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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부장 2세 시대 개막]하나마이크론, 지주사 전환 착수 '승계 물꼬 튼다'①전문성 강화·책임경영 명분 인적분할… 최한수 부사장 전면 등장 전망

김도현 기자공개 2025-02-11 08:22:54

[편집자주]

1990년 말~2000년대 초 벤처붐 시기에 토종 신생기업이 대거 등장했다. 당시 정보기술(IT)의 발달, 세계 기술주 시장의 동반상승 등 글로벌 트렌드에 맞춰 국내 반도체, 디스플레이 산업이 본격 확산되면서 대기업 계열사의 협력사가 연이어 설립된 것이다. 이후 20여년 세월이 흐르면서 세대교체 시기가 도래했다. 1세대 소부장, 팹리스 업체들의 승계 작업이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이들의 행보를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2월 05일 09시2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나마이크론의 지배구조에 대대적인 변화가 이뤄지기 직전이다. 창립 24주년 만에 지주사 체제 전환을 선언했다. 표면적으로는 체질 개선에 초점을 맞춰져 있지만 외부의 시선은 사뭇 다르다. 이를 승계작업의 본격화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마이크론은 이번 행보가 '승계 자체는 목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다만 이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최창호 회장이 70대 중반에 돌입한 만큼 당연한 수순으로 볼 수도 있다. 하나마이크론이 과연 반도체 사업 강화와 세대교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하나반도체홀딩스 출범 예고, 승계 맞물린 변화

하나마이크론은 지난달 이사회를 거쳐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투자 및 지주사 역할을 하는 하나반도체홀딩스(가칭)와 기존 반도체 후공정(OSAT) 분야를 담당하는 하나마이크론으로 나뉘는 게 골자다.

이동철 하나마이크론 대표는 "수직적, 횡적으로 복잡하게 연결된 구조를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 궁극적인 방향"이라며 "기존 사업을 최적화하고 (인적분할을 통해) 향후 신사업을 키워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부문별 특성에 맞춘 신속하고 효율적인 의사결정 구조 확립, 소유와 경영 분리를 통한 책임경영체제 강화, 베트남과 브라질 법인 등 자회사의 독립적 투자와 경영 전략 수립 등을 이유로 들었다. OSAT 업계 10위권인 하나마이크론은 2030년까지 '톱5' 진입을 목표로 한다.

존속회사 하나반도체홀딩스와 신설회사 하나마이크론의 예상되는 분할 비율은 32.5 대 67.5다. 작년 3분기 재무상태표 내 순자산 장부금액 기준으로 산정했다. 하나마이크론 주주들은 해당 비율에 따라 주식을 배정받는다.

관련 안건에 대한 주주총회는 올 6월13일로 예정됐다. 이날 통과되면 7월1일부로 인적분할이 이뤄진다. 이후 8월6일에는 하나반도체홀딩스와 하나마이크론이 변경상장 및 재상장하게 된다.

이렇게 분리되더라도 지주사 전환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남아있다. 일단 자산총액을 5000억원 이상으로 맞춰야 한다. 4일 종가기준 하나마이크론 주가는 9840원이다. 52주 신고가를 기록한 작년 4월4일(2만9491원) 대비 큰 폭으로 하락한 상태다.

하나마이크론 관계자는 "(주가가 상당히 떨어진) 현시점에서 자회사 등 자산을 끌어와도 요건을 맞추기 쉽지 않다"면서 "현물출자 등을 통해 자산요건을 충족시키려 한다"고 말했다.

현물출자는 회사 설립 또는 신주 발생 시 금전 이외의 재산으로 하는 출자를 일컫는다. 하나마이크론 공개매수에 참여한 주주에 현금 대신 하나반도체홀딩스 주식을 신주로 발행한 지급한다는 의미다.

또 다른 요건으로는 공정거래법상 지주사는 자회사 지분율 30% 이상 갖춰야 한다. 하나반도체홀딩스도 직접 참여해 하나마이크론 지분 획득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주사 출범의 숨은 의도로 여겨지는 승계작업에서 핵심 인물은 최 회장 아들인 최한수 하나머티리얼즈 부사장이다. 하나머티리얼즈는 실리콘 부품을 다루는 하나마이크론 자회사다.

하나머티리얼즈의 경우 최대주주가 하나마이크론(32.50%)이다. 최 부사장은 2대주주(11.63%)다. 하나머티리얼즈는 최 회장(15.32%)에 이은 하나마이크론 2대주주(9.09%)이기도 하다.

하나머티리얼즈는 추후 지분 스와프 등을 통해 하나반도체홀딩스 지분을 취득할 수 있다. 하나반도체홀딩스 대표로 내정된 최 부사장의 경영권 확보를 위해 필요한 절차다.

다만 하나반도체홀딩스-하나마이크론-하나머티리얼즈-하나반도체홀딩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가 형성되는 만큼 교통정리가 불가피하다. 이를 잘 마무리해야 최 부사장으로의 세대교체가 정상적으로 이행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하나반도체홀딩스와 하나머티리얼즈 합병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실제 분할보고서에는 현물출자 이후 하나머티리얼즈 투자부문과의 분할합병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근 유사 케이스로 주성엔지니어링을 들 수 있다. 마찬가지로 황철주 회장에서 황은석 사장으로의 승계를 준비 중이다. 주성엔지니어링은 주식매수청구권 문제로 관련 절차가 일시 중단된 상태다. 하나마이크론은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하지 않아 같은 전철은 밟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영권 안정화·상호출자 및 세금 리스크 해소 의지

하나마이크론은 지주사 추진 배경으로 경영 안정성 확보, 상호출자 구조 해소 등도 내세웠다. 현재 최 회장은 20%에 못 미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외부 공격에 취약한 수준이다. 연이은 작업으로 경영권 안정화를 노리겠다는 심산이다. 승계는 그 다음 문제라는 입장이다.

하나마이크론과 하나머티리얼즈가 서로 지분으로 엮인 부분도 고려 대상이다. 이같은 상호출자 구조는 자본의 비효율적 배분 등을 야기할 수 있다. 법적 이슈를 유발할 수도 있다. 양사는 이를 풀고 경영투명성 및 기업독립성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다.

일부 주주들 사이에서는 '왜 하필 지금이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하나마이크론 관계자는 "사실 몇 년 전부터 준비했다가 내부 사정으로 무산된 바 있다"며 "(현재를 적기로 보는 근거는) 현물출자 시 양도소득세가 발생하는 데 과세이연법 유예가 올해까지다. 연내 끝내야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관련 사안의 변수는 하나마이크론 주가 추이다. 주가가 오르면 해당 법 없이 세금 이슈를 해결할 수 있다.

하나마이크론 관계자는 "승계를 배제할 수는 없지만 그 자체가 목적이었다면 주가를 띄우려는 움직임을 가져갈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승계는 나중에 상속비를 내면서 풀 문제고 회사를 키우는 게 최우선"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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