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풍향계]'승승장구' 올리브영, 6000억대 사옥 인수 체력은직원수 2년새 350명 급증…잉여현금 2년 연속 5000억 육박
고진영 기자공개 2025-03-24 08:19:49
[편집자주]
유동성은 기업 재무 전략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유동성 진단 없이 투자·조달·상환 전략을 설명할 수 없다. 재무 전략에 맞춰 현금 유출과 유입을 조절해 유동성을 늘리기도 하고, 줄이기도 한다. THE CFO가 유동성과 현금흐름을 중심으로 기업의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3월 20일 09시01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세가 무섭게 팽창 중인 CJ올리브영이 사옥 매입을 앞두고 있다. 외형이 워낙 빠르게 크다 보니 업무공간이 비좁아졌기 때문이다. 단번에 수천억원의 지출이 생기게 됐지만 여력은 충분해 보인다. 매년 남는 현금만 5000억원에 육박하고 있다.CJ올리브영은 지난해 말 연결 기준으로 6524억원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을 기록했다. 출범 이듬해인 2020년 2690억원에 불과했는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면서 4년만에 2배가 넘게 뛰었다. 최근 3년 평균 영업현금흐름은 5600억원에 이른다.
매년 매출과 수익성이 동시에 성장 중이다. 2020년 1조원대였던 매출이 2024년 4조7935억원을 찍었다. 한 해도 빠짐없이 두자릿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 역시 5.3%에서 12.5%로 점프했다.

수익성이 오른 건 규모의 경제 효과 덕분이 컸다. 시장점유율과 함께 덩치가 커지면서 구매교섭력이 좋아졌다. 실제로 CJ올리브영의 매출원가율은 2020년 54% 수준이었지만 이제 51%대를 안정적으로 유지 중이다. 매출에서 필리밀리, 웨이크메이크 등 자체브랜드(PB) 비중이 확대된 것도 마진 개선에 기여하고 있다.
다만 올해는 대규모 지출이 생긴다. CJ올리브영이 사옥 매입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서울 용산에 있는 KDB생명타워에 세들어 있었는데, 임대차 계약만료가 2026년으로 다가오자 아예 사들여 사옥으로 쓰기로 했다. 회사가 고속 성장 중인 만큼 격에 맞는 공간 마련을 결정한 것으로 짐작된다.
이 빌딩은 2018년 KB자산운용이 약 4250억원 주고 인수했던 자산이다. 'KB스타오피스일반사모부동산모투자신탁제3호'를 통해 보유하고 있다가 펀드 만기가 도래하면서 엑시트를 추진해왔다. 매각 입찰엔 5곳이 참여했으며 지난달 CJ올리브영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딜 클로징 시기는 5~6월께로 예상된다. 실사를 거쳐 잔금을 치를 계획이며 입찰 당시 써낸 건물가격은 약 6800억원으로 알려졌다. 웬만한 중대형급 인수합병에 버금가는 규모다. CJ올리브영은 그간 쌓아둔 현금과 자체 조달을 이용해 대금을 마련할 계획으로 보인다.
CJ올리브영 관계자는 “현재 실사를 진행 중이며 아직 정확한 대금이나 구체적인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며 “보유 중인 현금, 다양한 외부조달을 포함해서 자금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별다른 무리는 없을 것으로 여겨진다. CJ올리브영은 출범 직후 현금성자산이 800억원대(단기금융상품 포함)에 불과했는데 4년만인 2023년 6000억원으로 불어났다. 지난해의 경우 거금을 지출해 실탄이 줄긴 했다. 글랜우드PE(코리아에이치비앤비홀딩스)가 보유했던 CJ올리브영 지분 22.6% 중 11.3%를 자기주식으로 매입하는 데 3900억원을 썼기 때문이다. 그래도 여전히 2024년 말 4330억원의 현금성자산이 남았다.

물론 보유현금과 연간 영업현금 규모를 감안해도 차입 확대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작년 말 기준 CJ올리브영의 총차입금은 리스부채를 합쳐 5700억원이다. 출범 당시만 해도 CJ올리브네트웍스가 보유하고 있던 차입금을 떠은 탓에 6900억원을 넘었는데 1000억원 이상 줄였다.
CJ올리브영이 3000억원 안팎을 추가로 빚진다고 가정할 경우 차입규모는 8000억~9000억원 규모로 뛴다. 하지만 잉여현금흐름(배당금 지급 전)이 2023년과 2024년 연속으로 연간 5000억원에 달했고, 아직도 실적이 우상향 중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감당하기 충분한 수준이다.

건물 매입에 따른 부수적 효과로 임차료 절감도 기대할 수 있다. CJ올리브영은 현재 KDB생명타워 면적의 약 40%를 사용한다. 2023년 말 건물과 점포, 물류센터 사용료 등을 포함해 CJ올리브영에 발생한 지급임차료는 연간 380억원 수준이다. 또 KB생명타워의 나머지 면적에서 임대수익도 받을 수 있다.
다만 CJ올리브영은 임대수익을 유지하기보단 자체적으로 사용하는 건물 면적을 늘릴 방침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의 정규직 직원수는 2021년 3755명에서 2023년 4103명으로 350명원 남짓 늘었다. 지난해 증가폭은 더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올리브영은 직원이 급증해 업무공간이 거의 포화 상태"라며 "건물을 매입해 사무실을 계속 확장할 계획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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