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구독의 시대]계약 끝난 제품 어디로 '폐기 또는 재활용 고심'⑦정수기 등 리퍼상품 고객 반감, ESG 이슈 중장기 과제
김도현 기자공개 2025-03-13 08:45:43
[편집자주]
구독경제가 가전업계에도 스며들고 있다. '사지 않고 빌려 쓰는'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면서다. 중견·중소 기업이 주도하던 렌털 시장에 대기업이 합세하게 됐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관련 사업에 뛰어든 것이 상징적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을 상쇄할 대안으로도 여기는 모양새다. 가전 구독 산업 현 생태계와 미래 성장 전망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3월 11일 07시1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가전 구독이 활성화하면서 사후처리에 대한 논의도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아직 규모가 크지 않아 급한 사안은 아니지만 구독 해지 사례가 하나둘씩 생기고 만기가 도래하면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글로벌 시장에서는 더 빠르게 이슈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 대비 ESG 부문에 민감한 지역에서 문제가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시점에서 관련 업체들은 단순 폐기에 무게를 두고 있는 가운데 추후에는 재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늘어나는 구독 고객 밀려나올 중고 가전
11일 대한상공회의소의 '소비자 구독 서비스 이용 실태'에 따르면 응답자 90% 이상이 구독 서비스를 경험해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40%가 1인당 3~4개를 사용 중이다. 이전까지 OTT가 대부분이었다면 최근에는 생성형 AI와 생활가전이 떠오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프리미엄 TV 고객 중 절반이 'AI 구독클럽'으로 구매했다고 발표했다. 출시 첫 달인 작년 12월 20%대에서 2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그만큼 구독 상품에 대한 관심도가 빠르게 커지는 추세다.
기존 렌털에 구독 사업까지 확산하면서 소비자들은 이제 '빌려쓰는 기기'에 익숙해지고 있다. 문제는 그 이후다. 계약이 만료되거나 도중에 해지하면 기업에서 해당 제품을 수거하는데 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이 등장하고 있다. 통상 구독 계약은 3~6년을 의무유지기간으로 두고 있다.

가장 늦게 진입한 삼성전자는 전량 폐기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일정 기간이 지난 상품에 대해서는 소유권을 고객에 넘기지만 중간에 계약을 끝내거나 반납을 원할 시 재활용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다만 이제 막 구독 사업을 개시한 만큼 추이를 지켜보면서 새 전략을 마련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초반 고객들의 관심이 적지 않으나 당장 조치를 취할 수준이 아니어서다.
일찌감치 렌털 업계에 발을 들인 LG전자는 좀 더 깊게 고민 중이다. 연초 LG전자 경영진은 'CES 2025' 기자간담회를 통해 "아직 시작은 안 했는데 내부적으로 리퍼비시 사업은 1년 이상 검토하고 있다"면서 "실제 시장에서 제품 수거해서 공장 반입하고 세척, 외관 불량 수리 등을 거쳐 리퍼제품 만드는 프로세스를 구축해뒀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단기간 내 리퍼제품을 판매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거둬가는 물류 과정이 워낙 복잡하고 비용, 고객 만족도 등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수기, 냉장고 등 식품과 연관된 기기를 중고로 쓰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적지 않다는 후문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구독 만료 후) 수거하는 것부터 이를 활용하는 것까지 따져봐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라며 "구독 사업이 얼마나 빠르게 커지느냐에 따라 기업들의 대응 속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코웨이, 쿠쿠홈시스 등도 각자의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외관에 적용된 플라스틱을 재활용하거나 보존 상태가 우수한 기기에 한해 리퍼제품으로 전환하는 등이다.
코웨이는 2007년 렌탈 가전 업계 최초로 리퍼브 제도를 도입하고 철저한 품질 및 성능 테스트를 거쳐 새 제품과 동일한 수준의 제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며 폐기 처리로 인한 환경적 부담을 완화하고 있다. 또한 2018년부터는 폐매트리스 회수 재활용 시스템을 구축해 고철, 합성수지 등 폐자원을 분리 및 공급하는 자원순환 전 과정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

◇친환경 소재적용·일부 부품 재사용에 초점
가전업계는 ESG 이슈를 최소화하기 위해 애초부터 친환경 소재를 쓰는 방안도 확대 중이다. 사실상 수명을 다한 제품을 분해한 뒤 일부 부품을 재사용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으로 꼽힌다.
폐배터리가 대표적인 사례다. 삼성전자, LG전자 등은 자사 가전제품에서 사용된 배터리를 수거해 금속을 추출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전기차 배터리 업계도 유사한 비즈니스를 준비 또는 시작한 상태여서 협업하는 형태로 발전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LG전자는 지난해 무선청소기 폐배터리를 수거해 고객이 자원순환에 동참케 하는 동시에 새 배터리 구입 시 할인해주는 혜택을 제공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이런 식으로 거둬들인 원료를 스마트폰 배터리 등에 활용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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