남을까①국민은행 이어 우리은행도 진출…아직 따라붙는 의구심
조은아 기자공개 2025-04-29 12:38:23
[편집자주]
"왜 하는지 모르겠다." 은행의 알뜰폰 사업을 놓고 여전히 업계에선 이런 질문을 던지고 있다. KB국민은행이 처음 서비스를 출시한 지 6년을 향해가지만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기는커녕 매년 적자만 쌓고 있다. 은행들이 알뜰폰 사업에 뛰어드는 이유는 명확하다. 쉽게 얻을 수 없는 데이터를 얻기 위한 목적이 크다. 다만 현재로선 호수가 될지, 악수가 될지 알 수 없다. 시간이 지나야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많은 의구심에도 4대 시중은행 가운데 절반이 이미 시장에 진출했다. 더벨이 시장 상황과 함께 각 은행의 사업 현황 및 전략 등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5년 04월 24일 07시2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국민은행이 야심차게 알뜰폰 사업을 시작한 지 어느덧 6년을 향해가고 있다. 안팎의 우려를 비웃으며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면야 좋겠지만 현실은 우려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가입자 수는 더디게 늘고 있으며 매년 적자를 누적하고 있다.첫 출시 때만 하더라도 뜬금없는 조합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국내 1위 시중은행이 중소 사업자나 하던 알뜰폰 사업을 시작한다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존재감 역시 흐려졌다. 우리은행 역시 이런 현실을 모를 리 없지만 그럼에도 시장에 뛰어들었다. 두 은행의 행보가 보여주는 건 명확하다. 알뜰폰 사업이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사업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국민은행 이어 우리은행도 진출
은행에서 알뜰폰을 판다고? 2019년 10월 국민은행이 리브모바일(이하 리브엠)을 출시했을 때부터 줄곧 따라다니던 의문이다. 리브엠은 고객이 유심칩만 넣으면 공인인증서, 애플리케이션 설치 등 복잡한 절차 없이 은행과 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알뜰폰 서비스다.
알뜰폰은 과점 상태인 이동통신 시장의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2010년 도입됐다. 알뜰폰 사업자가 SK텔레콤이나 KT, LG유플러스 등 기존 이동통신 사업자에게 통신망을 임대해 소비자에게 통신 서비스를 제공한다. 망 관리나 유지에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에 통화 품질이나 데이터 속도는 이통 3사와 비슷하지만 가격은 20~30% 싸다.
리브엠 출시 5년 6개월이 지난 지금 가입자 수를 보면 그리 성공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2월 말 기준 43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기대에 못 미치는 수치다. 국민은행은 리브엠을 선보일 당시 대대적으로 출시 행사를 진행했다. 윤종규 당시 KB금융 회장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던 만큼 출시 행사에 전 계열사 대표이사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여 리브엠 출시를 기념했다.
가입자 수만 아쉬운 건 아니다. 수익성 역시 아쉽긴 마찬가지다. 매년 100억원 이상의 적자를 내고 있다. 국민은행이 벌어들이는 순이익 규모가 연간 3조원이라는 점을 볼때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그럼에도 만년 적자가 달가울 리 없다.

◇신사업 아닌 '본업'의 연장
놀라운 사실은 성공 사례가 없는 데다 미래 역시 아직은 오리무중인 상황에서 후발주자가 생기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은행 이후 약 3년 만에 토스(비바리퍼블리카)도 출사표를 던졌다.
토스는 2022년 알뜰폰 사업자 '머천드코리아'의 지분 100%를 인수한 뒤 2023년 토스모바일을 출범시켰다. 머천드코리아는 가입자 10만명을 보유하고, 알뜰폰 서비스를 10년간 운영해왔다. 신규 사업자로서 공격적 요금제를 선보이며 가입자를 확보해온 국민은행과 비교했을 때 한층 기반이 갖춰진 상태에서 출발했다.
우리은행도 최근 알뜰폰 사업을 본격화했다. 3월 기간통신사업자 등록을 완료한 데 이어 이달 '우리WON모바일'이라는 브랜드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4월 금융위원회 은행 부수업무 공고 이후 알뜰폰 사업을 단계별로 준비해 왔다. 지난해 6월에는 LG유플러스와 사업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7월에는 신속한 사업 준비와 내재화를 위해 전담조직인 모바일사업플랫폼부를 신설했다.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는 '미지의 세계'에 은행들이 속속 뛰어들고 있는 이유는 뭘까. "알뜰폰이 뭐라고 국민은행이 그렇게 하는지 이해를 못하겠다. 뭘 얼마나 이익이 난다고 저렇게까지 나오는지 모르겠다."
2020년 10월 당시 금융위원장이 국정감사에서 한 말이다. 앞뒤 맥락을 설명하자면 복잡하지만 이 한마디에 은행들이 알뜰폰 사업에 진출하는 이유가 담겨있다. 은행들의 알뜰폰 사업은 수익을 노린 게 아니다. 금융과 통신을 결합해 고객에게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청소년 등 금융이력이 부족한 '씬파일러'의 데이터를 모아 본업인 금융 사업에 활용한다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신사업이라기보다는 본업의 연장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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