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4월 30일 07시1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재 반도체 업계 중심에는 고대역폭 메모리(HBM)로 성공 신화를 쓰고 있는 SK하이닉스가 있다. 양옆에는 SK하이닉스라는 연결고리로 엮인 한미반도체와 한화세미텍이 있다.이들의 악연은 최근 본격화되고 있다. 한화세미텍이 SK하이닉스에 열압착(TC)본더 공급을 개시하면서다. TC본더는 HBM을 이루는 D램들을 쌓을 때 필수 장비다. 이전까지 SK하이닉스는 TC본더 대부분을 한미반도체로부터 구매했다.
SK하이닉스가 한화세미텍과 손을 잡은 건 자연스러운 결정이다. 쏟아지는 HBM 물량에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데 한미반도체만 믿고 가기에는 리스크가 있기 때문이다.
협력사 간 경쟁을 부추겨 더 좋은 성능의 제품을 더 낮은 가격으로 사려는 움직임도 흔한 모습이다. 이를 비판할 수 있지만 비난할 수는 없다. 문제는 SK하이닉스 의도와 달리 선의의 경쟁이 아닌 막장으로 확전된 점이다.
한미반도체는 한화세미텍이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고 보고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보도자료 등을 통해 노골적으로 한화세미텍을 저격하기도 했다. 이에 한화세미텍도 한미반도체에 허위사실 유포를 중단하라는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기술력으로 맞붙어야 할 양사가 법적분쟁에 휘말리게 된 것이다. 가뜩이나 대외환경 불확실성이 고조된 시점에 이같은 다툼은 업계 전반에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다.
SK하이닉스 경영진이 한미반도체 본사를 찾아 조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으나 양측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오히려 한미반도체가 SK하이닉스로 파견한 엔지니어들을 복귀시키는 등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
결국 본질은 특허침해 여부다. 소송 과정에서 SK하이닉스가 적극적으로 나서줘야 한다. 주도적으로 3자 대면을 진행하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필요하다면 어느 정도의 압박도 가해야 한다.
한쪽이 부당한 피해를 보지 않아야 SK하이닉스도 중장기 관점에서 사업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갈 수 있다. 안정적인 HBM 생산라인 구축을 위해서도 건전한 반도체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도 그렇다.
SK하이닉스는 더 이상 만년 2위가 아니다. 어느덧 메모리 승자가 됐다. 협력사들이 공정하게 실력으로 겨룰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할 책임이 따른다. 그것이 SK하이닉스가 쓴 왕관의 무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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