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표식품은 지금]'소극적' 주주친화정책, 공식적 IR '제로'⑤내부 성장 중심 전략, R&D 투자에도 시장평가 제자리...짠물 배당 지적도
정유현 기자공개 2025-03-20 07:55:05
[편집자주]
샘표식품은 박진선 대표가 경영의 지휘봉을 잡은 지 30년이 돼간다. 박 대표는 주요 변곡점마다 사업의 방향을 제시하며 업계를 이끌어 왔지만, 대외적으로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기보다는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집중해왔다. 최근 한국식품산업협회 회장직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샘표식품도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K푸드가 단순한 트렌드가 아닌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자리잡기 위해 제대로된 리더십을 발휘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더벨은 박 대표의 행보를 계기로 샘표식품의 사업 전략과 재무 상태, 향후 사업 방향에 대해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3월 14일 15시3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식품업종은 성장성이 높은 산업에 비해 투자자들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낮다. 비교적 예측 가능한 수익 구조를 갖추고 있어 단기적인 주가 부양보다는 장기적인 사업 운영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크다.기업들도 공격적인 IR 활동보다는 기존 사업의 안정적 운영과 내부 역량 강화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오너 중심의 지배구조 또한 내부 경영 안정성에 방점을 찍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샘표식품 역시 이러한 산업적 특성과 궤를 같이한다. 박진선 대표가 경제계 리더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나, 투자자 및 이해관계자와의 직접적인 소통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현금 배당 외 추가적인 주주환원책 마련에도 소극적인 입장이다.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전략을 공식적으로 추진하지는 않지만 사업 경쟁력 강화를 통해 주주 가치를 높이는 '정공법' 전략을 고수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지주사 및 오너 측 지분율 60% 육박, 외부 주주 영향력 제한적 구조
샘표식품은 2016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며, 지주사 '샘표'와 사업회사 '샘표식품'이 각각 독립적인 상장사로 운영되고 있다. 지주사와 사업회사 모두 박진선 대표가 이끌고 있다. 작년 3분기 말 기준 샘표는 샘표식품의 지분 49.3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특수 관계인의 지분율을 포함하면 최대주주 측 지분율은 59.69%다.
대주주의 지배력이 견고한 구조에서는 외부 주주의 영향력이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 주식 유동 비율도 40.27%로 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식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이에 따라 소액주주와의 소통보다는 내부 경영 안정성에 더 무게를 둔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샘표식품은 공식적인 IR 활동도 활발하지 않다. 전자공시상으로 확인해볼 수 있는 '기업설명회' 주최건은 제로(0)다. 한국상장사협의회가 2년 전 발간한 자료 외에는 최근 주요 증권사의 애널리스트가 분석한 리포트는 없는 상태다. 자금 조달 방식에서도 보수적인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메자닌이나 회사채 발행 등 자본 시장 통로를 통하지 않고 정책 자금 대출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외부 투자자와의 접점이 적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로, IR 활동이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이유로도 작용할 수 있다. 홈페이지에도 주요 제품 소개 외에는 IR 관련한 정보를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해두지 않았다.
지주사 샘표는 2022년 자사주 매입을 추진한 적이 있으나 샘표식품의 유일한 주주환원책은 배당이다. 배당 정책은 실적과 무관하게 일정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2016년부터 2024년까지 1주당 200원의 결산 배당을 이어오며 일관성을 보이고 있다.
최근 5년간 배당의 기준이 되는 당기순이익 규모가 우하향세를 타고 있지만 변동 없이 200원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이익이 상승하던 시기에도 변화가 없었다. 일부 주주들 사이에서 '짠물 배당' 기업이라는 비평이 나오는 이유다.
배당 확대는 오너 일가를 포함한 대주주에게 유리한 구조지만, 샘표식품의 배당 정책은 단순한 주주 이익보다는 재무 건전성과 장기적인 경영 안정성을 고려한 보수적 기조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판관비와 원가 부담 증가로 수익성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배당 확대는 추가적인 재무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투자 지표 열위 불구 '경영개선' 우선 순위, 배당 일관성 유지
샘표식품의 투자 지표는 식품 업종 내에서도 낮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최근 K푸드 열풍으로 주요 식품사들의 ROE(자기자본이익률)와 PBR(주가순자산비율)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샘표식품은 상대적으로 시장의 주목을 덜 받고 있다.
2024년 말 기준 샘표식품의 ROE는 4.41%로, 코스피 상장사 10년 평균(약 8%)을 밑도는 수준이다. 또한, 현재 PBR이 1배를 하회하고 있어 시장에서는 기업의 순자산 가치를 그대로 반영하기보다 미래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이 낮은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정부 차원의 밸류업 권고 흐름에도 불구하고 샘표식품은 기존의 정책에 변화를 주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사업보고서의 배당에 관한 상황에도 '중견기업으로서 회사의 발전에 중점을 둘 예정'인 점을 분명히 밝혔다.
수년간 이천 공장과 영동 공장 설비 투자를 통해 생산 능력 확대를 추진했고, 2028년에는 신공장을 건설해 바이오 소재 사업도 추진할 예정이다. 투자 재원을 배당보다는 사업 경쟁력 확대에 우선순위를 두고 배분하는 모습이다.
특히 식품 업종 대비 R&D 투자에 적극적인 편이다. 대부분의 식품사들이 연구개발에 매출액 대비 1% 수준을 투자하는데 샘표식품은 3% 이상이 유지되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64억원 규모였는데 연구 개발에 지출한 금액은 100억원 이상이다. 지주사 샘표의 자사주 소각에 대한 목소리와 샘표와 샘표식품 모두 배당금 확대 요구가 있지만 당분간은 경영 성과 개선에 힘을 줄 것으로 풀이된다.
샘표식품 측은 "한국 식문화를 선도하는 사명감으로 지속 투자와 혁신을 이어갈 것"이라며 "우리맛의 가치를 전 세계에 전하고, 주주 가치를 높이는 데 더욱 최선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인더스트리
-
- 한화에어로, 3.6조 유증 "지금 투자 안 하면 밀린다"
- [i-point]티로보틱스 “물류로봇 수출 꾸준, 재무제표 개선 속도”
- 한화에어로, 지상방산도 '현지화'...해외 거점 2.4조 '베팅'
- 주주가치제고 요구 높아진 유한양행 주총
- 충돌·고성 난무한 포스코홀딩스 주총장
- 수소사업 난항에…SK이노 E&S, 관련 조직 통합
- '최대 매출' 대한항공, 조원태 회장 보수는
- [영풍-고려아연 경영권 분쟁]MBK 국세청 세무조사 변곡점되나
- [유증&디테일]이에이트, 우려 딛고 흥행 성공
- [Red & Blue]'최대주주 변경' 예고 아이엠, 7영업일 연속 주가 상승
정유현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QSR 플랫폼' 정착 맘스터치, 연매출 4000억 돌파 유력
- [배당정책 리뷰]씨앤씨인터, 상장 후 첫 배당…대주주 몫 60%
- [샘표식품은 지금]'소극적' 주주친화정책, 공식적 IR '제로'
- [샘표식품은 지금]확장 위한 레버리지 활용, 재무 건전성 '유지'
- [샘표식품은 지금]박진선 대표의 오너십, R&D로 미래 준비
- [샘표식품은 지금]원가 개선 속 판관비 부담…신규 브랜드 정착 관건
- [thebell desk]홈플러스 사태와 오너십의 무게
- [이사회 모니터/CJ제일제당]'여성' 이사 공백 채운다…다양성 기조 재확립
- [주주총회 프리뷰]남양유업, 퇴직금 규정 '합리화' 추진
- [샘표식품은 지금]국내 시장의 벽, 해외 시장의 기회… 상반된 성장 곡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