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크래프톤의 '격' [thebell desk]

김장환 산업2부장공개 2025-04-15 09:16:13

이 기사는 2025년 04월 10일 07시0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블루홀 스튜디오(현 크래프톤)는 실패의 경험이 짙다. 10년 넘는 세월 동안 갈피를 잡지 못했다. 400억원 넘게 투자한 '테라'의 참패가 뼈 아팠다. 유동성이 임직원 월급 두 달 치만 남은, 사실상 폐업을 눈앞에 둔 지경까지 치닫기도 했다. 2017년 내놓은 배틀그라운드의 잭팟이 아니었다면 크래프톤이란 이름의 한 글자도 남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의 NK(넥슨·크래프톤) 2강 구도는 그야말로 성공 신화의 기록이다.

정작 전설을 완성한 경영진은 과거 한 때 벼랑 끝에 몰렸던 기억을 머리 속 깊이 간직하고 있는 모양이다. 창업자 장병규 의장 자체가 상당히 검소하다. 신발 두켤레, 몇 벌 안되는 옷을 돌려가며 회사에 출근한다. 명품 하나 겉치레를 본 적 없다는 게 직원의 말이다. 회장실도 없고 공용 회의실에서 직원들과 함께 일한다.

크래프톤은 임원 전반에 대한 대우가 사실 박한 편이다. 대표뿐 아니라 다른 임원에게도 관용차, 골프장 회원권 등을 주지 않는다. 1조원 넘는 영업이익을 올린 대기업답지 않다. 다만 복지의 빈곤 문제는 아니다. 필요로 하는 인재에게는 확실한 고액 연봉을 줄테니 본인이 필요한 부분은 직접 지불하고 사용하라는 의도다. 합리성 여부는 각자의 판단이겠지만 그 결정 배경에 경영인의 이성적 통찰이 분명 있다.

장 의장의 신념이 드러나는 사례다. 허례허식을 좋아하지 않는 인물이다. 2021년 출간된 저서 '크래프톤 웨이'에 따르면 장 의장은 "품격이란 생존 다음에 논할 수 있는 것"이란 생각을 갖고 있다. 본사 사옥의 위치를 다소 생뚱맞은 성수동으로 정한 것도 일맥상통한 결정이다. 게임사가 즐비한 성남 판교도, 강남 테헤란로도 아니다. 왜 하필 성수동인가 사측에 물으니 '굳이 다른 게임사들의 사치를 따를 필요 없다'는 소신이 작동한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크래프톤이 '수전노' 같은 기업은 아니다. 청년 고용 창출을 위한 소프트웨어 개발자 양성 프로그램(크래프톤 정글)에 돈을 쏟는다. 임직원 참여 기부(매칭 그랜트)와 게임 개발 고교생 대상 멘토링(베터그라운드) 등 공헌활동이 다양하다. 직원들에 대한 출산 육아 자금지원은 특히 화끈하다. 자녀를 출산하면 1억원 지원금, 육아휴직 기간은 최대 2년이다. 단순 인재 확보 차원을 넘어선, 기업 이윤의 사회 환원 의지를 실천 중이다.

이쯤만 봐도 크래프톤은 확실히 격(格)이 좀 다른 게임사다. 성공 후에도 경영진의 모든 지향점은 결국 회사의 '생존'이어야 하고 그게 바로 '격'이 돼야 한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4층,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김용관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황철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