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ction Radar]농산물 다음은 가공품? 식품업계, 트럼프 관세 '촉각'국산 농식품 수출 1위 미국, 품목 확대 대비책 마련 분주
변세영 기자공개 2025-03-12 07:47:51
이 기사는 2025년 03월 10일 11시0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4월부터 수입 농산물에 관세를 부과하기로 선포하면서 국내 식품업계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미국으로의 수출품은 가공식품이 대부분이라 당장 드라마틱한 영향은 없지만 추후 그 범위가 넓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까닭이다.트럼프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다음 달 2일부터 외국 농산물(Agricultural Product)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4월 2일은 트럼프 행정부가 '상호관세' 부과 시행을 예고한 날이기도 하다. 상호관세는 미국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율을 해당국 수입제품에 동일하게 적용하는 제도다.
◇식품 수출 1위 미국, 2조 규모 훌쩍 넘어 ‘사상 최고치’
한국은 지난 2012년 미국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면서 대부분의 수출·수입품의 관세가 ‘제로’다. 다만 국내 농축산물을 보호하기 위해 소고기 등 일부 품목에 대해서는 관세가 존재한다.
미국은 K-푸드의 가장 큰 격전지다. 작년 대미 농식품 수출액은 전년대비 21% 증가한 15억9000만달러(한화 2조2000억원)로 수출 대상국 중 1위였다. 중국과 일본이 각각 2위, 3위에 랭크됐다. 물론 미국으로의 수출품은 가공식품이 대부분이라 국내 식품업계에 당장 큰 악영향은 없지만, 추후 그 범위가 가공식품으로 넓어진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이 경우 수출 매출이 큰 국내 식품기업들은 타격은 불가피하다.
특히 미국향 수출이 많은 라면과 쌀가공식품, 김치 등이 초관심사다. 미국 내 현지공장이 없는 기업의 경우 상당한 관세 부담을 질 수 있어서다. CJ제일제당을 비롯해 농심 등은 미국 현지에 생산기지를 보유하는 만큼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다. 다만 삼양식품 등 일부 업체의 경우 국내 생산 후 수출하는 시스템이라 대비책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된다.

CJ제일제당의 경우 2019년 인수한 슈완스 공장을 비롯해 미국에만 생산공장이 20개에 달한다. 해외 매출 중 절반 이상이 미국에서 창출되는 만큼 만두와 피자 등 인기 품목에 대해 현지 생산 프로세스를 안정적으로 구축해 놨다. 2027년 완공을 목표로 미국 중서부 수폴스(Sioux Falls)에 북미 아시안 푸드 신공장도 건설하고 있다.
지난해를 기점으로는 김치도 직접 생산이 가능해졌다. CJ제일제당은 2023년 말 미국 김치 제조업체 코스모스푸드(Cosmos Food) 인수한 후 '슈완스 코스모스푸드’로 사명을 바꾸고 비비고 김치를 현지에서 생산하고 있다. 김치의 주 원료인 배추나 무 등을 현지에서 조달해 사용하는 만큼 농산물 관세에 따른 부담이 크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선도적으로 미국시장 문을 두드린 풀무원도 미국 현지공장에서 두부를 자체 조달한다. 현재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에 두부와 생면공장이 있다. 이 외에도 미국 동부 매사추세츠에 두부공장, 뉴욕에 두부공장 등을 보유 중이다. 다만 김치는 국내 생산 후 수출하는 구조다. 풀무원은 대상-CJ제일제당과 함께 국내 김치업계 3인방으로 묶이지만 유일하게 미국에 김치공장이 없다.
◇오뚜기도 미국 공장 출격 준비, 삼양식품은 중국기지
라면 업계에서는 농심만 미국 현지 공장을 갖추고 있다. 2005년과 2022년 각각 1공장, 2공장을 준공해 운영하고 있다. 미국에서 한국 라면의 인기가 상승하는 점을 고려해 제2공장에 고속 생산라인을 추가로 증설하기도 했다.

오뚜기는 미국에 생산공장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2005년 미국에 판매법인 '오뚜기 아메리카 홀딩스'를 세운 이후 2023년 생산법인 ‘오뚜기 푸드 아메리카’를 추가로 설립했다. 그동안은 국내에서 제품을 생산해 현지 판매법인을 통해 유통사업을 전개했다면, 향후 미국에서 생산부터 판매까지 원스톱으로 진행하기 위함이다. 그간 내수의존도가 높다는 지적을 받아온 오뚜기는 2028년 글로벌 매출 1조원 달성을 비전으로 내걸고 해외사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오뚜기 관계자는 “미국에 공장 부지를 사둔 건 맞는데, 아직 구체적으로 완공 시점이나 가동 일자가 정확하게 정해진 건 아니다”라면서 “미국 공장에서 어떤 품목을 생산할지도 아직 확실하게 계획된 건 없다”라고 말했다.
반면 삼양식품의 경우 현재 해외 생산공장이 전무한 상태다. 삼양식품은 대미 수출물량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하게 밝히진 않는다. 다만 100여개 수출 국가 중 손가락에 꼽히는 핵심 지역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오는 2027년 완공을 목표로 중국 저장성에 현지 공장을 설립하고 있음에도 미중 관세전쟁이 격화하는 상태라 오히려 미국 수출 측면에서는 부정적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관세 품목이나 조건 등이 나온 게 아니라 아직 예의주시하는 단계”라면서 “식품에 대대적으로 관세를 매기면 물가 상승이 수반돼 자승자박일텐데 그럼에도 트럼프 정책이 워낙 종잡을 수 없어 기업들마다 내부적으로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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