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김화진칼럼]영국 RBS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공개 2025-05-01 08:00:00

이 기사는 2025년 04월 16일 08시0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재 미국 은행들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주름잡고 있고 스위스 은행들이 독자적인 위치를 구축하고 있는 동시에 중국 은행들이 규모를 앞세워 부상하고 있다. 중국 은행들은 이미 자산 규모에서는 상위권을 독점하고 있다. 한때 위세를 자랑하던 일본 은행들은 이제 존재감이 예전 같지 않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대영제국 시대의 영화를 등에 업은 영국 은행들이 최강자였던 시절이 있었다.

스코틀랜드의 에딘버러에 도착해 에딘버러캐슬을 우측으로 올려다 보면서 프린스 스트리트를 가다가 스콧기념탑을 지나친다. 왼쪽 세인트 앤드류 스트리트로 접어들면 얼마 안 가서 오른쪽에 철문 뒤로 네오클래식 3층 석조 건물이 하나 보인다. 던다스 하우스(Dundas House)다. 1774년에 지어진 집인데 1821년부터 RBS그룹(Royal Bank of Scotland Group) 본사로 쓰였다.
던다스 하우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RBS그룹은 영국 최대의 금융기관이었다. RBS는 1727년에 조지1세의 면허로 에딘버러에서 설립되었고 1874년에 런던에 지점을 냈다. 1969년에 National Commercial Bank of Scotland가 RBS에 흡수되었는데 이 은행은 1825년에 설립된 National Bank of Scotland와 1810년에 설립된 Commercial Bank of Scotland가 1959년에 합병해서 탄생했던 것이다. RBS는 1979년에 현재 이름의 지주회사로 재편되게 된다.

1970년대 말에서 1980년대 초까지 RBS는 세 번 인수 시도를 겪었다. 1979년에 RBS는 16.4% 주주였던 로이즈은행이 인수 제안을 했었고 1980년에는 스탠다드차타드가 합병 제안을 했다. 전자는 무산되었으나 후자는 성사되어 금융당국의 허가까지 얻었다. 그러나 HSBC가 인수 경쟁자로 끼어들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결국 영국의 독점규제당국이 두 케이스 다를 불허하면서 합병은 불발되었다. 그 후 RBS는 공격적으로 M&A에 나서서 2004년까지 약 30개의 금융기관을 인수했는데 2000년 3월에는 자신보다 3배나 규모가 큰 National Westminster Bank (NatWest)를 적대적으로 인수했다. 영국 금융산업 역사상 최대의 적대적 인수 사건으로 기록되었다.

RBS는 M&A를 계속, 2007년 10월에 네덜란드의 ABN Amro를 710억 유로에 인수한다. 당시 바클리즈와의 인수 경쟁에서 RBS는 가치평가를 잘못해 바클리즈보다 10%나 높은 가격을 제시했다. 그리고 ABN Amro는 글로벌 금융위기 와중에서 골드만삭스의 아바커스 사건으로 8억 5,000만 달러의 손실을 기록한다. RBS는 2008년 상반기에 약 7억 파운드의 세전 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에 50억 파운드의 이익을 기록했던 것과 극명하게 대비되었고 주가는 폭락했다.

결국 2008년 10월 영국 정부가 200억 파운드의 구제금융을 집행했고 은행 경영진은 사퇴했다. RBS는 2008년 한 해 동안 241억 파운드의 손실을 기록했다. 17만 명의 직원 중 5천 명 이상이 구조조정 되었다. 이렇게 RBS는 영국 정부의 소유가 되었다가 영국 정부가 2015년부터 보유 81%의 지분을 처분하기 시작해서 2018년 중반에는 62.4%까지 정부 지분이 축소되었다. RBS는 2020년에 내셔널 웨스트민스터(NatWest) 그룹의 자회사로 개편되었다. 내셔널 웨스트민스터 홈페이지에 가보면 에딘버러의 던다스 하우스가 본사 건물이라고 되어있다.

좀 복잡한데 정리하면 이렇게 된다. 원래 RBS ‘그룹’이 RBS와 NatWest를 자회사로 가지고 있었는데 NatWest가 비중이 커져서 그룹 이름이 NatWest로 바뀐 것이다. “NatWest가 RBS를 인수했다”는 표현은 정확하지 않다. 던다스 하우스가 상징하는 맨 위의 지주회사 이름이 바뀐 것이고 그룹 전체의 구도에는 변화가 없다. 물론 2000년에 적대적으로 인수당했던 NatWest의 정체성을 아직 간수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지주회사의 이름 교체가 감개무량했을 것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4층,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김용관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황철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