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중소 보험사는 지금]캐롯손보, 한화손보의 '만년 기대주' 벗어날 수 있을까⑪설립 이후 계속 적자…외형 성장 못 따라가는 수익성, '자동차보험' 한계
조은아 기자공개 2025-02-07 10:56:34
[편집자주]
경쟁 심화와 인구 변화에 따른 구조적 성장 둔화 등 보험업을 향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화려한 외형 성장 이면에 늘 그림자처럼 우려가 따라다녔다. 더욱 큰 문제는 이런 요인들이 중소 보험사에겐 더더욱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점이다. 생보사나 손보사 모두 '빅5'에 들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이 높다. 더벨이 국내 중소 보험사들의 과거와 현재를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5년 02월 04일 15시55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캐롯손해보험은 2019년 출범해 곧 만 6년을 맞는다. 국내 첫 디지털 보험사라는 점에서 기대를 한몸에 받고 출범했다. 특히 한화손해보험뿐만 아니라 SK텔레콤, 현대차 등도 주주로 참여하면서 눈길을 끌었다.대형 보험사들이 꽉잡고 있는 자동차보험 시장에서 후발주자로 나서 고군분투 중이다. 다만 아직까지 적자만 누적하고 있다. 외형 성장은 기대만큼 빠르게 이뤄지고 있지만 수익성은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캐롯손보를 키운 자동차보험은 중소형 보험사들이 취급하기엔 워낙 쉽지 않은 상품이다. 손해율 관리가 까다롭고 '규모의 경제'를 갖추기도 어려워 기존 보험사들도 하나둘 발을 빼고 있다.
◇본격 사업 시작 5년…의미있는 성과
한화손보는 2019년 1월 금융위원회로부터 보험업 예비허가를 획득한 뒤 바로 디지털 손보사 설립을 위한 채비에 들어갔다. 4개월 만인 5월 자본금 850억원으로 캐롯손보가 설립됐고 한 달 뒤 한화그룹에 편입됐다. 보험업 본허가를 획득한 건 넉 달 뒤인 같은 해 10월이다. 예비인가 획득 1년 만인 2020년 1월부터는 본격적으로 보험상품 판매를 시작했다.
한화손보가 디지털 손보사를 직접 세운 이유는 말 그대로 채널 다각화에 있다. 손해보험업계는 생명보험업계보다 한층 빠르게 대면 채널 의존도가 낮아지고 있다. 원수보험료 가운데 대면채널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7년 88%에서 2024년 3분기 말 72%로 16%포인트나 하락했다. 앞으로는 더욱 빠르게 하락할 것으로도 전망된다.
캐롯손보는 '디지털' 보험사라는 특성에 맞게 다른 보험사와는 다소 다른 인력 구조를 갖추고 있다. 전체 임직원의 53%가 보험업이 아닌 IT 쪽 인력으로 구성돼 있다. 임직원의 평균연령 역시 37세로 상당히 낮은 편이다.
주력은 자동차보험이다. 자동차보험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 등 대형 4사가 합산 90.7%의 점유율을 기록한 과점 시장이다. 캐롯손보는 이 시장에서 2020년에 사업을 시작한 후발주자지만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2020년 236억원에 그쳤던 자동차보험 원수보험료는 3년 만인 2023년 2516억원으로 10배 넘게 증가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는 2086억원을 기록 중이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연간 원수보험료가 단 한 해도 감소하지 않고 늘어난 유일한 중소형 보험사다.
대표 상품인 퍼마일자동차보험은 지난해 4월 누적 가입 185만건을 돌파했다. 아직 집계가 이뤄지지 않은 건을 더하면 훌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고객의 재가입률 역시 업계 최고 수준으로 90.7%(2023년 8월~2024년 3월)를 기록 중이다.
◇회사 키운 자동차보험, 한계는
캐롯손보는 설립 이후 매년 순손실을 내고 있다. 사업이 확대되면서 손실 규모도 커지고 있다.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한 2020년 순손실은 381억원이었으나 2023년엔 760억원까지 증가했다. 지난해 역시 1~3분기 363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빠른 외형 확장에도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은 이유는 사업 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수익성이 높은 상품이 아닌 수익성이 낮고 손해율도 높은 자동차보험을 주력으로 취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보험은 가입 구조가 비교적 단순해 비대면으로도 가입이 어렵지 않다. 캐롯손보가 자동차보험을 주력으로 삼은 이유 역시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캐롯손보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지난해 상반기 말 기준 96.3%다. 2020년 131.7%에 이르렀던 손해율이 큰 폭으로 떨어졌으나 여전히 갈 길이 멀다. 특히 폭설과 결빙 등 계절적 영향으로 현재 손해율은 다시 높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손해율은 보험사가 사고가 난 가입자에게 지급한 보험금을 전체 자동차보험 가입자로부터 받은 보험료로 나눈 값이다. 손해보험업계는 손해를 보지 않는 자동차보험 적정손해율 손익분기점을 80%로 보고 있다. 보험 계약자 규모가 크면 클수록 보험사 입장에서 손해율 등 리스크를 관리하기 쉽다. 반면 규모의 경제를 갖추지 못한 중소형 보험사들은 그만큼 어려울 수밖에 없다.
경쟁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캐롯손보 이후 디지털손보사는 3곳 더 늘었는데 모두 캐롯손보만큼이나 든든한 대주주를 두고 있다. 하나손해보험, 신한EZ손해보험, 카카오페이손해보험 등이다. 이들 대부분이 캐롯손보와 마찬가지로 자동차보험을 주력으로 삼고 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파이낸스
-
- [여전사경영분석]'순익 2000억 돌파' JB우리캐피탈, 비자동차로 달렸다
- [보험경영분석]신한라이프, 투자손익 급증 힘입어 순이익 5000억 첫 돌파
- [컨콜 Q&A 리뷰]권재중 BNK금융 CFO가 꼽은 ROE 10% 달성 열쇠는
- [은행경영분석]JB금융, '역대 최대 순익에 ROE 13%' 동시 달성
- [은행경영분석]신한지주, 역대 두 번째 실적…아쉬운 자회사 부진
- [여전사경영분석]신한카드, 선제 리스크 대비 여파 순익 감소…1위는 수성
- [컨콜 Q&A 리뷰]KB금융 "올해 총주주환원율 지난해보다 올라갈 것"
- [여전사경영분석]신한캐피탈, PF·유가증권 여파 순익 급감…수익성도 '뒷걸음'
- [저축은행경영분석]부실채권 털어낸 KB저축, 연체율 하락 '전환'
- [보험경영분석]KB손보, 장기보험 성과에 순이익·CSM 동시 개선
조은아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은행경영분석]신한지주, 역대 두 번째 실적…아쉬운 자회사 부진
- [컨콜 Q&A 리뷰]KB금융 "올해 총주주환원율 지난해보다 올라갈 것"
- [중견·중소 보험사는 지금]캐롯손보, 한화손보의 '만년 기대주' 벗어날 수 있을까
- [은행경영분석]KB금융 5조 클럽 입성, 역대급 실적에 역대급 주주환원
- [중견·중소 보험사는 지금]대한생명 출신이 이끈 한화손보 2년, 거뜬한 '합격점'
- [중견·중소 보험사는 지금]한화손보, 점유율 아쉽지만 경쟁력 '이상무'
- [중견·중소 보험사는 지금]다시 보험통 맞은 흥국화재, 중간 성적표는
- [중견·중소 보험사는 지금]IFRS17로 수혜 누린 흥국화재…당국 가이드라인 영향은
- [중견·중소 보험사는 지금]태광그룹 편입 20년 흥국화재, 든든한 대주주들
- [2025 금융권 신경영지도]1위 탈환 신한은행, '영업'은 유지하고 '디지털'만 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