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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의 차이나 공략 키워드]주주 놀래킨 유증, '톱레벨 영업' 통해 진화 나섰다[삼성SDI]BYD·샤오미 전기차 업체 미팅, 배터리 공급 활로 뚫기 집중

김경태 기자공개 2025-04-01 10:19:45

[편집자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달라졌다. 수개월간 잠행을 이어갔지만 이달 들어 '사즉생'을 외치며 과감한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중국을 찾아 글로벌 행보에 재시동을 걸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미중갈등으로 상당히 민감한 시기 현지 영업에 직접 나선 모양새다. 그 행보가 보여주는 의미가 적잖다. 이 회장의 중국 행보가 지닌 의미와 삼성 계열사에 미칠 영향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3월 27일 09시2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중국 출장에서 단연 두드러진 행보는 전기차, 완성차업체와 회동이다. 그는 레이쥔 샤오미 회장과 만난 데 이어 BYD(비야디)를 찾아 협력을 논의했다. 두 기업은 내수 시장을 통해 급성장을 이루고 있어 삼성그룹 차원에서 놓칠 수 없는 거래처다.

특히 이 회장의 행보는 삼성SDI에 중요하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국내 이차전지업체들의 실적이 악화한 상황이다. 여기에 삼성SDI는 이달 2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유상증자를 급작스럽게 발표해 소액주주들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았다.

이 회장이 글로벌 대형 거래처를 만나 직접 영업에 나선 것은 삼성SDI에 쏟아진 우려를 불식시키는 효과를 발휘할 요인이다.

◇삼성SDI 초대형 유증 발표, 소액주주 '눈총'…이 회장, 중국 거래처 직접 영업

삼성SDI는 이달 14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총 2조원 규모의 유증을 결의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의 합작사 투자를 비롯해 배터리사업에 자금을 투입하기 위한 결정이라 밝혔다.

곧바로 삼성SDI 주가는 큰 타격을 받았다. 통상 대규모 주주배정 유증은 악재로 받아들여진다. 이 때문에 급작스런 발표 이후 소액주주를 중심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주가도 반응했다. 삼성SDI의 이달 14일 종가는 19만1400원으로 전날보다 6.2% 급락했다. 주말이 지난 뒤 월요일(17일) 종가는 19만400원으로 14일보다 0.5% 하락했다.


다만 그 후 일련의 상황이 전개되면서 삼성SDI 주가는 다시 반등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달 19일 기자 간담회에서 "삼성SDI 유상증자에 대해서는 최대한 신속하게, 투자자금 조달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증권신고서 심사를 처리하겠다"라며 "모든 유상증자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은 저희는 수용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또 그는 "배터리 캐즘, 전기차 수요 둔화 등의 이슈는 있으나 과거 반도체라든가 조선 산업의 예를 보면 과잉 중복 경쟁 상황에서 다운 사이클에 접어들었을 때 버티고 살아남는 기업을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는 경향이 있다"라며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 선도 기업이 시장에서 수긍할 만한 내용으로 투자에 나선다는 것은 고무적"이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국내의 다른 기업이 더 큰 규모의 유증을 추진해 시선이 분산되기도 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달 20일 총 3조6000억원에 달하는 자본확충을 발표했다. 다음날 한화오션, 한화시스템, 한화비전 등 한화그룹 계열사 대부분의 주가가 급격히 하락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유증에 대한 삼성SDI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달 들어 유럽 최대 배터리사 노스볼트가 파산할 정도로 업황 악화가 심각한 점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런 국면에서 이 회장이 중국을 방문해 서둘러 대형 전기차 업체 고위관계자들을 먼저 만나 협력을 논의했다. 이를 통해 수주 기대감을 키운 것은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행보다.

전자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이달 22일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샤오미 전기차 공장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레이쥔 샤오미 회장과 회동했다. 이어 24일에는 헬기를 타고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선전에 도착해 BYD를 찾았다.

◇BYD, 이미 전기차 세계 1위…샤오미, 가전에서 전기차 강자로

이 회장이 몸소 찾은 BYD는 이미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1위 기업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BYD의 2024년 전기차 판매량은 413만7000대로 선두를 차지했다. 전년보다 43.4%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시장 점유율은 23.5%다.

2위는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테슬라다. 작년 178만9000대를 팔았는데 전년보다 1.1% 감소했다. 중국 지리(Geely)그룹, 상하이자동차(SAIC)는 각각 3, 4위를 차지했다. 다섯 손가락 안에 중국 완성차 3곳이 포진했다.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가 주춤한 것과 달리 중국 내수 시장이 성장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내연기관차에서는 선진국에 밀리는 만큼 일찌감치 전기차 산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며 육성했다. 작년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59.5%를 점유했으며 전년 대비 39.7%의 성장을 기록했다.

전기차 배터리를 제조하는 삼성SDI 입장에서는 캐즘을 버텨내고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BYD 등 중국 대형 전기차업체를 고객사로 확보할 필요가 있는 셈이다.

실제 삼성SDI의 작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매출처에는 아직 중국 완성차가 없다. BMW, 스텔란티스, 폭스바겐, 리비안 등 선진국 완성차업체와 삼성전자, 세계 1위 에너지저장장치(ESS)업체 플루언스가 주요 거래처다.

BYD가 2024년 9월 25일 중국 선산(선전-산웨이 특별협력구) 공장에서 900만번째 NEV 출시를 기념하는 모습(출처: BYD 공식 X 계정)

샤오미는 국내에서 '대륙의 실수'라 불리며 가전으로 익히 알려져있지만 더 이상 무시하기 어려운 전기차업체로 성장하고 있다. 작년 전기차 SU7을 처음으로 선보였는데 13만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올해는 35만대를 판매 목표치로 잡았다.

BYD와 샤오미는 사업 확장을 위한 자금 조달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BYD는 이달 4일 유증을 통해 56억 달러(약 8조2천억원)를 조달했다. 업계에서는 BYD가 유럽에 세 번째 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적이 있어 해당 프로젝트에 자금이 투입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샤오미는 이달 24일 주식 매각을 이용해 55억 달러(약 8조원)를 조달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키나 웡 씨티그룹 애널리스트는 보고서를 통해 부채감축과 인공지능(AI) 관련 연구개발(R&D), 전기차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잠재력 등을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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