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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체인 리포트]'깨끗해진' 왕산레저개발, 매각에 남은 암초는[대한항공]⑦대한항공 출자로 산은 차입금 전액 상환…적자 지속에 운영자금 의존 여전

이민호 기자공개 2025-03-19 08:14:17

[편집자주]

기업은 사업적인 필요성에 따라 계열사간 머니체인을 만든다. 출자로 자본을 키워주거나 대여로 현금여력을 늘려준다. 차입여력을 키워주는 '보이지 않는 돈' 지급보증도 빼놓을 수 없는 선택지다. 출자하면 배당금을, 대여하면 이자를 각각 수취해 기업의 상황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머니체인이 바뀐다. THE CFO가 각 기업 머니체인 현황과 이에 따른 재무적인 영향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3월 14일 10시41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왕산레저개발은 2011년 설립 이후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이 때문에 한국산업은행으로부터 차입금을 끌어다썼다. 이 차입금에 대해 자금보충약정을 제공한 곳이 대한항공이었다. 대한항공은 최근 9년간 한 해도 빠지지 않고 왕산레저개발에 현금을 출자해야 했다.

대한항공은 2023년 406억원을 일시에 출자하면서 왕산레저개발의 잔여 차입금을 모두 갚았다. 그럼에도 왕산레저개발의 영업적자가 이어지면서 운영자금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다.

◇적자 지속에 산은에서 차입…자금보충약정에 대한항공 출자 꾸준

대한항공이 2015년부터 2024년(3분기 누적)까지 최근 10년간 별도 기준 특수관계자에 현금출자한 합산 금액은 2조3147억원이다. 이중 왕산레저개발에는 1394억원을 출자했다. 왕산레저개발은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요트경기장 건설을 위해 2011년 11월 대한항공의 100% 자회사로 설립됐으며 인천 중구 을왕동 소재 요트 계류장 왕산마리나를 운영하고 있다.


왕산레저개발에 대한 출자 형태는 대한항공이 이 기간 가장 많은 2조1128억원을 출자한 한진인터내셔널(HIC·Hanjin Int'l Corp.)과는 차이가 있다. HIC의 경우 코로나19로 불어난 차입금을 갚기 위해 2023년(9508억원)과 2024년(5544억원)에만 합산 1조5052억원이 출자됐다. 하지만 왕산레저개발은 2016년부터 2024년까지 9년간 매년 출자됐다.

이런 출자 형태를 띄는 이유 중 하나는 왕산레저개발의 열악한 현금창출력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왕산레저개발 설립 자본금 60억원 출자에 이어 2012년 300억원, 2014년 440억원을 잇따라 출자했다. 하지만 왕산레저개발이 설립 이후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당기순이익 흑자를 기록한 해도 2012년, 2013년, 2022년뿐으로 이마저도 흑자폭이 크지 않아 당기순손실 누적에 따른 자기자본 위축이 우려됐다.


여기에 차입에 따른 상환 부담이 겹쳤다. 왕산레저개발은 2013년 한국산업은행과 799억원을 한도로 차입약정을 체결해 2013년말 잔액 624억원에 이어 2014년말까지 잔액 799억원으로 한도를 채웠다. 이 차입약정은 원금분할상환을 따랐다. 왕산레저개발이 토지를 포함한 유형자산을 담보로 내놓기는 했지만 여기에 자금보충약정을 제공한 곳이 대한항공이었다.

왕산레저개발이 한국산업은행으로부터의 차입금에 대해 원리금을 상환할 자금이 부족할 경우 대한항공이 왕산레저개발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내용이었다. 자체 현금창출력을 끝내 갖추지 못했던 왕산레저개발에 대한항공이 지속적으로 현금을 출자해야 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불거지면서 대한항공도 한국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으로부터 합산 1조2000억원의 긴급 유동성 지원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이르자 2020년 2월 대한항공 이사회에서 왕산레저개발 지분 전량에 대한 매각이 결정됐다. 이에 따라 2020년 왕산레저개발 지분 전량이 매각예정자산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지분 매각 협상이 결렬되는 등 좀처럼 원매자를 찾기 어려웠고 2022년 종속기업 투자지분으로 재분류됐다.

◇대한항공 출자금으로 산은 차입금 일시 상환…운영자금 의존 여전

매각 작업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한국산업은행으로부터의 차입금에 대한 만기가 2023년 4월로 도래했다. 이 차입금의 2022년말 잔액은 414억원이었다. 대한항공은 자금보충약정에 따라 2023년 3월 왕산레저개발에 406억원을 일시에 현금출자해 이 돈을 재원으로 한국산업은행으로부터의 차입금을 모두 상환했다.

당시 대한항공은 코로나19 영향에서 벗어나면서 별도 기준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2022년 4조3870억원에 이어 2023년 3조1164억원으로 현금창출력을 회복하고 있었던 만큼 그동안 악화됐던 연결 기준 재무건전성을 개선하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었다. 2023년 2월 HIC에 9508억원을 출자해 차입금을 상환하도록 했으며 왕산레저개발에 대한 출자도 이같은 재무전략에서 이뤄졌다.

이 때문에 2023년말 왕산레저개발의 차입금은 1억원이 채 되지 않는 리스부채를 제외하면 '0원'이 됐다. 대한항공으로부터의 잇따른 출자에 자본총계가 1639억원인 반면 부채총계는 30억원으로 부채비율이 1.8%에 불과할 만큼 재무적으로 '깨끗한 회사'로 거듭났다.

그럼에도 대한항공은 왕산레저개발을 매각할 계획을 여전히 갖고 있다. 대한항공 측은 "왕산레저개발 매각에 대해서는 시장 상황 변화를 고려해 적절히 검토하고 있다"며 "선박 계류율 제고 및 상업시설 임대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매각에는 여전히 암초가 존재한다. 대한항공은 2023년 한국산업은행으로부터의 차입금을 모두 상환한 이후에도 2024년 70억원을 현금출자했다. 왕산레저개발이 여전히 영업손실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운영자금을 대한항공이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왕산레저개발은 2023년 67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연말 현금성자산이 7억원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왕산레저개발이 보유한 부동산 가치에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2023년말 자산총계 1669억원 중 유형자산과 투자부동산으로 분류된 토지(1407억원·장부가액 기준)와 건물(98억원)을 합한 부동산 가치가 1505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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