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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노린 한투운용, 'TDF ETF 상장'에 임원진 총출동 배 대표 마지막 퍼즐 '퇴직연금', ETF 접목해 승부수 띄운다

황원지 기자공개 2025-03-11 15:26:50

이 기사는 2025년 03월 11일 15시2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퇴직연금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 퇴직연금시장은 배재규 대표가 부임 초기부터 중점 사업으로 꼽아왔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마지막 퍼즐로 꼽힌다. 수익률은 좋았지만, 자체 운용 TDF를 뒤늦게 내놓은 탓에 트랙레코드가 부족해 영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TDF에 고객의 접근성이 높은 ETF 비히클을 접목해 본격적으로 퇴직연금 시장에서의 영토 확장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배재규 대표 직접 나섰다...퇴직연금시장 공략 본격화

11일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ACE TDF ETF’ 시리즈 신규 상장 기념 투자 세미나를 개최했다. 배재규 대표가 직접 개최사를 맡았다. 이어 김장호 고려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와 강성수 한국투자신탁운용 솔루션담당 상무가 발표자로 나서 각각 자산배분 모델과 ACE TDF에 대해 상세히 소개했다.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

눈에 띈 건 배 대표를 비롯한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임원진 상당수가 참석해 힘을 실었다는 점이다. 심재환 한국투자신탁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를 시작으로 박희운 한국투자신탁운용 솔루션본부 전무와 남용수 한국투자신탁운용 ETF운용본부 상무가 발표자가 아님에도 출석해 자리를 지켰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이번 TDF ETF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1년에 수십개의 신규 ETF를 출시한다. 하지만 직접 배 대표가 나서 간담회를 진행하는 건 극히 일부다. 대표적인 사례가 재작년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베트남 투자 세미나다. 당시 베트남 시장이 저평가됐다고 판단, 전사적으로 베트남 ETF 마케팅에 나서 상당한 자금을 신규 유치했다.

배 대표에게 퇴직연금은 마지막 퍼즐과도 같은 과제다. 배재규 대표는 2022년 부임 당시 미래 먹거리로 ETF와 퇴직연금을 지목했다. 시장의 판도가 액티브에서 패시브로 넘어가고 있고, 우리나라의 인구구조도 고령화되며 퇴직연금시장이 커지고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ETF 시장에서는 적극적인 신상품 출시로 혈투 끝에 최근에는 KB자산운용을 누르고 ETF 시장 점유율 3위에 올라서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퇴직연금 분야에서는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다. 경쟁사에 비해 다소 늦은 출발이 이유였다. 배 대표는 부임 이후 솔루션본부를 신설하고 자체 장기자본시장가정(LTCMA)를 이용한 TDF알아서ETF포커스 시리즈를 새롭게 출시했다. 다만 작년까지는 출시 2년도 되지 않은 상품이라 트랙레코드가 주는 신뢰가 중요한 퇴직연금 시장에서 자금을 유치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TDF를 ETF 비히클에 실어 판도를 바꾸겠다는 계산으로 보인다. ETF는 공모펀드인 TDF에 비해 매매가 편하고, 접근이 쉬워 고객층도 넓은 편이다. 현재 한국투자 TDF알아서ETF포커스 시리즈 전체 빈티지 운용액은 5600억원 내외다. 최소 1조원에서 5조원 수준인 타 대형사들과 비교하면 아직 규모 면에서는 아쉬운 상황이다. ETF 비히클을 통해 고객층을 키운다면 자금 유입도 수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금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인출기 상품에 집중하는 건 한국투자금융그룹 전체의 기조이기도 하다. 한투금융그룹은 지난해부터 인구구조 고령화에 맞춰 인출기 고객을 위한 상품에 힘을 실어 왔다. 한국투자증권에서는 지난해 월지급 글로벌 하이일드 펀드 판매에 집중했고, 한국투자신탁운용도 작년 데일리옵션 커버드콜 ETF를 처음으로 내놓아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위험자산 비중 높아...은퇴자금 많이 필요한 한국인에 특화

한국투자신탁운용 ACE TDF ETF의 타사와의 차별점은 위험자산 비중이다. 단순히 TDF를 ETF 비히클에 싣는 데 그치지 않고, 운용에 차이를 뒀다.

강성수 상무는 "미국과 한국의 연령별 소득 분포를 비교하면 은퇴 시점을 기준으로 큰 차이가 난다. 미국은 은퇴하더라도 소득이 11% 정도만 줄어드는 데 반면 한국은 거의 140%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에 비춰 생각해보면 한국은 투자 시작 시점이 더 빨라야 하고, 더 높은 위험자산 비중을 가져가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에 이번에 ETF로 더 위험자산 비중이 높은 상품을 출시했다. 강 상무는 "ACE장기자산배분액티브는 2080 빈티지 TDF를 ETF로 출시한 것"이라며 "주식 비중이 높은 TDF가 한국 시장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 만든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ACE장기자산배분액티브는 최대 주식편입비가 99%로 TDF알아서ETF포커스(80%)에 비해 훨씬 높다. 강 상무는 "주식과 금의 편입비중이 기존 적격 TDF에 비해 큰 편이라 기대수익률도 높다"고 말했다.

ACE TDF ETF의 또다른 무기는 수익률과 수수료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TDF알아서ETF포커스 시리즈는 최근 2년간 전 빈티지 1위 수익률을 기록할 정도로 성과가 좋은 편이다.

수수료 측면에서도 기존 TDF와 비교해 판매보수가 빠지기 때문에 더 유리하다. 한국투자TDF알아서ETF포커스 2030의 경우 총보수가 0.39%다. 운용보수 0.15%, 판매보수 0.2%, 수탁 및 사무수탁보수 0.04%를 합쳐서다. 하지만 시장에 직접 상장하는 ACE 2030 액티브의 경우 총보수는 0.30%로 0.09% 낮다. 장기투자 상품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TDF ETF가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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