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포스코 글로벌 신동맹]‘비싼 전기로 훈련장’ 미국…그래도 남는 장사인 이유④탄소중립 전환 앞두고 운영 노하우 확보…‘공동규격’ 선점 승부
이호준 기자공개 2025-04-25 07:20:09
[편집자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만든 관세 장벽은 산업 구분 없이 들이닥쳤다. 위상도, 체면도 아무 소용없다. 국내 철강 1위 포스코와 완성차 1위 현대차가 손을 맞잡은 건 그래서다. 두 회사는 미국 현지에 제철소 설립을 추진 중이다. 지분이나 투자 규모는 미정이지만 이들의 연대는 상징성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 지형을 흔든다. 지금 우리가 직면한 산업 질서의 민낯이다. 더벨은 이 협력의 핵심과 의미를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4월 22일 15시1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포스코는 루이지애나 제철소 공동 투자를 계기로 취약했던 전기로 운영 노하우 확보를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특히 이 제철소는 직접환원철(DRI)을 활용하는 최신식 전기로로 지어질 예정이다. 포스코 입장에선 수소환원제철로 가기 전 운용 감각을 익히는 ‘전초기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하이렉스로 가는 길…포스코에겐 실전 전초전
현대제철이 최근 밝힌 루이지애나 제철소 청사진은 자동차 강판에 특화된 설비 구축이다. 아울러 전기로 기반으로 지어진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는 첨단 전기로 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선언으로 업계는 받아들이고 있다. 일반 전기로는 고철을 녹여 봉형강 등 일반재 생산에 적합하다. 고로는 철광석에서 순철을 뽑아내지만, 전기로는 고철을 녹인 재활용 쇳물이어서 불순물이 많다. 그만큼 고급강재를 안정적으로 생산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현대제철은 1953년부터 전기로 사업을 해온 업력으로 품질 장벽을 넘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간 HBI, 펠렛 등 저탄소 원료를 고철과 병용하고 정련 기술을 고도화해 품질 한계를 극복해왔다. 이번 설비에도 최신 정련 기술을 적용해 자동차 강판 같은 고급강재까지 생산하겠다는 구상이다.
포스코로서는 이번 제휴를 통해 고급강 생산 전기로에 대한 운영 역량을 직접 익힐 수 있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전기로 운영 경험이 사실상 없었다. 철광석과 석탄을 기반으로 한 고로 구조에 집중해왔고 고급재 중심으로 수익을 극대화해왔다. 고로보다 수익성이 낮은 전기로는 굳이 선택할 이유가 없었다.
현재 포항제철소에 2기의 전기로가 있으나 모두 노후 설비로 파악된다. 생산량도 적고 스테인리스 전용이다. 광양에 연 250만톤 규모 전기로 신설을 추진 중이지만 아직 가동 전이다. 사실상 실전 경험은 없다.
다만 수소환원제철을 통한 탄소중립은 포스코가 지향하는 궁극적 목표다. 이를 위해서는 고로 대비 탄소 배출이 적은 전기로로 과도기를 넘기고 2030년 상용화를 목표로 수소환원제철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이번 투자가 고급 전기로강 내재화를 위한 예행연습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고로사들은 전기로를 안 해봤고 전기로사들은 자금이 부족하다. 그 둘 사이에서 실제 고부가 전기로를 할 수 있는 회사는 몇 없다"면서 "포스코 입장에서도 자체적으로 하기보단 이런 프로젝트에 올라타서 같이 하는 게 전략적으로 나을 수 있다"라고 했다.

물론 미국에 전기로를 짓는 것이 가성비 측면에서 유리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북미는 건설비와 인건비가 높고 인프라 구축에 드는 부대 비용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루이지애나 제철소 건설에는 약 8조50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현대제철이 2010년 조강생산량 2000만톤 철강사로 도약할 때 고로 2기로 350만톤 규모 설비를 구축하며 투입한 비용은 약 5조3000억원이었다.
포스코가 광양에 건설 중인 250만톤 규모 전기로는 6000억원이 든다. 같은 전기로 방식임에도 루이지애나 제철소는 270만톤으로 지어지는 점을 감안하면 톤당 건설비는 2~3배 이상 차이난다. 투자 대비 효율성 논란이 제기된다.
그러나 그만큼 학습효과는 클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양 그룹은 철강 분야에서 신규 제철소 합작 외에도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협력에 나서기로 했다. 이 분야는 포스코가 국책 과제인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주도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탄소저감 철강은 국제 품질 기준이 아직 뚜렷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포스코가 현대제철과 함께 공동 대응에 나서 제품 규격을 선점한다면 시장 주도권 확보도 가능하다.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실제 공급망 안으로 연결시키는 계기도 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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