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철강사 생존전략]KAT '초전도 선재' 적자 지속…자본잠식 가능성은[고려제강]②지난해 매출 1억, 사업 지속 여부 시험대
이호준 기자공개 2025-05-07 14:35:51
[편집자주]
철강 업계의 불황이 일상화되면서 회사의 미래에 대한 논의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우리 회사는 괜찮을까. 하위공정에 자리 잡은 무수한 중견 철강사들 사이에서 이 같은 문제의식이 깊게 확산되고 있다. 재무 전략을 수정하거나 반대로 이 상황을 기회로 삼아 투자, 나아가 지배구조 변화를 모색하는 등 여러 움직임이 감지된다. 더벨은 중견 철강사들의 사업 및 재무 현황을 다각도로 분석했다.
이 기사는 2025년 04월 30일 10시3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려제강은 초전도 선재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장기간 투자했으나 성과가 기대를 밑돌고 있다. 최근 2년간 누적 100억원대 손실을 기록했고 2021년 200억원을 넘던 매출은 지난해 1억원대로 급감해 사실상 정지 상태다.더 우려되는 건 재무 상황이다. 지속된 손실에도 투자 유치나 자본 확충이 이뤄지지 않아 작년 말 자본총계는 36억원에 불과했다. 순손실보다도 작다. 올해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질 경우 완전자본잠식에 빠질 수 있다. 홍영철 회장이 직접 챙기는 사업으로 알려졌지만 존속 자체를 두고 시장 회의가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2년 새 100억원대 손실…매출 200억에서 1억으로 급감
초전도체는 특정 온도에서 전기저항이 완전히 사라지는 물질이다. 전기를 손실 없이 전달할 수 있고 외부 자기장을 밀어내 물체를 공중에 띄울 수 있다. 활용 폭이 넓어 '꿈의 물질'로 불리며 국내 주식 시장에선 한때 투기 열풍을 일으켰다.
고려제강은 이 열풍에 올라탄 대표 사례다. 2004년 174억원을 투자해 대전 대덕밸리에 초전도 선재공장을 세웠다. 초전도 선재는 초전도체를 산업 현장에서 쓰기 쉽게 가공한 와이어 형태의 제품이다. 초기에 본사 사업본부에서 시작했으나 이후 70억원을 들여 KAT를 설립하고 연구와 생산을 넘겼다.
KAT는 그간 성과도 일부 있었다. 현재 초전도 선재·가속모듈·마그넷 등을 생산하고 있다. 2018년엔 삼성전자에 1.5T MRI용 마그넷을 납품했고 2019년엔 이탈리아의 핵융합실험로 DTT 프로젝트를 수주해 선재를 공급했다.
20년 가까운 개발 끝에 일부 납품도 가능했지만 문제는 실적이다. DTT 수주 직후인 2020년과 2021년엔 각각 22억원, 57억원 순이익을 냈지만 2022년엔 -7억원 손실을 봤고 이어 2023년 -56억원, 작년엔 -48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엔 존속 의문까지 나왔다. 2021년 한 해 매출이 200억원을 넘겼지만 2022년 100억원으로 반으로 줄었고 2023년엔 3억원, 작년엔 1억원까지 떨어졌다. 사실상 매출이 사라진 셈이다.

◇열풍 식고 주가 1만원대 추락…자본잠식 우려에 고려제강 영향 촉각
이러한 부진에도 고려제강 주가는 초전도체 물질 개발 기대감에 테마주로 분류되며 2023년 8월 장중 한때 3만3109원을 찍은 바 있다. 직전 해 1만4000원대까지 떨어졌던 주가를 감안하면 두 배가 넘는 급등을 맛봤던 셈이다.
하지만 지금은 열기가 한풀 꺾였다. KAT 역시 이렇다 할 수주 성과가 없어 주가는 다시 2만원대로 내려왔다. 최근엔 주력인 선재 부문마저 적자로 돌아서며 철강업 전반의 구조적인 침체와 맞물려 주가는 1만원 중반대까지 후퇴한 상태다.
KAT의 실적 회복이 쉽지 않은 가운데 재무 상황이 더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4년 말 기준 자본총계는 36억원이다. 아직 완전 자본잠식은 아니지만 2024년 손실이 회계상 전액 반영될 경우 자본총계는 음수로 전환될 공산이 크다.

올해도 유사한 수준의 손실이 이어질 경우 1~2년 안에 완전자본잠식에 빠질 가능성은 더 커질 전망이다. 투자 회수 가능성, 자금 조달 여력, 사업 지속 의지 등을 포함한 재무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이 경우 고려제강도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 KAT의 가치가 없다고 판단되면 손상차손이 발생하고 이는 비경상 비용으로 연결 실적에 부담이 된다. 회계상 손실에 그치지 않고 '계속기업 불확실성'이 감사보고서 등에 명시될 수 있어 주주가치 훼손 우려도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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