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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돌 맞은 CJ ENM]'개척자' 이미경, 확고한 글로벌 '문화 구루' 위상③M&A 과정서 상당 역할, 문화사업 전적으로 리딩

변세영 기자공개 2025-02-12 07:46:24

[편집자주]

문화 산업에서 CJ ENM의 위상은 괄목할 만하다. 문화의 불모지에서 규모의 경제를 형성하고 자체적인 밸류체인을 구축해 산업을 선진화시켰다는 평가다. CJ ENM은 미디어콘텐츠를 넘어 플랫폼과 음악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왔고, 이제는 '글로벌 영토'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더벨은 30년간 CJ ENM이 걸어온 길을 살펴보고 현 분위기와 청사진을 종합적으로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2월 07일 07시3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미경 부회장은 동생인 이재현 회장과 함께 CJ그룹 문화사업의 첫 단추를 끼운 인물이다. 1995년 식품 사업 포트폴리오 한계를 넘어 글로벌 라이징 영화 제작사에 투자하는 초유의 결단을 내리면서부터다.

문화 불모지를 문화 왕국으로 개척한 공을 발판으로 이미경 부회장은 국내 문화 산업계에서도 파워가 상당하다. 이 부회장의 존재감은 어느새 국내를 넘어 글로벌 문화산업 트랜드를 이끄는 리더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

◇1995년 직접 미국 날아가 드림웍스 투자 성사 ’쾌거‘

CJ그룹은 1995년 드림웍스 투자를 시작으로 30년간 문화산업에 투자를 지속하며 K-컬처 글로벌화에 선구자적 역할을 했다. 이 중심에 있던 인물이 이미경 부회장이다. CJ제일제당 멀티미디어사업부는 1995년 드림웍스에 3억 달러, 당시 환율 기준 2300억원가량을 투자하며 재계를 놀라게 했다. 드림웍스는 스필버그 감독과 유명 영화 프로듀서 데이비드 게펜이 함께 만든 할리우드에서 가장 주목받던 스튜디오였다. 전 세계 투자자들로부터 러브콜이 쏟아질 수밖에 없었다.

이때 이재현 회장과 이미경 부회장이 나섰다. 당대 최고의 거장에게 문화 산업을 배워야 한다는 의지가 강했다. 드림웍스 투자를 성사시키기 위해 직접 미국을 찾아 사업에 대한 열정을 보였고 관계자들을 설득했다고 한다.

이미경 CJ그룹 부회장


물론 투자 결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당시 3억 달러는 제일제당 연매출 20%에 달하는 규모였다. CJ의 자산이 1조원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무모하다는 평가도 많았다. 삼성그룹과 대우그룹도 영화 사업에 도전장을 냈지만 결국 IMF 풍파를 견디지 못하고 문화사업을 철수했을 만큼 고난도 영역이기도 했다.

실제 국내 재계 10위권 기업 중 엔터사업을 주 사업으로 꼽는 그룹은 사실상 CJ그룹이 유일하다. 엔터사업은 투자 대비 성과를 장담할 수 없고 외부 환경에 영향을 크게 받아 까다롭기 때문이다. 제조업과 다르게 연구개발(R&D)에 돈을 쏟아부어도 성과로 이어지진 않는다.

그럼에도 CJ그룹이 문화사업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배경에는 이 부회장의 의지가 컸다. 그는 이미 일찌감치 1980년대 중반부터 한국의 문화를 세계에 알리겠다는 비전을 품었다고 한다. ‘문화가 없으면 나라도 없다’고 말한 故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뜻을 받들어 동생인 이재현 회장을 설득해 전폭적인 지원을 끌어냈다.

특히 이 부회장은 CJ ENM의 양적·질적 성장을 위해 인수합병(M&A)에 힘을 쏟았다고 알려진다. CJ ENM M&A의 효시인 1997년 케이블TV 엠넷 인수는 이 부회장이 주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가장 큰 딜로 평가받는 콘텐츠 제작사 피프스시즌(옛 엔데버콘텐트) 인수 과정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이 부회장은 1995년 드림웍스 투자를 시작으로 미국 문화산업 전반에 걸쳐 넓은 인맥을 쌓아왔다. 이를 바탕으로 CJ ENM은 피프스시즌 경영권이 매물로 나온다는 소문이 돌았을 때 누구보다 빠르게 TF를 구상하며 속전속결로 인수전에 뛰어들었다고 전해진다.

◇이 부회장 ㈜CJ 지분율 0%, 대외평판·영향력 비교불가

통상 재계에서는 그룹 내 지배력을 평가할 때는 지주사 지분을 어느 정도 보유하고 있느냐가 하나의 척도로 여겨진다. 이 부회장은 지주사 CJ 지분율이 ‘제로’로 전무한 게 특징이다. CJ ENM 지분 0.11%를 보유하는 게 전부다. 경영 승계에는 뜻이 없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배경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이 부회장의 CJ그룹 내 위상은 공고하다. 아카데미 작품상을 비롯해 4관왕을 수상한 '기생충' 등 다양한 작품에 총괄 프로듀서(EP)로 투자·참여했을 만큼 여전히 사업 수완이 남달라서다.

실제 이 부회장의 업적은 CJ를 넘어 글로벌 문화 산업계에서도 이미 여러 차례 입증됐다. 미국 대중문화 전문매체 할리우드 리포터가 선정한 ‘엔터테인먼트 여성 파워 100인’에 아시아인 중 최초로 4년 연속 이름을 올린 건 그가 유일하다.

업계 관계자는 “이재현 회장은 이미경 부회장에게 문화사업을 전적으로 맡겼을 만큼 굳건한 신뢰 관계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긍정적 시너지를 창출하는 남매경영의 표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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