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4월 11일 07시1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수저론이 횡행하는 한국 사회에서 본인의 능력과 노력만으로 계층 이동에 성공할 가능성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스타트업 창업이 계층 이동의 사다리로서 유효한 역할을 해야 한다. 모험자본의 역할이 단순히 투자와 회수의 개념에 그치지 않고 계층 이동에 성공한 사례를 만드는데 일조하기 위해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요즘 VC업계에 종사하는 인물을 만나면 민간 LP 자금 출자 축소로 인한 펀딩난이나 IPO 시장 위축으로 인한 회수 고민에 대한 토로가 대화의 주를 이루는 경우가 많다. 스타트업과 VC업계를 둘러싼 시장 환경이 녹록지 않다보니 당장 눈앞의 어려움에 천착할 수밖에 없다.
간만에 담론을 제기하는 인물을 만났다. VC업계에서 스타 심사역으로 불리는 벤처캐피탈리스트가 한 말이라 울림이 더 컸다.
우리나라에서 계층 이동의 기회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부인하기는 힘들다. 집값은 치솟고, 정규직 일자리는 줄고, 좋은 교육 기회는 특정 계층에 집중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스타트업 창업’이 여전히 아니 어쩌면 유일한 계층 이동의 유효한 사다리일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실제 한국에서 스타트업 창업은 과거 벤처붐 시절부터 수십개 유니콘 기업이 등장한 현재까지 수많은 성공 신화를 써왔다. 1인 개발자가 만든 앱이 세계 시장에서 수백억 매출을 올리고, 골방에서 출발한 기술이 글로벌 투자를 유치하는 일도 드물지 않다. 자본이나 배경보다는 아이디어와 실행력이 더 중요한 ‘기회의 장’으로서 스타트업 생태계는 분명 기존의 구조화된 계층 사회에 균열을 낼 수 있는 가능성을 품고 있다.
야놀자의 이수진 대표, 배달의 민족 김봉진 창업주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결국 스타트업은 단순히 돈을 버는 도구를 너머 사회적 사다리의 기능을 회복할 수 있는 중요한 열쇠다. 계층 사다리는 그저 경제적 그리고 사회적 위치의 상승만을 뜻하지 않는다. 계층 사다리가 존재한다는 것은 누구나 노력하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사회적 믿음, 그리고 그 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한 사회적 시스템을 갖췄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다만 힘겹게 출발한 스타트업이 데스밸리를 지나 유니콘 반열에 오르기는 쉽지 않다. 때문에 모험자본의 역할이 중요하다. 중도에 포기하거나 탈락하지 않고 완주할 수 있도록 ‘코파일럿’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벤처캐피탈과 심사역이 필요하다. 모래사장에서 바늘을 찾는 것보다 더 힘들수도 있는 옥석을 가려낼 수 있는 혜안도 필요하다.
한국의 모험자본은 벤처캐피탈이 탄생한 미국과 달리 정책자금이 근간을 이룬다. 정책자금에 민감자금이 더해져 결성되는 벤처펀드는 출자자들에게 높은 수익률로 화답하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해야 한다. 더 많은 스타트업이 유니콘으로 성장하고, 더 많은 파운더가 스타트업의 성장을 통해 계층 이동에 성공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
미쉘 푸코에 따르면 담론은 단순한 말이나 문장이 아니라 특정한 시대와 사회에서 권력과 지식이 작동하는 방식을 이른다고 한다. 벤처캐피탈업계는 메리토크라시(능력주의)가 철저하게 작동하는 곳이다. 발군의 실력을 갖춘 심사역은 연간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에 이르는 인센티브를 받지만 성과가 없는 심사역은 손가락을 빤다. 능력에 따라 철저하게 계급이 나뉘는 벤처캐피탈업계에서 들려온 사다리 담론은 신선했다. 모험자본과 계층 사다리 담론이 좀 더 활발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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