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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interview]마르코 마리누치 MTB CEO “한국 스타트업 역량 괄목”스타트업 글로벌 진출 지원…한국서 오픈 이노베이션 구축 예고

샌프란시스코(미국)=이채원 기자공개 2025-05-13 07:57:58

이 기사는 2025년 05월 09일 14시1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실리콘밸리는 스타트업을 바라보는 기준이 굉장히 높다.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축구를 하는 경기장에 모여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 안에서 한국 스타트업들의 역량이 해마다 개선되는 것을 직접 체감한다."

더벨이 지난달 21일(현지시각) 마인드더브릿지(Mind the Bridge) 샌프란시스코 본사에서 만난 마르코 마리누치 CEO(사진)가 한 말이다. 마인드더브릿지는 미국, 유럽 등에서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혁신을 필요로 하는 기업과 혁신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을 연결하는 미국 실리콘밸리 소재 회사다. 인스타그램과 그래머리 등 유수의 글로벌 회사들이 이곳에서 지원을 받으며 성장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MTB는 올해 한국에서 선보엔젤파트너스·라이트하우스컴바인인베스트와 오픈 이노베이션 협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지난달 말 미국에서 선보엔젤파트너스와 업무미팅을 진행했다. 선보엔젤파트너스의 소개로 마르누치 CEO를 만나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와 한국 시장의 현재에 관한 의견을 들었다.


◇한국정부 스타트업 지원 활발…교류 확대할 것

마르누치 CEO는 한국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이 점점 활발해지고 있다고 봤다. 그는 “실리콘밸리는 전 세계에서 혁신을 원하는 사람들이 모여드는 종착지”라면서 “어떤 나라는 소규모 커뮤니티를 실리콘밸리에서 형성하기도 하고 어떤 나라는 그냥 왔다가 떠나기도 하는데 한국은 달랐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업체들이 조직적으로 실리콘밸리에 방문한다는 점이 특징”이라며 “한국정부가 전략적으로 글로벌화를 추진한 결과라고 보여지고 한국 청년 창업가들의 글로벌 발표력과 역량도 9년 전에 비해 눈에 띄게 향상됐다는 점을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MTB는 한국에서 2016년부터 매년 4~5개 정도의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마르누치 CEO는 향후 한국 시장과 교류를 확대할 것을 예고했다. 그는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 전략뿐 아니라 연구개발(R&D), 대기업과의 연결, 투자 유치 등 더 폭넓은 활동을 위해 MTB의 글로벌 고객사들과 함께 한국 생태계에 더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MTB는 올해 한국과 미국에서 선보엔젤파트너스·라이트하우스컴바인인베스트와 오픈 이노베이션을 열 계획이다. MTB의 파트너사, 스타트업과 선보엔젤파트너스·라이트하우스의 중견기업 파트너사, 포트폴리오 스타트업이 모여 오픈 이노베이션을 논의할 수 있는 글로벌 행사를 여는 식이다.

마르누치 CEO는 "선보엔젤파트너스·라이트하우스는 매우 이상적인 파트너 중 하나"라며 "스타트업 검증, 액셀러레이션, CVC와의 통합, 대기업 파트너 연결 등 업무에서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스타그램·그래머리 거쳐가…에너지·지속가능성 주목

마르누치 CEO는 1987년부터 1993년까지 이탈리아 제노바대학교에서 인공지능과 전기공학을 전공했다. 이후 Omniticket Network(관광 티켓 출입 시스템), Giunti Interactive(콘텐츠 관리 및 뉴미디어 솔루션) 등 다수 유럽소재 스타트업에서 일했다.

2005년부터 구글(Google)에서 8년간 개발업무를 수행했다. 마르누치 CEO는 당시를 회상하며 “구글은 이름이 좀 특이했지만 가능성이 커보이던 스타트업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구글 입사 2년 차에 본사 주도의 스케일업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유럽과 같은 해외 소재 창업자들이 실리콘밸리에 진입하는 것을 돕는 중간 다리 역할의 필요성을 느꼈다. 2007년 마인드더브릿지를 창업하게 됐다.

MTB는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대기업들에 오픈이노베이션 구조와 전략을 자문하고 동시에 스타트업들의 글로벌 진출을 돕는다. 2012년 처음으로 유럽 내에서 대규모 오픈이노베이션 네트워크를 출범했다. 마르누치 CEO는 “다보스(Davos)에서 열린 회의에서 유럽연합(EU)과 함께 시작했다”며 “유럽의 여러 대기업을 하나로 모아서 스타트업을 선별하고 투자하거나 인수할 수 있도록 만든 첫 번째 프로그램이었다”고 말했다.

현재도 이 모델을 확장된 형태로 운영 중이다. 기업에 유망 스타트업을 연결해주기 위해서는 가치 있는 스타트업을 선별하는 능력을 갖춰야한다. 그는 “매년 약 1만개 이상의 스타트업을 기초 조사하고 유망성을 가려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마인드더브릿지 본사. / 사진=이채원 기자

MTB가 특히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에너지와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다. 마르누치 CEO는 “세계 최대의 대체에너지 생산 기업 중 하나인 Enel(이탈리아 전력회사)과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젝트를 함께했다”며 “MTB가 당시 소비자용 초고속 충전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현 EnerNOC)을 발굴했고 Enel은 그 기업을 인수했다”며 “EnerNOC는 현재 Enel의 주요 제품 라인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고 전했다.

MTB는 단순한 공유 오피스를 제공하는 것뿐만 아니라 커뮤니티를 조성하고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기업에 성장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마르누치 CEO는 “인스타그램이 처음 MTB에 입주했을 때 팀 규모는 10~15명이었고 그래머리도 비슷했다”며 “성공사례가 넘치는 환경 속에서 서로 교류하고 액셀러레이션 프로그램이나 이벤트에 참여하면 자연스럽게 또 다른 성공 사례가 생겨난다”고 말했다.

◇생성형AI 성장 속도 빨라…로보틱스와 AI 결합 주목

마인드더 브릿지는 매년 시장을 분석해 50~60개의 리포트를 발간한다. 혁신 경제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읽어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는 “실리콘밸리는 MTB가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는 생태계이고 역사적으로도 전 세계가 5~6년 후 따라오게 되는 흐름을 가장 먼저 만들어내는 곳”이라며 “2021~2022년 팬데믹 시기에는 실리콘밸리의 투자 규모가 정점을 찍었고 그 이후 몇 년간은 점진적인 하락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특히 마르누치 CEO는 시장을 분석하면서 생성형AI 시장이 커지는 속도가 예사롭지 않음을 느꼈다고 한다. 그는 “생성형AI 투자만 따로 떼어 놓고 보면 2021년에는 전체 투자 중 약 10% 수준이었는데 올해는 무려 8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난 25년간 검색엔진, 모바일, 소셜 네트워크 등 수많은 기술의 물결을 봐왔지만 이런 곡선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마르누치 CEO는 “이번 생성형 AI의 물결은 그 어떤 것보다 큰 자본이 투입되고 그 어떤 때보다 빠르게 커뮤니티와 생태계를 변화시키고 있다”며 “이 흐름에 참여하기 위해 개발자와 창업자들이 샌프란시스코로 몰려들고 있는데 이 모든 것이 불과 1년 반 만에 일어났다”고 했다.

그는 일례로 오픈AI와 xAI 투자 유치를 언급했다. 마르누치 CEO는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오픈AI와 xAI에 투자된 자금만 합쳐도 유럽 전체에 한 해 동안 투자된 자금 규모와 맞먹는다”며 “한 회사에 들어간 자금이 대륙 하나 전체와 맞먹는다는 건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마르누치 CEO는 또 혁신 생태계가 로보틱스와 AI가 결합한 피지컬 AI로 확장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수 년간 물밑에서 준비되어 온 기술들이 본격적으로 모든 산업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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