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H 지분적립형주택 시동]청년·신혼부부 내집마련 돕는 '적금주택' 최초 도입①초기 분양가 부담 낮추고 전매도 가능…올 연말 광명학온지구 865가구 첫 공급 목표
박새롬 기자공개 2025-03-18 07:06:07
[편집자주]
경기주택도시공사(GH)의 주거복지정책이 가시화되고 있다. 사장 퇴임과 도의회 부결 등 격변을 겪고 있지만 꿋꿋이 '적금주택' 사업을 이어나간다. 청년과 신혼부부 등 젊은층의 내집마련과 자산형성을 돕기 위해 국내 최초로 제시된 사업모델이다. 올해를 시작으로 수도권 내 확대될 지분적립형 주택사업의 현 상황과 앞으로 공급 전망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3월 17일 07시1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2023년 공식 발표한 '지분적립형 분양주택' 사업을 올해 본격적으로 공급한다. 공공이 분양하는 아파트의 지분을 20~30년에 걸쳐 조금씩 취득하면서 주택 소유권을 완전히 갖게 되는 방식이다. 직장생활을 시작해 소득은 어느 정도 있지만 목돈이 부족한 청년과 신혼부부를 타깃으로 제안한 사업이다.김세용 GH 전 사장은 지난 2022년 12월 22일 취임 이후 '기회 파트너 GH'라는 비전을 발표하며 지분적립형 분양주택 도입을 준비해왔다. 현재는 김 전 사장과 SH공사 시절부터 호흡을 맞춰온 이종선 GH 부사장이 사장 직무대행을 맡아 사업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20년간 지분 늘려가며 내집마련…첫 입주시 25%만 납부
매달 적금을 납입해 목돈을 만들 듯, 주택 지분을 차곡차곡 늘려 '내집마련'을 돕고자 하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가계의 실질소득은 정체됐는데 신규 주택공급 물량은 줄고, 주택가격은 상승하는 상황에서 젊은층의 자산형성 기회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아직까지 공급사례는 전무하지만 2021년 법령 개정으로 근거가 마련돼 신속한 공급이 가능하다. 공공주택특별법 제2조에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의 개념이 정의돼있다.
수분양자는 GH가 공급하는 전용 60㎡ 주택에 들어가면서 분양가의 10~25%만 부담하면 된다. 이후 20~30년에 걸쳐 나머지 지분을 계속 취득해가면서 주택 소유권을 완전히 갖는 방식이다. 적금을 매월 납입해 목돈을 만들듯이 주택 지분을 차곡차곡 늘려 20~30년 뒤 온전한 내 집을 갖게 돼 '적금주택'이라는 명칭을 붙였다.
의무적으로는 5년간 거주해야 하고, 10년간 거주하면 전매도 가능하다. 전매제한 기간 이후 제3자에게 시세에 맞춰 매매가 가능하며 매매시점에 지분 비율로 공공(GH)과 차익을 나눠갖게 된다. 지분 취득 기간은 공공주택특별법에서는 20~30년간으로 정해져있는데, GH는 20년을 적정 기간으로 보고 있다.
아직 GH의 첫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의 분양가는 책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GH는 건설원가에 붙는 이윤을 최소화해 5% 이하로 책정한다는 방침이다. 2023년 9월 GH가 첫 발표할 당시에는 이윤 10% 이하를 제시했으나 더 낮추기로 했다.
일반 분양주택의 경우 입주하려면 분양가 100%를 일시 지불해야 하는 반면,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은 분양가의 10~25%와 공공지분에 대한 사용료(보증금)를 부담해 일반 주택보다 초기 자금부담이 상대적으로 낮다. 지분이 점차 증가함에 따라 초기에 납입했던 보증금을 돌려받아 지분 취득에 보탤 수 있고, 임대료도 점점 낮아지게 된다.
예를 들어 분양가 6억3000만원, 전세시세 4억7000만원의 주택을 주택담보대출로 분양받을 경우 초기 5년간 수분양자가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월 259만원, 5년간 총 1억5600만원이다.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의 경우엔 월 143만원, 5년간 총 8600만원으로 부담이 낮아진다. 5년 후에는 추가 지분취득액 8400만원을 납부해야 한다.

◇올해 광명에 첫 공급 추진…제동 걸린 광교도 지속 추진
당초 올 연말 광교신도시 A17블럭에 시범사업을 추진해 2028년 후분양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지연이 불가피해졌다. GH는 지난해 말 경기도의회에 신규투자사업 관련 의결안으로 상정했다. 그해 12월 16일 상임위 심의를 통과했는데 2주 뒤 열린 본회의에서 1표 차이로 제동이 걸렸다. 이후 지난달 20일 열린 본회의에서도 부결됐다.
그럼에도 GH는 광교신도시 A17블록에 지분적립형 분양주택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총 600가구 중 240가구를 지분적립형으로 분양한다. 당초 2026년 상반기 착공해 2028년 하반기 준공 및 입주가 목표였는데 다소 지연될 전망이다.
대신 광명학온지구 공공주택부지에 먼저 지분적립형 분양주택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광명학온지구는 부지조성공사에 착수한 상태다. 건축공사 착공도 연내 이뤄질 예정이다. 건축공사 착공 시점에 분양가 등 구체적 공급계획이 나오고 선분양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광명학온 공공주택지구는 분양주택 총 1079가구 중 865가구를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으로 공급한다. 이후 GH가 추진 중인 3기 신도시 등에 약 1만 가구 규모로 확대 공급할 계획이다.
◇김세용 전 사장이 SH시절부터 제안…이종선 대행이 지속한다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은 김 전 사장이 과거 SH 사장 시절부터 꺼내든 사업이다. 2020년 당시 비슷한 개념의 공공주택 브랜드로 '연리지홈'을 제시한 바 있다. 분양가 20~40% 지분을 우선 취득하고 나머지는 20~30년에 걸쳐 확보하는 방식이었다. 김 전 사장이 회사를 떠난 이후 SH는 지분적립형 분양주택 사업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
SH공사에서 추진했던 토지임대부 분양주택과도 차이점이 있다. 토지임대부의 경우 건물만 분양하고 토지는 공공이 소유하 온전한 '자가 소유'가 불가능하다. 또 공공이 소유한 토지에 대한 사용료를 평생 납부해야해 임대료 부담이 높다.
GH가 내세우는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의 브랜드명은 '기회적금주택'이다. 경기도가 민선 8기 청년주거대책 일환으로 추진 중인 김동연 경기도지사표 '청년기회주택'과 궤를 같이한다. 김 지사도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을 통해 사회초년생에게 자산 형성의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김세용 전 사장은 SH와 GH에서 사장을 역임하고 실무와 이론에 능통한 부동산 전문가로 평가받은 인물이다. 1965년생으로 고려대 건축공학과를 나와 서울대 환경대학원 석사, 컬럼비아대 대학원 석사 등을 마쳤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서울주택도시공사(SH)를 이끌었다. 김 전 사장은 GH로 적을 옮긴 후 오랜 기간 방치된 광교신도시 A17블록을 지분적립형 첫 적용 사업지로 낙점했다. 2023년 9월 GH는 공식적으로 지분적립형 분양주택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김 전 사장이 GH로 옮긴 2022년 말부터 다시 지분적립형 분양주택 논의를 이어온 것으로 알려진다. 김 전 사장과 SH 시절부터 손발을 맞춰온 이종선 부사장이 사업을 이어나갈 방침이다.
이 부사장은 지난 3일 부사장으로 승진한 직후 사장 대행을 맡게 됐다. 그는 김 전 사장의 취임 직후인 2023년 1월 2일에 GH 기회경제본부장으로 합류해 대부분의 역점사업을 주도적으로 함께 추진해왔다. 앞서 1995년부터 2022년 말까지 SH에서는 전략기획, 보상 및 도시재개발, 분양, 공공임대 등 사업 전반에 대한 역량을 쌓아왔다. 1965년생으로 고려대 법학과를 나와 서울시립대 경영학 석사, 세종대 도시·부동산· 유통 협동학과 박사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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