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익부 증권사 리뷰]오너십이 차별성?…하우스별 강점 천차만별②은행지주, '비이자수익 확대' 최우선…독립계는 특화전략
이정완 기자공개 2025-04-28 08:03:21
[편집자주]
증권업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건전성 관리에 발목이 잡힌 은행지주 계열 증권사와 달리 규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독립계는 공격적인 투자로 수익을 쌓아가고 있다. 자신만의 강점을 찾아 선택과 집중에 나선 것도 비은행지주 증권사의 강점이다. 더벨은 이들 증권사의 사업 전략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4월 24일 15시5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은행지주의 핵심 계열사는 당연히 은행이다. 은행지주는 '비이자수익 확대'라는 기치를 내걸고 증권사를 인수하거나 자본을 확충하는 방식으로 증권업을 키웠다. 하지만 은행지주 계열 증권사는 과도한 리스크 추구를 우려하는 만큼 보수적 성향을 띠는 게 일반적이다.비은행지주 계열 증권사는 다르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전략에 더욱 자유롭다. 발행어음을 통한 투자나 IB(투자은행) 확대에 나설 수 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증권업계에서는 공격적 전략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오너의 유무가 수익성을 갈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2010년대 초반 은행과 시너지 위해 증권사 인수
은행계열 증권사의 출발을 살펴보면 비은행계열 증권사와 차이가 극명히 드러난다. 은행지주는 2010년대 초반 금융당국의 초대형 IB(투자은행) 육성 정책이 본격화되면서 증권업 대형화에 나섰다. 이제는 발행어음 사업을 영위하는 은행계열 증권사도 이 무렵 지주 품에 안겼다. NH투자증권과 KB증권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NH농협금융은 2014년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 매물로 나온 우리투자증권 지분 38%를 약 1조원을 들여 인수했다. 우리투자증권은 옛 LG투자증권 시절부터 IB를 중심으로 모든 사업 영역에서 고르게 강하다는 인식이 퍼져있었다. 2000년대 초반 대우증권, 삼성증권 등과 함께 '빅3' 증권사로 군림했다.
KB금융 역시 '한국의 BoA메릴린치'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안고 2016년 현대증권 지분 23%를 1조2500억원에 인수했다. 인수 발표 후 경영권 프리미엄을 너무 높게 제시했다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대우증권 인수 경쟁에서 떨어진 뒤 증권업 포트폴리오 강화 의지가 강했기에 과감하게 베팅했다. 당시 저금리 기조도 이 같은 의사결정에 힘을 실어줬다.
이미 증권사를 품고 있던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은 이 무렵 증자를 통해 증권사 대형화를 추진했다. 신한금융지주는 2016년 5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시작으로 2019년 6600억원 증자를 추가로 지원했다. 하나금융지주도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수 차례 증자를 실시했다. 2017년 별도 기준 2조원에 못 미치던 자본 규모는 2022년 말 6조원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늘었다.
초대형 IB 육성 트렌드에 발맞춰 증권사를 키워놓기는 했지만 비은행계열 증권사와 비교하면 태생적으로 보수적인 문화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게 증권업계 중론이다. 은행계열 증권사는 기존 은행이 보유한 고객 풀(Pool)을 비롯 시너지를 통한 사업 확대에 집중해 공격적인 영업 전략에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비은행계열, 특화 전략 바탕 ROE '우위'
반면 이른바 독립계 증권사로 불리는 비은행지주 산하 증권사는 설립 초기 단계부터 자신만의 강점을 찾았다. 지난해 순이익 1위 증권사인 한국투자증권은 IB가 키워드다. 업계 1위 발행어음을 바탕으로 IB, 부동산PF 투자에 활발하다.
삼성증권은 브랜드 인지도를 앞세워 WM(자산관리)에 강점을 보인다. 고액자산가를 공략해 지난해 말 기준 리테일 고객 자산만 302조원에 달한다. 키움증권은 반대로 다수의 개인 투자자에 집중했다. 19년 연속 주식 위탁매매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할 정도다. 미래에셋증권은 글로벌 투자와 퇴직연금, 메리츠증권은 부동산PF와 고수익 구조화 금융이 핵심 키워드다.
지난해 별도 기준 순이익 1위부터 5위를 차지한 비은행계열 증권사는 특화된 사업 영역을 바탕으로 ROE(자기자본이익률)도 비은행계열 증권사에 앞서있다. 순이익 3위였던 키움증권의 지난해 ROE는 17.6%를 나타냈다. 한국투자증권은 작년 ROE 13.7%를 기록했다.

은행계열 증권사의 작년 ROE는 모두 10%에 못 미쳤다. 은행계열 중 가장 큰 순이익을 기록한 NH투자증권의 ROE는 8.6% 수준이었다. 신한투자증권과 하나증권의 ROE는 더 떨어진다. 두 회사 모두 3~4% 수준에 불과하하다. 비은행계열 증권사가 자본을 더욱 효율적으로 활용한 셈이다.
증권업계에선 회사별 특화 전략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확실한 오너의 존재가 공격성을 갈랐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한국투자증권은 1980년대 동원그룹에 편입된 동원증권이 지금의 이름으로 바뀐 곳이다.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 장남인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이 이끌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동원증권 출신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창업 스토리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메리츠증권 역시 한진그룹 막내 아들인 조정호 메리츠금융그룹 회장이 계열 분리시켜 키운 회사다.
IB업계 관계자는 "독립계 증권사가 과감하게 자신의 전략을 밀어붙일 수 있는 건 해당 전략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 있기 때문"며 "오너의 뜻에 따라 차별화에 나선 게 은행지주 산하 증권사와 수익성 격차를 벌릴 수 있던 배경"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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