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승계 로드맵 점검]넘어야 할 산 '중복상장' 논란⑤"'대어'될 한화에너지, ㈜한화는 가치하락 우려"
허인혜 기자공개 2025-03-17 14:49:24
[편집자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인 김동관·김동원·김동선으로 경영권을 양도하는 작업이 본격화했다. 그룹사 사업부문을 나누고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승계 재원 마련의 핵심 키로 여겨지던 한화에너지 IPO도 개시됐다. 정부와 규제 당국, 시장 관계자, 공급망 등 여러 이해관계자가 얽혀 있는 만큼 관심이 집중된다. 더벨은 한화그룹 승계전략을 분석하고 각 과정에서 풀어내야할 과제와 리스크를 점검한다.
이 기사는 2025년 03월 13일 10시2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에너지 기업공개(IPO) 성공을 위한 가장 큰 장벽은 '중복 상장' 논란이다. 자회사가 상장된 이후 모회사가 상장되는 케이스여서 다른 그룹과는 결이 다르기는 하지만 같은 논리로 자회사의 주가 하락을 우려하는 대목이다.최근 들어 투자자 보호를 위해 감독당국이 중복상장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대고 있는 점이 큰 부담이다. 상장 자금으로 어떤 투자 계획을 갖고 있는지, 그래서 신주와 구주 매출 비중은 어떤지가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투자자 설득 논리가 잘 갖춰져야 한다는 뜻이다.
◇'중복 상장' 우려 심화된 시장 분위기 관건
한화에너지가 IPO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중복 상장'에 대한 갑론을박도 시작됐다. 한화에너지는 ㈜한화의 지분 18.75%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한화 지분을 대폭 늘렸다. 상반기 9.7%였던 한화에너지의 ㈜한화 지분은 7월 ㈜한화의 공개매수와 12월 시간외매매 등을 거치며 22.2%까지 늘었다.
시장 전문가는 한화그룹이 한화에너지를 상장하는 과정에서 마주칠 가장 큰 리스크가 바로 이 부분이라고 짚었다. 시장의 반대로 IPO 자체가 암초에 부딪힐 수 있다는 이야기다. 상장 허들이 높아지면서 올해만 10곳 이상이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LS그룹도 중복 상장 논란으로 계열사의 주가가 급락한 바 있다.
시장 전문가는 "최근 상장이나 기업재편을 추진하다 거버넌스 이슈로 불발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데, 한화그룹에게도 이 점이 가장 큰 장애물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현 시점에서 상장을 추진하는 배경으로는 "최근 상법개정과 중복 상장에 대한 논의가 많은데, 상법 개정은 조만간 통과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기업에 감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또 정치적 상황까지 변화하고 있어서 만약 다른 정권 아래 상법 개정이 이뤄지고 이사 충실 의무를 강화하겠다고 한다면 '정말 힘들어진다'는 위기감 속에서 빠르게 추진하는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한화에너지, 상장 전후 '당위성' 증명해야"
따라서 한화에너지가 상장에 성공하고, 이후에도 '적합했다'는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당위성을 강조하고 이를 증명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상장의 목적이 승계가 아니라 기업가치 증대라는 주장을 내세워야 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에너지가 발전 가능성이 매우 높은 회사이지만, 그동안 한화그룹이 여러차례 인수합병(M&A)을 거치며 한화에너지를 지원할 자금 여력이 다소 부족해졌다는 입장을 내세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며 "절대 승계가 목적이 아니라 상장을 통해 기업가치를 현재보다 몇 배 이상 발전시키겠다는 비전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글로벌 에너지 기업으로서 필요한 경쟁력 강화 및 미래 성장 동력 확보, 국내외 신인도 제고를 위하여 IPO를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나 확정된 바 없으며, 승계자금 활용이나 ㈜한화와 합병 계획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대어'될 한화에너지, ㈜한화는 가치하락 우려"
상장에 성공하더라도 '중복 상장'에 대한 우려는 남는다. ㈜한화의 주가 하락이다. 통상 중복 상장은 모자회사에 모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한화에너지와 ㈜한화의 경우 ㈜한화의 주가 하락이 예상된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삼형제가 수월하게 승계를 받기 위해서는 한화에너지의 주가는 상승하고 ㈜한화의 주가는 눌려 있어야 하는데, 시장에서도 이 점을 인식해 ㈜한화에서 이탈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한화에너지의 IPO 추진 소식이 들린 다음날인 12일 종가는 전일대비 10.39% 하락했다.
시장 전문가는 "대주주 일가가 지분을 많이 들고 있는 곳과 비교적 적게 들고 있는 곳의 합병이 예상된다면 대주주가 많이 갖고 있는 곳의 주가가 통상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며 "한화에너지는 프리미엄이 붙어 밸류에이션이 높은 주식이 될 가능성이 있다. 과거 SK와 SK C&C의 사례가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한화그룹은 당장의 계획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시장에서는 차후 한화에너지와 ㈜한화의 합병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한화에너지는 한화그룹의 삼형제가 지분의 전량을 나눠들고 있는 곳이다. 한화에너지와 ㈜한화의 합병은 삼형제의 그룹 지배력을 늘리는 키가 된다. 삼형제는 한화에너지 상장에 따른 구주매출로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화에너지가 상장하게 된다면, 비상장사일 때보다 ㈜한화와의 합병은 수월해질 수밖에 없다"며 "가장 조용하게 추진할 수 있는 것이 상장사 대 상장사의 합병"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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