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체인 리포트]코로나19 넘긴 진에어, '도움 주는' 계열사로 반전[대한항공]⑧유상증자·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코로나19 돌파…실적 회복에 계열사 회사채 인수
이민호 기자공개 2025-03-20 08:20:26
[편집자주]
기업은 사업적인 필요성에 따라 계열사간 머니체인을 만든다. 출자로 자본을 키워주거나 대여로 현금여력을 늘려준다. 차입여력을 키워주는 '보이지 않는 돈' 지급보증도 빼놓을 수 없는 선택지다. 출자하면 배당금을, 대여하면 이자를 각각 수취해 기업의 상황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머니체인이 바뀐다. THE CFO가 각 기업 머니체인 현황과 이에 따른 재무적인 영향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3월 18일 08시1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진에어는 코로나19 위기를 주주배정 유상증자와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넘겼다. 여기에는 당시 최대주주였던 한진칼의 현금출자와 함께 정석기업과 한국공항 등 계열사의 신종자본증권 인수가 바탕이 됐다.진에어는 코로나19 이후 실적이 크게 올라오면서 신종자본증권을 모두 조기상환한 데 더해 도움을 주는 계열사로 거듭났다. 진에어는 한진칼, 대한항공, 한진 등 계열사가 발행한 회사채를 적극적으로 인수하고 있다.
◇지배구조 변경 이후 대한항공 현금출자 전무…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자체 조달
진에어는 인적분할 전 대항항공이 2008년 1월 100% 자회사로 설립한 저비용항공사(LCC)다. 한진그룹의 지주사 체제 전환에 따라 2013년 8월 대한항공이 투자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해 한진칼을 신설하면서 한진칼 자회사로 옮겨갔다. 2017년 12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면서 한진칼이 구주매출로 2862억원을 손에 쥐었고 진에어가 신주모집으로 954억원을 유입했다.

진에어는 코로나19 시기 대한항공, 칼호텔네트워크와 함께 유동성 위기를 겪은 한진그룹 계열사 중 하나다. 진에어가 유동성을 확충한 첫 번째 방법은 주주배정 유상증자였다. 2020년 11월 1050억원을 유입한 데 이어 1년 후인 2021년 11월 1238억원을 추가 유입했다.
주주배정 방식을 취하면서 최대주주인 한진칼의 현금출자도 이뤄졌다. 2020년 11월 516억원에 이어 2021년 11월 567억원으로 합산 1083억원을 출자했다. 한진칼은 2015년부터 2024년(3분기 누적)까지 별도 기준 최근 10년간 특수관계자에 대해 합산 1조5877억원을 현금출자했다. 이중 대부분인 1조4263억원이 대한항공으로 향했으며 진에어(1083억원)도 출자 대상에 포함됐다.

다만 한진칼의 출자 여력이 충분한 것은 아니었다. 한진칼은 2020년 12월 항공산업 구조개편에 따라 한국산업은행을 대상으로 5000억원 규모 제3자배정 보통주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대한항공 보통주를 교환대상으로 3000억원 규모 교환사채(EB)를 발행해 합산 8000억원을 조달했을 정도다. 이 8000억원마저도 대한항공에 대한 대여금으로 나갔다.
이 때문에 진에어는 자체 조달도 병행해야 했다. 2021년 4월 자사주를 교환대상으로 내놓고 159억원 규모 교환사채(EB)를 발행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EB는 2021년 중 일부가 교환됐으며 2024년 4월 만기에 맞춰 잔여물량 전량이 상환됐다.
다만 진에어의 주력 자체 조달 수단은 EB보다는 채권형 신종자본증권이었다. EB 발행 후 약 4개월이 지난 2021년 8월 75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이 신종자본증권의 핵심은 만기가 30년으로 책정돼 자본으로 인정받은 점이다.
이 신종자본증권에는 금리가 6.80%가 붙었지만 발행일로부터 불과 1년 후 금리가 11.80%로 뛰어오르는 스텝업 조항이 삽입됐다. 막대한 이자 부담을 지지 않으려면 스텝업 조항이 발동되기 전인 1년 내에 상환해야 하는 사실상 단기차입금 성격이었다. 이 때문에 진에어는 스텝업 조항 발동 직전인 2022년 8월 신종자본증권 전량을 조기상환했다. 2021년 11월 유상증자로 유입한 1238억원이 주요 재원이 됐다.
◇실적 회복 바탕 신종자본증권 전액 상환…계열사 회사채 230억 인수

진에어는 2022년 6월 지배구조에 변화를 맞았다. 한진칼이 보유하고 있던 진에어 지분 54.91%(2866만5046주) 전량을 대한항공에 6048억원에 넘긴 것이다. 이로써 진에어는 한진칼 자회사에서 한진칼 손자회사이자 대한항공 자회사로 지배구조가 변경됐다. 한진그룹은 대형항공사(FSC)인 대한항공과 LCC인 진에어의 수직계열화를 통한 사업 시너지 추구를 내세웠다.
다만 진에어의 자회사 편입 이후 대한항공이 진에어에 현금출자나 대여 등 현금을 지원한 사례는 없다. 이 때문에 진에어는 자체 조달에 여전히 의존해야 했다. 지배구조 변경 이후 약 4개월 후이자 앞선 신종자본증권 전량 조기상환 약 2개월 후인 2022년 10월 62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이 신종자본증권의 만기는 30년으로 책정돼 자본으로 인정받았으며 금리로는 8.60%가 붙었다. 발행일로부터 불과 1년 후 금리가 13.60%로 뛰어오르는 스텝업 조항이 삽임됐다. 진에어는 스텝업 조항 발동 직전인 2023년 10월 신종자본증권 전량을 조기상환했다.
진에어가 두 차례에 걸쳐 발행한 신종자본증권 일부를 한진그룹 계열사가 인수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2021년 8월 발행한 신종자본증권 750억원 중 40억원을 한진칼 자회사인 정석기업이 인수했다. 2022년 10월 발행한 신종자본증권 620억원 중 40억원은 대한항공 자회사인 한국공항이 인수했다. 계열사간 회사채 또는 신종자본증권 인수는 계열사간 현금을 이동시키는 수단이 된다.

두 차례에 걸쳐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을 조기상환할 수 있었던 데는 코로나19 영향에서 벗어나 빠른 속도로 회복된 진에어의 실적이 자리잡고 있다. 진에어의 2023년 매출액은 1조2000억원을 넘겨 코로나19가 불거지기 전 1조원을 넘겼던 2018년이나 9000억원을 넘겼던 2019년보다 많았다. 2024년에도 3분기 누적으로 1조1000억원을 넘겼으며 연간으로는 1조4000억원을 넘겼다.
영업이익의 경우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 연속 적자에 머물렀지만 2023년 1822억원으로 흑자전환한 데 이어 2024년 3분기 누적으로 1396억원, 연간으로는 1631억원으로 흑자가 지속됐다.
진에어의 실적이 올라오면서 과거 계열사에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던 회사에서 계열사가 발행한 회사채를 인수하는 회사로 바뀌었다. 2024년말 진에어가 보유한 계열사 회사채는 대한항공 50억원, 한진칼 80억원, 한진 100억원 등 합산 230억원이다. 이에 대해 진에어 측은 "단순 자금 운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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