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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테크 소부장 리포트]'배터리 침체' 원익피앤이, 늘어난 단기차입에 재무여력↓③2024년 영업손실 487억, 자회사 피앤이시스템즈 지분가치 전액 손상차손

노태민 기자공개 2025-04-28 07:22:42

[편집자주]

반도체, 디스플레이를 비롯한 첨단산업의 생태계는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런 밸류체인 속에서 최종적으로 제품을 만드는 기업보다 때로는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곳들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들이다. 반도체 분야에서 ‘슈퍼 을(乙)’로 불리는 ASML이 대표적이다. 국내에도 각 분야에서 독·과점적 지위를 가지거나 나름의 강점을 기반으로 선전하는 소부장업체들이 다수 존재한다. 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고 있는 소부장 기업들의 창업스토리와 사업 현황, 실적과 재무, 지배구조와 향후 전망 등을 더벨이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4월 24일 08시4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원익그룹의 반도체 소부장 계열사들은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마이그레이션 수요 증가로 실적 반등이 시작된 덕분이다.

반면 배터리 장비 계열사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관련 사업체 중 하나인 원익피앤이의 실적 약화가 특히 눈에 띈다. 본업인 배터리 장비 외에도 자회사 피앤이시스템가 영위하고 있는 전기차 충전기 시장까지 전기차 캐즘이 덮쳤다. 원익피앤이는 지난해 4분기 피앤이시스템즈 지분 가치 전액 손상차손 처리했다.

◇영업손실 487억, 신규개발장비 수요 부진 영향

23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원익피앤이의 지난해 매출은 2947억원으로 전년(3068억원) 대비 3.7% 감소했다. 이 기간 영업손실 487억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2023년에는 29억원 규모 영업이익을 올린 바 있다.

원익피앤이의 실적 악화 배경엔 2023년부터 시작된 글로벌 전기차 캐즘이 자리잡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전기차 수요가 감소하자 배터리 기업들은 투자 규모를 축소했다. 노스볼트 등 일부 기업들은 파산을 신청하기도 했다. 배터리 장비 기업들의 실적은 하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회사는 지난해 대규모 적자에 대해 "고객사의 설비투자 축소 및 이연 등으로 당사가 개발한 신규개발장비의 수요 부족 현상이 발생하여 수익성은 더욱 악화되어 손실 증가폭은 커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장비 기업의 매출 가늠자 중 하나인 수주잔고는 지난해 말 기준 2023년(6008억원) 대비 8.95% 하락한 5470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재고자산은 전년(2302억원) 대비 7.27% 증가한 2469억원까지 올랐다. 팔리지 않고 쌓인 재고가 그만큼 늘었다는 의미다.

동시에 재무건전성도 약화됐다. 지난해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44억원에 불과하다. 원익피앤이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022년(174억원) 이후 지속해 축소 추세다. 지난해 영업활동현금흐름이 -424억원이었다.

외부 차입으로 운영자금을 확보하고 나섰다. 지난해 말 기준 단기차입금이 150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9억원 늘었다. 부채 비율은 504%까지 급증했다. 2023년 말 부채 비율은 274%였다. 같은 기간 유동비율이 99.9%에서 89.6%로 줄었다.

회사 관계자는 단기차입금 증가에 대해 "제품 생산을 위한 자재 매입용 선지급금이 234억원이 증가했다"며 "이를 자기자금 이외에 금융권 차입으로 진행하면서 단기차입금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피앤이시스템즈 적자 지속, 모회사 차입 의존도 확대

자회사인 전기차 충전기 기업 피앤이시스템즈(원익피앤이 지분율 99.58%)의 적자도 지속되고 있다. 피앤이시스템즈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7.13% 증가한 181억원이었는데 이 기간 영업손실 48억원을 기록했다. 2023년 대비 손실액이 12억원 늘었다.

지속된 적자로 현금성자산도 줄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피앤이시스템즈의 현금성 및 현금성자산은 7억원으로 전년(24억원) 대비 70.5% 감소했다. 이런 가운데 모기업 원익피앤이는 피앤이시스템즈 장부가액 173억원을 지난해 전액 손실 처리했다.

피앤이시스템즈를 살리기 위한 관계사들의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지난해 말 기준 피앤이시스템즈의 단기차입금은 총 160억원으로 이중 121억원이 원익피앤이(50억원)와 원익홀딩스(71억원)로부터 빌린 금액이다. 올해도 원익피앤이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총 53억원대 자금 차입을 진행했다.

사측은 매각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우호적이지 않은 모양새다. 업계 관계자는 "(피앤이시스템즈) 매각도 고려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전기차 시장이 워낙 침체되어 있어 마땅한 원매자가 없다"고 말했다.

전기차 충전기 시장은 전기차 캐즘 이외에도 시장 경쟁 과열로 레드오션으로 평가받는다. 대기업인 LG전자도 최근 전기차 충전기 사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하기로 한 바 있다.

원익피앤이 측에 피앤이시스템즈 매각에 대해 문의했으나 답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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