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AA급 향한 넘치는 수요…조단위 한전채 '구축효과' 없었다 새해 1.5조 대규모 발행 불구 기준금리 밑돌며 모두 소화
백승룡 기자공개 2025-02-06 08:07:50
이 기사는 2025년 02월 03일 15시5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전력공사가 새해 벽두부터 조(兆) 단위 채권(한전채)을 찍었지만 회사채 시장은 흔들림 없이 ‘연초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때 한전채가 쏟아지면서 회사채 구축현상이 나타나곤 했지만, 이제는 금리인하 사이클에 돌입하면서 시장의 흡수력이 넉넉해진 모습이다.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된다면 연내 16조원 이상의 한전채 만기도래 물량도 무리 없이 차환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새해 들어 1월 한 달간 총 1조5000억원 규모의 한전채를 발행했다. 한전은 2022년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면서 연간 30조원 이상의 채권을 찍었는데, 당시 발행한 2년물과 3년물의 만기가 돌아오자 지난해 6월부터 채권시장을 찾아 매달 발행에 나서고 있다. 올해 만기도래 물량도 산적한 탓에 연초부터 대규모 자금조달에 돌입한 것이다.
한전채 발행이 늘어나기 시작하면 크레딧 채권시장에서는 어김없이 ‘회사채 구축효과’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든다. 지난 2022년 한전이 대규모 채권을 찍어내면서 시장의 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인 경험 때문이다. 당시 수급 불균형이 발생하면서 한전채 3년물 금리가 연 5.8%를 웃돌기도 했다. 최상위 신용등급(AAA)을 보유한 한전채 금리가 이처럼 높아지면 신용등급이 비교적 낮은 일반 회사채들은 투자수요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다만 올해는 조 단위 한전채 발행물량도 안정적으로 소화되는 모습이다. 한전은 지난달 △2년물 6000억원 △3년물 6000억원 △5년물 3000억원 등을 조달하면서 발행금리를 연 2.9% 안팎에서 관리하고 있다. 지난달 14일에 발행한 1000억원어치 5년물 금리가 3.029%로 책정된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물량의 조달금리는 모두 기준금리(3.0%)를 밑돌았다. 한전의 대규모 조달에도 시장의 매수세가 더욱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의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전채로 인해 회사채 구축효과가 나타났던 2022년은 금리인상 시기였던 탓에 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가중됐다”며 “현재는 금리인하 사이클에 돌입한 상태이기 때문에 시장의 유동성이 좋다”고 말했다. 현재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 2.5~2.6% 수준에서 형성돼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달 기준금리를 3%로 동결하긴 했지만, 앞으로 2~3차례 수준의 추가적인 금리인하를 선제적으로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전채 영향을 받지 않게 된 회사채 시장은 연초 강세를 거듭하고 있다. 새해 첫 달 35개 기업이 회사채 수요예측에 나서 총 40조원 이상의 매수주문을 받았다. 수요예측 기업 한 곳당 1조원 이상의 자금이 몰린 셈이다. 우호적인 매수세 덕분에 금리도 민평 대비 ‘언더’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신세계는 신용등급이 AA0임에도 2900억원 규모 회사채가 △2년물 2.838% △3년물 2.939% 등 모든 만기에서 기준금리보다 낮은 금리가 책정됐다.
일부 만기에서 기준금리를 밑돈 기업도 △포스코(2년물, 2.889%) △대상(2년물, 2.974%) △SK하이닉스(3년물, 2.976%) △LG유플러스(3년물, 2.96%) △현대제철(3년물, 2.954%) △SK가스(3년물, 2.963%) △한국항공우주산업(3년물, 2.994%) △LG화학(3년물, 2.981%) 등 8곳에 달한다. 이들 기업은 모두 AA- 이상 우량등급을 보유하고 있다. 한전보다 적게는 1노치(notch), 많게는 3노치 낮은 등급이지만 금리 차이는 불과 10bp 안팎일 정도로 강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전은 이달 2조1800억원 규모의 만기도래 물량을 포함해 연내 총 16조5400억원어치 만기를 앞두고 있다. 상반기에만 총 9조8400억원 규모의 만기가 돌아오는 데 이어 3분기 3조3000억원, 4분기 3조4000억원의 만기가 각각 예정돼 있다. 한 증권사 본부장은 “전체 크레딧 채권시장의 규모를 감안하면 올해 한전의 만기 물량은 충분히 소화될 수 있는 수준”이라며 “한전이 신규 발행 없이 차환 수준에서만 발행을 이어간다면 회사채 수요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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