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투자풀 지각변동]사업성기금 씨 말라간다…증권사 OCIO '배수진'②단일수익자기금 매년 축소, 대안 부상한 투자풀…로펌 끼고 입찰 준비
구혜린 기자공개 2025-05-14 10:49:28
[편집자주]
연기금투자풀 운용은 까다롭고 보수가 낮지만, 70조원 자금을 굴린다는 점에서 국내 자산운용사들에게 '명예의 전당'으로 인정된다. 올해로 '25돌'을 맞은 투자풀은 대변혁을 앞두고 있다. 그간 통합펀드를 운용하는 주간운용사 자격은 자산운용사에게만 주어졌으나, 증권사에게도 개방되면서다. 더벨은 연기금투자풀 제도의 변화 배경과 이를 둘러싼 업계의 다양한 이슈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5월 09일 07시1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증권사가 연기금투자풀에 관심을 드러낸 이유는 무엇일까. 과거 삼성자산운용이 독주 체제를 이어갈 당시만 해도 다수의 증권사 OCIO본부는 연기금투자풀 운용을 '번거롭고 돈 안되는' 비즈니스로 여겼다. 증권사가 주간운용사가 될 수 없는 구조를 떠나서 투자풀을 신규 먹거리로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증권사의 태도 변화는 단일 수익자 사업성 기금들이 밑바닥을 보이는 것과 관련이 깊다. 증권사가 주간운용을 맡고 있는 주택도시기금 등 사업성 기금들은 경기 부침에 따라 수탁고가 쪼그라들고 있다. 연기금투자풀이 4년새 두 배 성장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증권사의 대형 OCIO 조직이 관심을 보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증권사 유인한 '주택도시기금'…4분의 1토막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 운용평잔은 지난해 18조8364억원으로 2022년(43조647억원) 운용평잔 대비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연말 기준 여유자금은 10조원까지 급감했다. 주택도시기금은 국토교통부가 무주택 서민의 주거 안정 및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조성한 기금으로 여유자금을 OCIO에 위탁해 운용 중이다.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면서 국민주택채권 발행, 청약저축 납입액이 감소함에 따라 여유자금이 꾸준히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주택도시기금은 증권사가 OCIO 사업에 뛰어들게 된 근원이다. 당초 주택도시기금은 여유자금을 7곳 증권사의 랩 어카운트에 분산해 운용하고 있었다. 그러다 2014년 자금의 효율적 운용을 위해 OCIO 체계를 채택하기로 하고 전담운용사 선정을 진행했다. 다만 초기부터 OCIO 체계로 간 연기금투자풀과 달리 증권사 일임에 대한 이해도가 있던 탓에 전담 자격을 자산운용사에게만 주는 게 아닌 증권사 1곳, 운용사 1곳을 선정했다. NH투자증권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전담하고 있다.
단일 수익자 기금의 증권사 위탁은 또 이어졌다. 2015년에는 고용노동부가 고용산재기금(고용보험기금+산재보험기금) 운용에 OCIO 체계를 도입했다. 고용산재기금도 장기간 복수 증권사 랩 어카운트 상품으로 위탁운용 돼 왔기에 2개 기금 중 고용보험기금은 증권사에 산재보험기금은 자산운용사에 OCIO를 맡기기로 했다. 1기는 한국투자증권이 고용보험기금과 산재보험기금 전담운용사 자리를 모두 석권하는 이변이 있었다. 현재는 미래에셋증권이 운용을 맡고 있다.
주요 먹거리인 기금 규모가 축소되면서 증권사 OCIO는 위기에 처한 상태다. OCIO 시장 '대어'로 손꼽혔던 주택도시기금은 10조원 밑으로 축소될 위기에 처해있다. 고용보험기금 수탁고는 지난해 말 기준 전년대비 성장해 8조원대를 유지하고 있으나, 실업급여로 빠져나가는 규모가 늘어나면서 올해는 역성장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주택도시기금은 저축성기금인 연기금투자풀과는 달리 사업성기금이기 때문에 경기 부침에 따라 타격이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투자풀 수탁고는 급증…"진출, 선택 아닌 필수"
단일 수익자 공적기금과는 반대로 연기금투자풀의 규모는 매년 확대되고 있다. 연기금투자풀 수탁고는 2021년 4분기 기준 35조8294억원 수준이었으나, 2023년 50조원을 넘어섰으며 지난해 64조8114억원까지 증가했다. 올해 70조원을 돌파하면 약 4년새 두 배 성장하는 셈이다. 삼성자산운용이 최초 주간운용을 맡을 때 평잔이 2조원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고무적이다. 현재 두 주간운용사 중 삼성자산운용이 약 60%,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약 40% 비중으로 운용 중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주간운용사로 선정된 이후 투자풀 규모가 급성장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09년, 2012년, 2016년, 2017년, 2021년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 입찰에 총 다섯 차례 지원한 끝에 2021년 최초 주간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복수운용사 체제로 전환된 2012년 이후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자리를 이어받게 된 것이다. 그 해 2분기부터 본격적인 운용을 시작했는데 당시만 해도 투자풀 수탁고는 34조원에 불과했다. 삼성자산운용과 열띤 영업 경쟁을 벌인 결과 수탁고가 급증한 것으로 전해진다.
증권사가 군침을 흘릴 만한 구조다. 연기금투자풀에는 지역 중소 기금이 다수 포진해 있으며 앞으로도 주간운용사가 영업을 통해 투자풀에 포섭할 만한 기금, 기관이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단일 수익자 기금과는 달리 복수 수익자 기금의 성장여력이 무궁무진하다는 의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증권사 OCIO가 전담하는 기금은 지속 축소될 게 분명하기에 불안감이 고조된 것"이라며 "대형 조직을 갖춘 것 대비 수익성은 쪼그라들어 연기금투자풀 진출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증권사는 주간운용사 지원 자격을 갖추기 위해 혈안이 된 것으로 전해진다. 2월 연기금투자풀 제도 개선 방안이 발표된 직후부터 일반사모운용사 라이선스 취득에 나선 NH투자증권과 KB증권은 국내 대형 로펌과 협력해 서류를 준비한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증권사의 일반사모운용사 라이선스 취득이 로펌에 비용을 지출하면서까지 진행할 만한 사안은 아니다"라며 "그만큼 두 증권사가 주간운용사 선정이 절실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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