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납입자본 포커스]대규모 영업 손실 가린 한온시스템 '오너십 시프트'이익잉여금 4000억 감소에도 순자산 20%↑…한국타이어 유증 따른 대주주 등극 영향
김소라 기자공개 2025-03-12 08:19:37
[편집자주]
주주가 납입한 자본은 기업을 지탱하는 뼈대다. 상환 의무가 따르는 타인자본과 달리 기업이 무너지지 않는 이상 상환할 일이 없다. 사채 발행이나 금융권 대출이 여의치 않을 때 결국 기업이 기댈 곳은 주주다. 주주로부터 조달 능력도 기업 재무역량을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 중 하나인 셈이다. 더벨은 기업의 자본금 변동 현황과 주주 납입 능력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3월 10일 15시31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차량 열 관리 부품 생산 업체 '한온시스템'이 지난해 회계 상으로 대규모 순손실을 가렸다. 당해 영업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며 적자 상태로 전환했지만 순자산은 외려 확대됐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재무 체력이 이전 보다 개선된 모습이다.영업 부진을 가린 것은 최근 이뤄진 지배주주 변경 작업 영향이다. 올초 한온시스템 지배주주는 기존 '한앤코오토홀딩스'에서 타이어 생산업체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로 변경됐다. 1·2대 주주 간 지위 변경 과정에서 신주 발행이 대거 이뤄지면서 자본 계정 세부 항목에도 주요한 변화가 발생했다. 손실을 메우면서도 자본은 확충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한온시스템은 지난해 말 연결 순자산이 3조원대까지 증가했다. 직전년도 말 대비 약 20% 확대됐다. 한온시스템 별도 자본에 유효한 변화가 있었던 것이 주효했다. 지배기업 소유주 지분이 기존 2조3000억원대에서 전년 말 2조9000억원에 근접한 수준까지 늘었다. 비지배지분 등 자회사 관련 자본 변동은 미미했다.
◇한국타이어 1대 주주로 전면에, 대표이사 체제 복귀

올해 한온시스템은 대대적인 경영 환경 변화가 예고됐다. 지난 1월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대표이사 체제로 다시 복귀했다. 지난 2015년 집행임원제도 도입 후 약 10여 년 만이다. 당시 한온시스템은 지배 주주가 미국 자동차 부품사 '비스테온'의 자회사인 'VIHI'에서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의 특수목적법인 한앤코오토홀딩스로 변경되면서 동 제도를 도입, 운영해 왔다. 경영진과 이사회 구성원을 분리해 운영 투명성과 효율성을 확보한다는 목적이었다.
하지만 올초 지배 주주 변경 영향으로 경영진과 이사회 인원은 동일해졌다. 신규 대주주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인사들이 대거 합류했다. 한온시스템 대표로 선임된 이수일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부회장을 중심으로 사내이사, 기타비상무이사 등이 모두 신규 대주주 측 인사들로 배치됐다. 이달 말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내부 경영진 3인과 사외이사 4명 등 7인 체제로 최종 꾸려질 전망이다.
이러한 '오너십 시프트'는 한온시스템 입장에선 분위기 전환 기회가 됐다. 한온시스템은 지난 몇 년간 영업이익률은 하락한 반면 차입 확대에 따른 비용 부담은 고조되는 등 재무 측면의 어려움이 부각돼 왔다. 이런 가운데 계속된 시설 투자와 배당 지급 확대로 잉여 현금 확보 작업엔 무리가 따랐다. 재무 안정성이 약화되는 상황에서 동종 차량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신규 대주주와의 사업 결합성 확대가 기대되고 있다. 2015년 당시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했던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전면에 나선 그림이다.
◇자본금·주식발행초과금 '껑충'…차입 역량 확대 효과
당장 한온시스템은 채무 부담을 소폭 낮출 수 있었다. 자본총액이 증가하며 차입분 소화 역량도 확대됐다. 지난해 말 연결 부채비율은 직전년도 대비 15%포인트 하락한 250% 수준으로 조정됐다. 보유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조3400억원까지 늘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로부터 3자 배정 유상증자 대금을 수혈받아 현금 유동성을 큰 폭으로 늘렸다. 해당 과정을 거치며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보유 지분은 36% 수준까지 증가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한온시스템의 영업 부진을 가리는 효과를 냈다. 지난해 이익잉여금이 4000억원 가량 빠졌음에도 순자산이 5000억원 이상 늘었기 때문이다. 대주주 변경 작업 일환으로 이뤄진 유상증자로 신주 물량이 증가하면서 자본금과 주식발행초과금이 일제히 확대된 영향이 컸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대상 신주 발행대금이 액면가 대비 높다 보니 해당 차액만큼의 금액이 자본을 키우는 결과로 이어졌다.
지난해 한온시스템은 전방위적인 비용 확대로 수익성 확보에 고전했다. 온기 매출은 소폭 늘었지만 감가상각비 등 판매관리비 확대 및 구조조정 등에 따른 일회성 비용 증가 영향으로 마진율을 1%대로 내렸다. 여기에 차입분에서 발생하는 금융 비용도 상당 수준 잡히며 연결 당기순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반영된 연결 이자 비용은 직전년도 대비 2배 이상 확대된 4700억원대로 단기간 채무 부담이 크게 고조됐음을 알 수 있다.
반면 고환율에 따른 수혜는 따랐다. 지난해 한온시스템은 해외 사업장 환산 외환 차이에 따른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을 3000억원 가량 인식했다. 전세계 50여 개 자회사를 거느리고 해외 시장을 대상으로 활발히 영업을 펼치는 덕이다. 지난해 원 달러 환율은 1년 만에 180원 이상 상승하는 등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외화 자산을 상당 보유한 한온시스템이 자본 확충 효과를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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