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최저보수 전쟁, 한투운용이 참전 않는 까닭 배재규 "안정적 수익 확보 중요"…수십배 많은 보수 획득할까
박상현 기자공개 2025-03-28 16:14:21
이 기사는 2025년 03월 24일 15시4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자산운용사들이 앞다퉈 미국 주요 지수 상장지수펀드(ETF) 보수 인하 경쟁에 나선 지 한 달이 지났다. 주요 경쟁사들과 달리 한국투자신탁운용은 경쟁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한투운용이 사실상 보수를 내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배재규 대표의 철학 '안정적 수익→상품 경쟁력'
ETF 점유율 확보를 위한 최저보수 경쟁은 지난달 6일 본격화됐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TIGER 미국S&P500’과 ‘TIGER 미국나스닥100’ ETF의 총보수를 연 0.07%에서 연 0.0068%로 낮추면서 포문을 열었다. 삼성자산운용은 곧바로 7일 두 ETF의 총보수를 연 0.0099%에서 연 0.0062%로 내렸다. 0.0006%포인트(p) 낮게 산정하면서 미래에셋운용의 최저보수 마케팅을 무위로 돌아가게 했다.
KB자산운용은 11일 두 ETF 총보수를 대폭 낮췄다. ‘RISE 미국S&P500’ ETF의 총보수를 연 0.01%에서 0.0047%로, ‘RISE 미국나스닥100’ ETF는 0.01%에서 0.0062%로 내렸다. 이후 중소형 운용사인 한화자산운용과 하나자산운용도 대열에 참여, 총보수를 이들과 유사한 수준으로 감축했다.
이런 가운데 업계 3위 한투운용은 보수 인하 경쟁에 참전하지 않고 있다. 한투운용이 운용하는 ‘ACE 미국S&P500’ ETF와 ‘ACE 미국나스닥100’ ETF의 순자산총액(AUM)은 약 1조9000억원, 1조4000억원 수준이다. 두 ETF가 한투운용의 전체 ETF 라인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그러나 이미 경쟁이 촉발한 지 한 달이 지난 점을 고려하면 한투운용은 사실상 경쟁에 참여할 생각이 없는듯하다. 이와 관련해서 배재규 대표의 발언을 주목할 만하다. 배재규 대표는 여러 차례 공식 석상에서 최저보수 경쟁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배재규 대표의 논리는 이렇다. 자산운용사의 본업은 개인 투자자에게 돈 벌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 자산운용사는 안정적인 수익성을 확보하고 고급 인력을 유치, 양질의 금융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운용사 간 보수 경쟁은 서로의 수익성을 저해한다. 결국 운용업계 전반의 금융 상품 질 저하가 일어나고 장기적으로는 투자자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란 해석이다. 배재규 대표는 2013년 삼성운용 패시브 본부 전무 시절부터 줄곧 여러 인터뷰에서 이러한 점을 강조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한 업계 관계자는 "ETF 업계에서 상징적 인물인 배재규 대표는 여느 운용사 대표와 달리 공식 석상에서 업계 전반에 쓴소리해 왔다"며 "만약 지금 와서 한투운용이 다른 운용사와 같은 행보를 보이면, 이는 자가당착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개인 투자자의 투심 여전…수십배 많은 운용보수 획득
애당초 한투운용은 보수 수준을 마케팅의 주요 요소로 삼고 있지 않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주요 운용사와 비교해 낮은 보수 체계를 갖추고 있지 않아서다. 한투운용의 ‘ACE 미국S&P500’과 ‘ACE 미국나스닥100’ ETF의 총보수는 연 0.07%다.
이는 보수를 인하한 주요 운용사의 ETF와 비교해 10배 이상 높은 수치다. △TIGER ETF(10.3배) △KODEX ETF(11.3배) △KB ETF(S&P500 14.9배, 나스닥100 11.3배) 크다. 보수 인하 전 삼성운용과 KB운용과 비교해도 약 7배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CE ETF를 향한 개인 투자자의 투심은 큰 변화가 없는 모습이다. 개인 투자자의 매수 거래량을 살펴볼 때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보수 인하가 시작된 지난달 11일부터 이달 21일까지 S&P500 ETF에 대한 개인 투자자의 매수 거래량은 미래에셋운용(3286만좌), 삼성운용(1729만좌), 한투운용(763만좌), KB운용(351만좌) 순이었다. 나스닥100 ETF 역시 이와 비슷한 양상이다. 해당 순위가 운용사들의 ETF 시장 점유율 유사하다는 점을 볼 때, 사실상 브랜드 인지도에 갈리는 모습이다.
이를 두고 다른 업계 관계자는 "개인 투자자들이 상품을 고를 때 투자 설명서에 있는 보수 수준을 고려하기보다는 브랜드 파워에 따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며 "물론 보수 수준이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지는 앞으로 더 두고 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투운용은 보수를 내리지 않음으로써 타 운용사보다 수십배 많은 보수를 챙길 예정이다. 운용사가 수취하는 보수는 ETF 손자산총액에 집합투자업자보수를 곱한 값이다. 만약 1000억원 규모의 ETF의 집합투자업자보수가 연 0.05%라면 운용사는 1년간 약 5000만원을 가져가는 셈이다.
ACE 미국S&P500의 집합투자업자보수는 0.04%다. 이를 이용해 계산하면 한투운용의 ACE S&P500 ETF를 1년 간 대략 7억7000만원을 수취한다. △삼성운용은 약 390만원(0.0001%) △미래에셋운용은 1539만원(0.0002%) △89만원(0.0001%)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더벨의 새로운 정보서비스 'theBoard'를 소개합니다
- [주주총회 현장 돋보기]현대지에프홀딩스 "상표권 사용료 CI 개발이 우선"
- 전운 감돈 코웨이 주총, 얼라인 '집중투표제' 카드 부결
- [반전 준비하는 SK온]'가뭄에 단비', 통합법인 첫 배당 인식
- [토종 AI 반도체 생태계 분석]망고부스트, '미완의 대기' DPU 상용화 이뤄낼까
- [이사회 모니터/하나카드]성영수호, '새 CEO+기존 사외이사' 조합 택했다
- [하나금융 함영주 체제 2기]명확해진 M&A 원칙, 힘실릴 계열사는 어디
- 웰컴저축, 순이익 목표치 초과 달성…배당도 '두둑'
- [은행권 신지형도]김기홍 체제 3기, 전북·광주은행의 전국구 공략법은
- [캐피탈사 리스크 관리 모니터]KB캐피탈, 부동산PF 관리 집중…입출구 전략은
박상현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대신증권, 압구정에 프라이빗라운지 연다…고급화 전략 속도
- ETF 최저보수 전쟁, 한투운용이 참전 않는 까닭
- 메테우스운용, 쿠팡 물류센터 PF 펀드 내놨다
- 퇴직연금 RA 일임 지연…당국 가이드라인 부재
- 이오플로우 소송 패소, 타이거운용 투자금 회수 속도
- 구도운용, '글로벌100' 목표달성형 펀드 내놨다
- [thebell note]위탁운용사의 하염없는 기다림
- GVA운용, 글로벌 마케팅 강화…싱가포르 펀딩 첫 과제
- [Market Watch]운용업계 '포스트 IPO' 전략 부상…새내기 상장사 선별
- [회생절차 밟는 홈플러스]카드대금채권 ABSTB, '10조 시장' 흔들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