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은 기아 생존전략]러시아 전담조직 국내로 편입…재진출 '모색'②조직 내 기획부터 재경팀까지 구축…카자흐스탄 CKD 공장 TF도 신설
박완준 기자공개 2025-03-17 10:54:50
[편집자주]
기아는 올 초부터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하며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불확실한 경영 환경을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기아는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목적기반모빌리티(PBV) 조직을 키우고 러시아 시장의 재진출을 올해 핵심 키워드로 낙점했다. 더벨은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기아의 사업 및 조직 현황을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5년 03월 12일 15시4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아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이 급물살을 타자 러시아 시장 재진입을 노리고 있다. 전쟁 여파로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매각한 현지 생산시설을 재매입해 전쟁 전 기록한 높은 시장 점유율을 회복하기 위해서다.특히 기아는 러시아 전담 조직을 국내로 편입시키는 등 재정비를 단행하며 재진출 전략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시장을 선제적으로 장악할 수 있는 체계적인 전략을 구축해 경쟁사보다 빠른 판매량 회복을 목표한다.
◇러시아 조직 재정비…국내 글로벌 사업본부로 '편입'
12일 재계에 따르면 기아는 최근 조직 개편을 통해 러시아 조직을 재정비했다. 앞서 구축한 러시아 해외권역본부를 해체시키고, 국내 글로벌 사업관리본부 직속으로 편입시켰다. 조직 내 기획팀과 재경팀도 확보해 부서 명칭을 '기아러시아'로 변경했다. 향후 러시아 시장 재진출을 염두에 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앞서 현대차와 기아는 전쟁 이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거점 삼아 러시아 시장을 공략했다. 2021년만 해도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16만7331대, 20만5801대의 판매고를 올리며 합산 점유율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인근 유럽 국가로 자동차를 수출하는 임무도 수행하며 전략적 거점 역할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2023년 12월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1만루블(한화 14만원)에 매각했다. 공장은 AGR 오토모티브 그룹의 자회사인 아트파이낸스가 인수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2년 이내에 되살 수 있는 권리(바이백) 옵션을 매각 계약에 포함했다.
기아러시아 조직은 러시아 재진출 전략 구축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먼저 바이백 옵션 기한의 만료 기한인 올 12월까지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재매입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미국의 25% 관세부과 가능성이 높아지며 러시아 시장이 시장 다각화의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의 생산 및 물류 인프라를 중국 자동차 업체가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면서 시장 재진입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장을 다시 사들인다고 해도 시장 상황이 만만치 않다. 전쟁 기간 동안 중국 완성차 브랜드들이 러시아 시장을 잠식했기 때문이다.
기아러시아 조직은 이태훈 글로벌사업관리본부장 전무가 총괄한다. 그는 1968년생으로 홍익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했다. 기아에서 수출기획팀장을 맡으며 다양한 글로벌 전략을 구축한 경험을 갖춘 인물로 알려졌다. 이 전무는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가격 재협상 과정에서 필요한 러시아 정부의 승인을 얻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러시아 진출을 준비하기 위한 조직 개편으로 판단된다"며 "러시아 공장 바이백 옵션이 만료되기 전 러시아 정부의 승인을 얻어 올해 안에 재매입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고 말했다.
◇카자흐스탄 CKD 공장 TF 구축…안정화 목표
기아는 러시아 인접 국가인 카자흐스탄 공략에도 힘을 쏟으며 시너지 확대에 나선 모습이다. 특히 기아는 올 3분기부터 가동을 시작하는 카자흐스탄 제2공장의 효율성을 증대시키기 위한 전담 태스크포스팀(TF)도 최근 구축했다.
기아는 최근 기아러시아 조직 내 카자흐스탄 반도립제품(CKD) 공장 TF를 구축했다. 공장 가동 전부터 전담 조직을 배치해 리스크에 대응하고 생산 체계 안정화를 이뤄내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앞서 기아는 지난해 10월 카자흐스탄 제2공장을 착공한 바 있다. 총 2억달러를 투자해 연간 생산능력 7만대 규모의 공장을 짓는다. 특히 카자흐스탄 제2공장은 연간 5만대를 반조립제품(CKD) 방식으로 생산한다. CKD는 완성차가 아닌 부품 상태로 수출한 뒤 현지에서 조립해 판매하는 생산 방식이다.
신공장은 자동화 설비가 적용된 스마트팩토리로 지어진다. 용접·코팅·조립 라인에 걸쳐 70개의 로봇 시스템이 장착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높은 생산 효율성과 환경 친화성을 구현한다는 목표다.
구체적인 카자흐스탄 제2공장의 생산 라인업도 공개했다. 쏘렌토와 스포티지, 쎄라토 등 3개의 모델을 생산한다. 다만 기아는 향후 현지 자동차 시장 변화에 따라 점차 생산 라인업을 늘리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카자흐스탄 CKD 공장 TF는 본격적인 가동 체계를 구축할 전망이다. 올 7월 첫 번째 테스트 차량 생산을 시작으로 10월 본격적인 가동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초기에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쏘렌토를 생산해 수익성 위주의 신차 판매에 나선다. 내년 1월에는 스포티지 모델도 생산해 라인업을 확대하는 내용이 골자다.
업계 관계자는 "카자흐스탄 공장은 러시아 국경과 인접한 곳에 위치하고 있다"며 "러시아 재진출에 성공할 시 연간 생산능력이 급격하게 늘어 점유율 확대 등 시너지 강화에도 용이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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